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편에 서서
입으로만 “서민·중산층”
자유한국당 김성태 교섭단체 연설
    2018년 02월 01일 05: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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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서민과 중산층의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산입범위 확대,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방안을 검토하라는 모순적 주장을 펼쳤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문제를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노동자와 600만 자영업자의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정부의 정책적 미숙함과 무책임은 도대체 무엇을 먼저 탓해야 할지, 할 말 조차 잃게 만들어 버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내대표는 재벌대기업, 가맹본부의 사회적 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최저임금 노동자와 중소영세자영업자의 대립구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며,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해 달라는 중소상공인들의 청원에도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방안과 산입범위 확대는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반면, 경총 등 재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특히 식대, 교통비 등 최저임금과 별도로 지급돼왔던 비용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주지 않기 위해 벌이는 꼼수 중 하나다.

김 원내대표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주장은 일부 사업장의 불법행위를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뿐 아니라, 기껏 올려놓은 최저임금을 무력화하자는 것이다.

중소영세자영업자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높은 카드수수료와 임대료, 가맹본부 로열티 문제 등이 근본적 해결방법이라는 중소영세상공인 당사자들의 요구와 다수 전문가들의 조언이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노동자 임금 삭감만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경영계의 편에 서서 입으로만 “서민, 중상층의 나라”를 말하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 보호법 처리한 민주당, 자기고백 있어야”
2006년 민주당과 손잡은 한나라당은 책임 없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사흘 만에 인천공항에 찾아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다”면서도 “하지만 준비 없는 깜짝쇼가 허울뿐인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직 전환이 이미 ‘남의 일’이 되어버린 5만 명의 기간제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그대로’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를 말하기에 앞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심각한 사회적 격차 문제로 제기된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은 결국 ‘김대중-노무현 정부’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의 솔직한 입장 표명과 자기고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와 여당(열린우리당)이 주도해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가 야기됐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그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실제로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만든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당과 손뼉을 마주쳤던 정당은 바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2006년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은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이었고, 이경재 위원장은 이 법안을 저지하려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해 회의장 문을 걸어 잠갔다. 회의장 내에 있던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필사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아섰지만 경비들에게 제압당했다. 결국 이날 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처리됐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심상정 당시 후보의 추궁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예산 등 세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인천공항 등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전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과거 자신들이 함께 통과시킨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해선 정부여당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포퓰리즘 비난하더니 갑자기 “복지는 투자, 효율적”

김 원내대표는 복지 예산 증대를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치부했던 과거와 달리 “복지는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지속성장의 열쇠가 생산성의 향상에 있는 것이라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회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더 큰 성장’과 ‘더 많은 분배’는 같이 가는 개념이다. 복지지출의 증가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성장은 다시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며 “성장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복지지출과 사회보험 프로그램 재원으로 환원될 것이다. 불평등은 비효율적이지만, 복지는 효율적”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지만 지금은 반대하고 있고,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공약도 사실상 파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지난 달 11일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대선 공간에서는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표를 받기 위해서 대선 후보들은 때론 좀 무리한 대선공약을 내건다. ‘대선 공약대로 실천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들 하지 않나. 대선공약 액면 그대로 100% 실천해버리면 대한민국 재정은 거덜 날 것이라는 걸 국민들도 다 안다”고 말했다.

줄줄이 공약 파기에 대해 김 원내대표의 변명 아닌 변명은 “복지는 투자”라는 그의 발언이 지방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으로 겨우 조성된 남북 평화분위기에 또 다시 전술핵 배치로 ‘찬물’

자유한국당은 평창올림픽으로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분위기에 다시 ‘북핵’을 언급해 안보불안을 조성하며 전술핵 배치를 꺼내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현송월과 평창올림픽에 가려 잠시 잊혀진 듯하지만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핵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며 “올림픽이 만들어낸 ‘가상평화’는 짧고 북핵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북핵을 포기시키는 설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폐기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가장 실효적인 군사적 대책“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으로 하여금 핵협박과 핵공갈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현재로서 가장 유효하고 현실적인 대안이자 협상카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학연령 하향해 선거연령 하향조정”

