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친환경농사 짓는 10명의 색부
        2006년 04월 02일 06: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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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겨가 피부에 얼마나 좋은 지 알아? 그 검은 색 돌가루는 비싼거야 흩어지지 않게 잘 버무려!”

    입춘이 훌쩍 지나 경칩을 앞두고 있던 3월 2일, 봄이 오고 있는 건지 오다 말았는지 한낮인데도 매서운 칼바람에 옷깃을 여며야 했던 추운날씨에도 ‘색부’들은 손에 쥔 삽자루를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삽자루 뿐 아니라 팔이 뚝뚝 떨어지는 무거운 퇴비가루를 옮기면서도 색부들은 왁자지껄 수다 한판을 벌이기에 바쁘다.

    경기도 시흥시의 <자활영농사업단>에서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이들 색부의 한낮에 <레디앙>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 똥은 그냥 똥이 아니야”

       
     
    ▲ 파종에 앞서 퇴비를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사진 출처=색부 카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10여명의 색부과 함께 손놀림을 지휘하던 <자활영농사업단> 단장 변현단씨와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따뜻한 녹차 한잔을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활영농사업단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10명이에요. 50대에서 3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죠. 모두 여자이고. 노동자로, 노동자의 아내로, 어머니로, 한 집안의 가장역할까지 해야했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며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어요.”

    도시 공장에서 노동을 하면서 근근히 번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던 예전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결심한 후 자활영농사업단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2월. 꼬박 일년이 다됐다. 이들은 스스로를 색부(穡夫)라 부른다. 하늘과 땅을 섬기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임금과 토지를 지원받아 비닐하우스 3동과 땅 1,000여평지 등 약 2,000평의 토지에서 배추, 고추, 감자, 토마토 등을 재배하는데, 작년에는 수확량이 기대치를 훌쩍 웃돌아 올해 농사를 짓는 즐거움이 배가 됐다.

       
     
    ▲ 퇴비에 들어갈 한방찌꺼기들. 한약에 쓰인 후 남은 찌꺼기들을 모아 발효시킨 후 퇴비에 섞는다.(사진출처=색부 카페)
     

    “농약을 전혀 안쳤어요. 아까도 봤겠지만 쌀겨에 한방찌꺼기가 들어간 퇴비를 쓰거든요. 작년에 처음 농사지을 땐 다들 초보니까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했어요. 농삿일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리가 직접 응용하고 만들어나가는 농사여서 부담이 컸죠.”

    친환경 농업의 핵심은 농약을 쓰지 않아도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게끔 양분을 제공하는 퇴비를 만드는 것. 발효시킨 똥거름에 부엽토, 한방 찌꺼기, 흑운모 가루, 쌀겨를 섞고 미생물을 배양한 (‘막걸리 냄새’가 나는) 액체를 섞은 뒤 1~2주간 발효시키면 이들의 소중한 퇴비는 완성된다.

    변씨는 퇴비가 발효하면서 내는 열기로 후덥지근해진 비닐하우스에서 그냥 닭똥에서 퇴비로 열심히 변신중인 흙덩어리를 집어들면서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똥’에 불과하겠지만 우리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

    “몸이 근질근질해요. 일하고 싶어서”

    팔에 깁스를 한 자활영농단 팀원 중 한명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비닐하우스와 퇴비를 만들고 있는 작업장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낄 곳을 찾는다. 

    힘든 일 한달 쉬게 되어 좋겠다고 한마디 건네자 고개를 설레설레 지으며 손사래를 친다. 몸이 근질근질하단다. 빨리 삽을 손에 쥐고 싶어 몸살이 날 것 같다고 한다. 때문에 일은 못하지만 일터에서 떠나지 않고 팀원들 손놀림을 놓고 잔소리에 열중이다.

       
     
    ▲파종에 앞서  퇴비를 뿌리고 있는 색부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사진제공=색부카페) 
     

    인터뷰를 하는 도중 바깥에선 즐거움에 가득한 비명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들으셨죠? 우린 이렇게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땅을 갈면서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료하고 있어요. 10명으로 한정된 인원이라 팀웤도 남다르고. 여자들이 농사짓는다고 모두들 힘들겠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2,000평도 좁아서 땅을 더 구하려고 계획하고 있죠.”

    “서리? 어쩔 수 없지 뭐”

    색부들이 경작하는 밭이 위치한 곳은 주택가를 끼고 있는 도로변에 위치해있다. 주택가라서 그런지 아니나 다를까 작년에 서리를 몇차례 당해서 피해가 컸다고 한다.

    “예전에 나 어릴때 서리를 몇 번 하긴 했는데 서리 할 때 마음과 당할 때 마음이 참 다르더라고요. 어찌나 허탈한지…그래도 어쩌겠어요. 한밤에 훔쳐가는데 그걸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그냥 당하는 거지 뭐”

    색부 카페 찾아가기 http://cafe.daum.net/nongn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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