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국민 70% "블레어 퇴진해야"
        2006년 04월 03일 04: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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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국민 열명 중 일곱명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임기만료 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2009년 총선 전에 내려갈 생각이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블레어 총리는 유력한 총리후보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등 총리직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물러나라" 42%, "계속 해" 21%

       
     

    영국의 대중지 <선>의 일요판인 <뉴스오브더월드>지가 여론조사기관 ICM리서치에 의뢰해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지금 당장 블레어 총리가 하야해야 한다고 답했다. 1년 안에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자는 15%, 2009년 총선 전에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자는 13%로 나타나 블레어 총리가 임기만료 전에 총리직에서 퇴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모두 70%에 달했다. 반면 블레어 총리가 차기 총선 전까지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당장 퇴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28%였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여만에 즉각적인 총리퇴진 요구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총리감으로 누가 더 낫냐는 질문에는 블레어 현 총리와 브라운 재무장관이 똑같이 30%의 지지율을 보였다. 2004년 6월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블레어 총리가 43%, 브라운 장관이 34%를 얻었었다. 둘 다 총리감이 아니라는 응답은 31%로 2년 전 조사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났다.

    경쟁자 브라운 ‘언론발’ 못받는 한적한 곳에서 선거해라

    하지만 이같은 영국민들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총리는 그만 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말 호주를 방문한 블레어 총리는 호주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4번째 임기를 맡을 생각은 없다고 말한 18개월 전 발언이 “실수였다”고 말해 노동당 안팎의 사임 압력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뜻을 밝혔다.

    노동당 내에서는 최근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과 교육시장화 정책에 책임을 지고 블레어 총리가 즉시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총리직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는 오는 5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브라운 장관을 언론의 조명을 덜 받는 지역 선거운동에 배치하며 당내 브라운 진영을 견제하지 시작했다.

    지난 2일자 <옵저버>의 보도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브라운 장관에게 영국 남서부 외곽의 서섹스 지역 선거운동을 맡겼다. 중앙정치의 한복판에서 두 사람이 같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후계구도가 그려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여지기에 충분하다.

    다수의 기업인들로부터 비밀리에 노동당 정치자금을 대출받으면서 그 대가로 귀족작위를 수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블레어 총리는 사퇴압력 속에서 상원 개혁, 정치자금제도 개혁방안 등을 서둘러 내놓아 브라운 장관측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브라운 장관은 노동당의 차기총리로 유력한 자신과 사전조율 없이 블레어 총리가 중요한 노동당의 공약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이 때문에 블레어 총리가 브라운 장관을 선거운동 기간중 한직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블레어 총리가 총리직 ‘사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가 욕심대로 임기만료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노동당의 참패로 귀결될 오는 5월의 지방선거 이후에는 블레어 총리에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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