• 프, 최초고용계약법 공포…시행은 유보
        2006년 04월 03일 1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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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최초고용계약법(CPE)이 지난 2일(현지시간) 공포됐지만 시행은 의회에서 수정된 법안이 통과된 이후로 유보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2일 최초고용계약법에 서명하고 관보에 이를 게재했다. 법 시행은 유보됐지만 그동안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학생, 노조와 좌파진영은 오는 4일 전국적인 총파업 돌입 등 한층 더 높은 수위의 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법안 서명에 앞서 지난달 31일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법안은 예정대로 공포하되 시행을 유보하고 문제조항을 완화한 수정법안을 채택하겠다는 타협책을 밝혔다. 수정법안에는 26세 이하 청년들의 최초 시험채용 기간을 당초의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고용주들이 해고사유를 밝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 사진=http://thibautcho.free.fr/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France

    하지만 학생과 노조 등 시위대는 시라크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을 즉각 거부하고 예정대로 4일 에어프랑스, 국영철도공사(SNCF), 파리 지하철 등을 비롯해 공공, 민간 부문을 망라한 대대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르파리지앵>이 시라크 대통령의 연설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 62%가 대통령의 제안이 설득력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시라크 대통령, 빌팽 살리기 나서

    시라크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은 하되 의회에 수정안 마련을 요구한 것은 당초 최초고용계약법을 밀어붙인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의 체면을 살리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사안을 의회로 떠넘기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시라크 대통령의 측근으로 지난해 유럽연합 헌법 국민투표 이후 위기타개를 위해 총리로 발탁된 빌팽 총리는 지난해 가을 이민자들의 폭력시위로 첫 번째 위기를 맞이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차기 대선후보를 꿈꾸는 빌팽 총리가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 최초고용계약법이다. 기업들이 젊은 인력을 2년 동안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23%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 특히 40%에 가까운 파리 근교 이주민 밀집지역의 청년 실업률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미 미래를 보장받은 소르본느의 대학생들을 비롯해 청년층의 격렬한 반대시위가 이어졌고 지난달 28일에는 전국적 총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집권당 내부에서도 빌팽 총리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됐다. 하지만 빌팽 총리는 자신의 지도력을 스스로 허무는 법안철회나 수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시라크 대통령이 나서게 된 것이다.

    빌팽 총리 ‘왕따’…사르코지 부상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빌팽 총리의 지명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빌팽 총리는 사태의 중심에서 사라졌고 그를 제외한 집권 대중운동연합의 주요 지도부가 잇따라 노조와 대화를 가지면서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시위대도 의도적으로 총리를 외면하고 있다. 프랑스 민주노총(CFDT)의 프랑수와 쉐레크 위원장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총리와 대화할 것이 없다고 확신한다”며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을 비롯한 대중운동연합 의원들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빌팽 총리의 강력한 라이벌이면서 최초고용계약법 논란에서 비껴서 있었던 사르코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힌다. 사르코지 장관은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던 무렵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며 빌팽 총리의 일방적인 법안추진을 은근히 비판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법 시행유보 방침도 사르코지 장관이 대중운동연합 의원들에게 제안했던 내용과 유사하다.

    사르코지 장관은 이미 프랑스의 주요노조 지도부와 개별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독자행보에 나서고 있다.

    4일 총파업 프랑스 다시 한번 멈춘다

    한편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이어나간 프랑스 노조진영은 시라크의 타협책에 대해 “정부가 프랑스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며 4일 대대적인 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과 철도, 지하철 등 수송분야의 공공부문 노조들이 이날 하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며 주요 공무원, 교사노조도 동참을 선언하고 있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방송, 통신, 에너지 기업 등 민간부문 노동자들도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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