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조합원 40명에 54억원 손배 청구
        2006년 04월 02일 07: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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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는 위성라디오를 주축으로 차량용 네비게이션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의 사업을 하는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가 만든 위성라디오는 미국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실제 2004년 기준으로 기륭의 매출액은 1700억원, 당기순이익은 22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천막은 농성장이면서 동시에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언제나 잘 정돈돼 있다.  레디앙

    하지만 지난해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이 ‘잘 나가는’ 기업의 추악함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행태가 바로 불법파견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회사 노동자의 지위는 3단계로 나뉜다. 상층에는 정규직, 다음은 직접고용 계약직, 마지막으로 파견직이다. 그런데 그 수는 정규직 15명, 계약직 35명, 나머지 파견직 250명으로 돼 있다. 생산현장에서 볼 수 있는 정규직이라고는 조·반장이 전부다. 세 계층 모두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상여금이 각각 700%, 400%, 0%로 차이가 있다. 파견직 노동자의 평균 잔업시간은 월 90시간 정도이고 120시간 잔업을 하면 실수령액 98만원을 받는 정도다.

    하지만 실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수준 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불안해 한다. 기륭에서 일하는 파견직은 명목상 휴먼닷컴과 워커스테이션이라는 회사의 직원으로 돼 있었다. 그동안 기륭의 인력공급을 독점해왔던 휴먼닷컴의 직원은 210명, 신규로 계약한 워커스테이션의 직원은 40명이다. 그리고 노조의 진정으로 지난해 8월 휴먼닷컴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워커스테이션은 직원들이 파견된지 3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불법을 피해갈 수 있었다.

    불법파견 판정을 내려진 이상 고용이 안정될 것이라 믿었던 노동자들에게 외려 돌아온 것은 해고통지였다. 노조가 이에 항의해 농성을 시작하자 기륭은 자기 직원이 아니라고 발뺌을 했다. 교섭도 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올해 1월말을 기준으로 250명 파견직 전원은 해고됐고 기륭은 파견직 노동자를 모두 도급직원으로 대체했다.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전부를 물갈이 한 셈이다. 노조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도급으로 전환하는 척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륭전자 분회는 지난해 8월24일 회사 안에서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농성을 시작한 뒤로 55일만에 쫓겨났고 현재까지 220여일 동안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그사이 분회장 등 2명은 구속돼 옥고를 치렀다. 또 집회 당시 폭력을 이유로 크고 작은 소송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조원 40명에게는 54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상태다. 회사는 이들이 노조 일을 하지 않고 사직서를 쓰면 손배 가압류를 풀어주고 한달치 위로금을 줘서 내보냈다.

     기륭전자분회 투쟁일지
    2005년
    7.5 서울남부지역 지회 기륭전자 분회 결성
    7.20 불법파견 진정 건 조사
    7.28 계약만료 계약직 해고 통보
    8.3 파견 노동자 1년차 해고
    8.5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8.9 회사 정문봉쇄
    8.23 이사 면담에서 노조 계약해지 계속 통보, 대표이사 면담 거부
    8.24 노조원 120명 위성라디오(SR)라인서 철야농성 돌입
    10.17 경찰력 투입, 분회장 등 16명 연행
    10월18일 천막농성 시작

    2006년
    1월31일 휴먼닷컴 파견 노동자 해고 통보
    2월23일 이상수 신임 노동부 장관 민주노총 방문해 기륭전자 문제 언급
    3월6일 대표이사 면담요구에 회사 물대포 발사, 사측 조합원 감금 폭행·성추행
    3월17일 기륭전자, 아세아시멘트 지분 에스알인베스트먼트에 매각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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