선거연령 하향조정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새로운 권력구조를 통해 민주정치 이념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고,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획득해야 할 공통의 민주적 가치를 실현해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사회적 민주화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이 새 헌법에 녹아 스며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나 언제까지 개헌을 하겠다는 구체적 일정과 방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과 사회적 평등권 확대에 결코 소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취학연령 하향으로 불식해 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투표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여당 맹비난한 대표연설에 민주당 ‘발끈’
2006년 비정규직법 책임공방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자기반성도 없고, 제1야당의 품격도 못 지킨 채 오로지 남탓으로 일관했다”고 혹평했다.

제 원내대변인은 “제1야당의 대표연설이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은 없고 오로지 정부비판을 넘어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선거 연령과 관련해 꼼수가 숨겨진 제안까지 이뤄졌다”며 “심지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의 실정 모두를 새 정부에게 전가하는 모습에서는 참담함마저 느꼈다”고 비판했다.

제천과 밀양 화재참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후안무치하다.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안전사고를 유발한 지난정부 시절에는 왜 분노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1년 넘게 방치된 소방법이 이번 참사 후에야 겨우 통과된 것에 대해 여야 모두의 책임임을 절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위안부 협상, 사드 문제 등을 문재인 정부의 실책인 것처럼 주장한 것엔 “강대국에 굴욕외교를 펼쳐온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였다. 굴욕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린 이 정부에게 할 말이 아니라 지난 정부의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자기비판으로 고백해야 할 대목”이라고 질타했다.

제 대변인은 2006년 비정규직법으로 비정규직이 확산됐다는 김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비겁하다”고 맞섰다. 그는 “당시 입법은 이미 양산되어 있던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기간제한을 도입한 법”이라며 “이는 김성태 대표가 속해 있던 한국노총의 제안으로 이뤄진 입법이라는 점 또한 잊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들 비판 폭주…“남탓 급급, 참사 정쟁 악용…제1야당 자격 있나”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자격을 여전히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최 대변인은 “개헌 국면에서 민심을 왜곡하는 것에는 유감”이라며 “현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같은 권력구조보다, 민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는 효율적”이라는 발언에 대해선 “양두구육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민생을 걱정하면서도, 최저임금에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부으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조금 더 엄혹한 시선을 깨닫고 노동 문제에 올바른 진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 대변인은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남 탓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참사 현장에서 쫓겨날 정도로 국민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연설에서조차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고 있는 모습에는 분노를 참기 어렵다. 지난 정부의 여당으로서, 또 지금의 제1야당으로서, 과연 연이은 참사에 아무 책임이 없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의 역할을 다하길 촉구한다. 어설픈 색깔론과 정치적 술수에만 골몰해봤자 남은 것은 국민들의 외면뿐”이라며 “거대 의석을 가진 만큼 밥값을 하라”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지금의 난제들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부터 누적된 문제였다는 점에서 비판에 앞서 자기성찰과 반성부터 하는 것이 ‘원조적폐당’의 원내대표로서 국민과 역사에 대한 도리”라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복정치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원조적폐 생산당인 자유한국당은 보복정치 운운하며 떼쓰지 말고, 적폐청산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반성과 협조를 해야 한다”며 “야당으로서 여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기대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우러나오는 비판만이 진정성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치, 경제, 노동, 안보, 개헌 등 제기된 문제들은 참으로 다양한데 뚜렷한 해법은 보이질 않는다”며 “제1야당이라면 문제제기를 넘어 문제해결을 위한 혜안을 내 놓을 책임이 있음에도 국민의 마음을 담은 노력과 진심은 오늘연설 어디에서도 읽히지 않는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제1야당으로서 방향제시 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집권 9개월 만에 문재인 아마추어 정권의 폭주는 대한민국을 국민안전파탄, 민생경제파탄, 외교안보파탄으로 몰고 가고, 정작 챙겨야 할 국민의 삶은 온갖 정책 참사와 안보참사로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제1야당으로서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제대로 된 방향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한 본분”이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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