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한 은행권 채용비리
‘꼴찌가 4등으로, 아빠가 면접관으로’
금감원, 비리 은행 실명 비공개...금융정의연대 "봐주기"
    2018년 01월 30일 07: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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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정작 채용비리를 저지른 은행의 실명을 비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30일 “이는 금감원의 은행에 대해 봐주기 행태”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 비리 합동조사 결과를 보면, 기관의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채용 비리가 적발된 은행들의 이름은 이니셜로 표기해 정확한 채용 비리 사례를 알 수 없게 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 보도자료 중 일부

‘신의 직장’ 시중은행 채용비리…꼴찌가 4등으로, 아빠가 면접관으로

금감원이 지난 26일 공개한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모두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났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9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6건이다. 이 중엔 서류, 실무면접에서 꼴찌를 한 지원자가 4등으로 합격해 입사하거나 심지어 아빠가 면접관인 경우도 있었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과 관련해 두 곳의 시중은행은 지원자 중 사외이사・임직원・거래처의 자녀·지인 명단을 별도 관리하고 우대요건 신설, 면접점수 조정 등의 방법으로 특혜 채용했다. 금감원은 이 은행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A, B은행이라고 지칭했다.

적발된 일부 사례를 보면 최고경영진의 친인척이 서류(813등/840명)와 실무면접(273등/300명) 등에서 최하위권이었으나 임직원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최종합격했다.

사외이사 지인 등에 대해서는 필기전형, 1차 면접 등에서 최하위권이어도 전형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 사유를 신설해 통과시킨 후 임원 면접 점수도 임의 조정해 최종 합격하게 했다.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을 벌인 B은행은 불합격 대상인 서울대 출신 지원자 7명에 대해 임원면접 점수를 임의로 올려 합격 처리했다. 이에 따라 합격한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은 점수를 임의로 내려 불합격 처리됐다.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을 한 시중은행 3곳은 임원이 자녀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인사담당 임원이 자녀의 임원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해당 자녀는 고득점으로 합격했다. 전 정치인 자녀 등은 비공식적 사전 면담을 통해 입수한 가족관계 정보 등을 면접위원에게 전달하고 채용인원을 임의로 늘려 입사했다. 또한 계열사 사장 및 현직 지점장, 최고경영진 관련 사무직 직원의 자녀는 인성점수가 합격 기준에 미달했으나 간이 면접을 통해 정성평가 최고 점수를 받고 최종 합격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수많은 젊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시중은행에서 또다시 채용 비리가 터졌다”며 “기가 막힌 것은 꼴찌가 1등이 되었고, 심지어 아빠가 면접관이다. 해도 너무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 범죄행위 은폐…금감원은 비리은행 감춰주기 ‘급급’

금감원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제기한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에 따라 진행됐다.

금감원 조사 전 은행들은 채용시스템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부정청탁이나 채용은 한 건도 없었다’고 금감원에 보고한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은행들의 자체점검 적정성 점검 및 채용비리 적발을 위해 11개 은행에 대한 현장검사 실시,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은행들이 자신의 채용비리를 은폐하고 금감원에 거짓 보고를 한 것이다. 일부 언론은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은행들이 관련된 서류나 전산도 일부 지운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는 은행들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허위 보고하는 것도 모자라 증거 인멸까지 하면서 본인들의 범죄를 덮으려고 하는 파렴치한 행위들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채용비리를 저지른 시중은행들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봐주기’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에서 앞서 진행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합동조사 결과에선 기관명이 모두 공개됐으나 유독 은행만 알파벳으로 표기해 정확한 사례를 알 수 없게 했다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는 금감원의 은행에 대해 봐주기 행태이며 분노하는 국민들과 채용비리로 인해 수년간의 취업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 돼버린 청년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금감원은 지금이라도 채용 비리 은행을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다시는 이런 비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금감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금감원의 조사에서 적발된 시중은행 이름이 명기된 조사보고서 공개를 요청하는 정보공개 청구서를 전날 금감원에 신청했다.

채용비리로 헬조선 다시 실감
강력한 처벌,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대책 촉구

청년 실업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채용비리 사태가 터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금감원이 감춘 시중은행의 실명 공개에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번 은행권의 채용 비리 사태는 수많은 청년에게 또다시 패배감과 좌절감을 안겨준 범죄행위이며, 취업이라는 무기로 청년들의 노력을 짓밟아 버린 갑질”이라면서 “그들에게 아직 벗어날 수 없는 ‘헬조선’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채용 비리에 연관된 은행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그로 인해 취업한 사람들의 합격을 취소해야 하며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는 물론, 인사서류 보존 기한(10년)을 두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강력한 처벌만이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며, 성실하게 도전하는 ‘청년들의 꿈’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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