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살자'라 불리는
    모디 수상의 인기 비결은?
    [인도100문-31] 반부패와 반무슬림
        2018년 01월 25일 11:4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수상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2014년 연방 정부 수상에 취임한 이후 벌어진 여러 중간 선거에서 그가 이끈 인도국민당(Bharatya Janata Party)이 큰 패배를 맛 본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그는 수상직에 오르기 전까지 별명이 도살자the butcher였던 사람이다. 2002년 구자라뜨 주의 아함다바드Ahmedabad 등에서 일어난 힌두 광신도들의 무슬림 학살을 사주한 혐의를 받은 정치인이다. 최소한 그는 그가 속해 있던 힌두 극우 조직의 일원으로서 주수상의 의무를 방기하고 학살이 사흘 동안 진행되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것을 방조하거나 부추겼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힌두 근본주의가 발효하고 그것이 다음 선거에 영향을 줘 주 수상직에 다시 오르게 된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는 주 수상에 연임을 하는 동안 구자라뜨 주의 경제를 눈부시게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2년 학살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에서 증거 없음으로 혐의를 인정받지 못해 무죄가 되었으니 오로지 그에게 남은 건 구자라뜨 주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타이틀만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2014년 인도 의회 선거에서 30년 가량의 기간 동안 맛보지 못한 절대 다수의 집권 여당을 이루어냈다. 인도 국민들은 모디를 도살자가 아닌 잘 살게 해 줄 구세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도 경제 발전과 모디는 동의이의어 정도로 널리 인식된다 @이광수

    인도 사람들은 매우 정치적이다. 고대 시기부터 카스트 체계 아래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 단위의 여러 일을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 물론 브라만이 대부분의 권력을 행사하고 그들의 의견이 결정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 전통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그 전통을 이어 받아 현재의 인도 정부가 구성된 이후에는 빤짜야뜨Panchayat라고 하는 최소 단위의 촌락 의회가 구성돼 행정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니 아주 작은 일까지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처리하는 전통이 아주 강하다.

    인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신비의 나라, 인도’ 그런 건 없다. 매사가 모두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에서 해결된다. 그래서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것이고, 인구 35% 정도가 문맹자이지만 꾸준히 정권 교체가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여론이 만들어져 그것이 전체 연방 선거에 이르는 정치 체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인도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바라는 바 가장 큰 것은 ‘잘 살아 보세’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가장 절실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는 부패 척결이다. 이 부분에 대해 모디는 적극적으로 팔을 거둬 부치고 있는데, 국민들의 기대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모디의 인도국민당은 현재 제1야당인 회의당Congress Party에 대해 청렴 반부패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인도 사람들의 80% 가까이 되는 힌두는 무슬림과 파키스탄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틈만 나면 수구적 민족주의를 상기시켜 일본을 적대시 하고, 그것이 일본의 혐한 현상과 맞물리면서 더욱 상승하는 기류와 비슷하게 인도의 힌두들은 무슬림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거나 적대감이 아니면 적어도 힌두 제1주의라는 ‘뽕’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 두 가지의 결정적 여론의 기반을 모디는 확고부동하게 쥐고 있다. 2014년 수상으로 취임한 이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는 구호 아래 인도 정부는 제조업 육성에 엄청난 공력을 투여하고 있고, 그것이 성과로 이어져 경제 발전의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모디 이전에는 아이티IT 산업이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는데 그 아이티 산업이라는 게 경제 성장은 가져 와도 대규모의 고용을 이끌지 못해 빚 좋은 개살구 노릇을 해왔다. 이것을 모디가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임금 상승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랐음을 간파하고 그 대체지로 부상시키겠다는 야심이다.

    모디의 실용주의 외교 성과도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그가 다니며 벌이는 실용주의 외교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최근에는 중국과 국경 갈등을 둘러싸고 전쟁 분위기까지 나돌면서 국민들이 모디에게 거는 기대는 거의 신의 급에 이르는 듯 하다.

    인도 사람들은 실용적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실재와 신화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만들어진 이미지에 취약하다. 여기에 모디는 타고난 비즈니스맨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뭔지를 동물적으로 잘 잡아내는 정치인이다. 그들은 사람을 수 천 명 죽였든 수 만 명 죽였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인권 그런 거 개나 주라는 식이다. 잘 살게만 해주면 영혼도 내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모디를 신의 수준으로 숭앙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며칠 전 인도 친구에게 들었다. 지금은 인디안 타임 – 약속 시간을 잘 안 지키는 인도인의 습성 -이 없어졌는데, 모디가 바꿨다는 것이다. 모디는 가히 신의 반열에 올랐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