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세상을 바꾼다고? 어떻게?
By tathata
    2006년 04월 03일 12: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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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지금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조용한 것 같다. 세상은 다른 일로  시끄럽다. 파업이 시작되면 아마 세상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고 "그쪽 동네는 왜 또 그리 시끄럽냐"며 힐난할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든 싸움을 하는지 얘기 좀 들어보자"고 귀를 세우는 데가 별로 없다.

민주노총은 무슨 요구를 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자는 걸까. 총파업은 오는 6일로 예고돼 있다.

   
▲ 민주노총은 지난 3월 26일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4월 총파업의 결의를 다졌다.(사진=참세상)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것들의 목록은 이렇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어라. 지금 여당이 만드는 것 같은 가짜 말고. 노사관계 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정부는 그 짓을 그만 두라.  농민은 물론 서민 대중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한미FTA 협상을 중단하라. 그리고 돈 없어서 병원 못가고 학교 못보내는 사회를 바꾸자.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의 제도화를 통해. 

누구의 요구를 떠나서 우리 사회 대부분의 요구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있고, 조직이 있고, 재정이 있는 곳은 노동조합이다. 노조가 유일하지는 않겠지만, 유력한 주체다. 세상은 아직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을지 몰라도.

민경민 금속연맹 교선실장은 이번 파업이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경제투쟁에 매몰돼 있었다면 이제는 전 사회적 의제로 문제를 확장해 넘어가는 단계의 총파업이다.”

먼저 무상의료 ․ 무상교육의 요구는 노조의 임금인상 투쟁이 갖는 한계에서 출발한다. 민 실장은 “임금을 올려도 넘쳐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고,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그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기업 차원의 적정 임금수준 확보를 넘어 사회공공성 확립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FTA 저지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서준섭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한미FTA의 산업구조조정은 노동자의 해고, 실업과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 실은 산업 구조조정으로 대량의 구조적 실업자를 양산한 이후에 생기는 장기적 결과”라고 말했다. 노동자는 한미FTA로 구조적 대량실업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 속에 놓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노동자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미FTA라는 산업체제의 변화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필요로 한한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은 신자유주의를 완결하기 위한 제도들”이라고 규정했다. 한미FTA라는 신자유주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현재의 노동관련 법안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비정규법안은 2년 계약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다. 노동계의 주장만이 아니다. 정부 유관기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여당의 비정규법안이 통과될 경우 “2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주기적 해고를 가져오고, 2년 한도 내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비정규양산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 지난 2월 28일 비정규법 개악저지를 위한 총파업투쟁승리결의대회에서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참세상 권회승기자)

‘2년 기간 경과 후 무기계약(사실상 정규직) 간주’를 명시하고 있지만, 경총이 지난해 소속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같은 조항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말해준다. 경총 소속사 89%가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노동자를 해고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파견노동자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합법파견 ․ 불법파견 모두 2년 경과 후 ‘고용의무’가 적용되는데 이것은 현행 ‘고용의제’(고용한 것으로 간주)에서 명백하게 후퇴된 법이다. 단어가 좀 헷갈려서 그렇지 ‘의제’는 고용이 된 것을 보는 것이고, ‘의무’는 해야되는데 안 지켜도 된다는 뜻이다. 불법을 저지른 후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된다. 이처럼 의무는 당연히 해야되는 임무가 아니라, 주판알을 굴려보면 안 해도 된다는 뜻이 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역시 사용자에게 해고의 자유를 주는 대신 노조에는 파업의 자유를 빼앗는다.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고자 할 때 사전통보 기간을 현행 60일에서 기업의 규모에 따라 30일까지 단축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익사업의 경우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본주의도 파업을 인정했는데, 한국의 시장주의자들은 그걸 용인하지 않으려 한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조정실장은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을 “반노동자, 반민중적인 정부를 향해 반세계화 투쟁을 총체적으로 전개하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미FTA, 비정규법, 로드맵은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은 물론 1,500만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치경제적 구조조정이므로 각계각층의 연대를 통해 힘을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대다. 연대를 위해서는 공유가 필요하다. 아직 그것이 2% 이상 모자란 것 같다. 그걸 채우는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최근 노동계에서는 프랑스 이야기가 한창이다.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이 한국의 비정규법안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 26세 신규직원을 채용하고 2년 이내에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법안이 발표되자 프랑스 젊은이는 물론 노동자도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존재를 배반한 사회를 향한 함성

그런데 한국은 모든 연령과 업종의 노동자를 ‘2년’이 지나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도 조용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은 “노동자 의식과 연대의식에 있어서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홍 편집인은 “자신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관심이 없는 우리 사회는 존재를 배반한 사람들로 가득 찬 사회”라고 지적했다.

   
▲  총파업 깃발 (사진=참세상)

그래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존재를 배반한 사회’를 향해 ‘노동자’들이 지르는 함성이자 행동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아직 힘이 좀 부친  것 같다. 오는 8일 총파업투쟁본부회의에서 10일부터 돌입하는 순환파업 구체적 세부 일정이 확정되지만 현장은 아직 충분히 뜨겁지 않다.

6일부터 덤프연대 1만1천여명의 조합원이 △유가보조 △불법 다단계 처벌 △표준요율제 도입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덤프연대를 제외하고 민주노총 소속 연맹들은 지금 걱정이 많다.

쉽지 않은 싸움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사람들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은 “총파업에 결합하기로 했던 철도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도부 선거에 돌입하는 등 각 사업장의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해 얼마나 파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속연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속연맹의 조명래 조직실장은 “일부 대공장에서 이미 임단협안을 확정하고 진행하고 있는 등 현재 조직화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잇단 ‘정치파업’으로 회사 측의 압박이 거세진 것도 한 요인이다. 유영구 화학섬유연맹 교선실장은 “3월 2일 총파업으로 일부 사업장에서 손배 가압류를 통보하는 곳도 있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호만큼 풍부한 정책을 내놓고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직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한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각 연맹들이 속속 파업참가 노조와 인원수 수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조직화에 박차를 더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대사회적 요구를 조합원들과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치밀한 정책적 대안적 담론으로 형성시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조명래 실장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쟁취, 한미FTA 저지가 의료 및 교육자본의 개방, 정부의 예산 편성에 대한 개입, 산업체제의 개편 등 총체적으로 연결돼 있어 구호만큼 풍부한 정책을 내놓고, 조합원들이 함께 토론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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