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초비상 "우리도 위기"
        2006년 03월 31일 11: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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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비상 상태다. 가혹한 2007년이 다가오고 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 말이다. 2007년은 노조 뿐 아니라 삼성에도 커다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내부 특별대책팀, 계열사 임직원 집중 교육도

    삼성은 지난 해 6월 삼성경제연구소 내부에 복수노조 관련 특별대책팀(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관련 TF를 연구소 내부에 따로 만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은 또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를 통해 지난 2월 그룹 계열사 임원들을 경기도 용인 연수원에 모아놓고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했으며, 같은 시기에 삼성전자는 과장급을 대상으로 복수노조 관련 교육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노무 관리’를 주제로 평일 2박3일 동안 진행됐던 임원교육의 경우 복수노조에 대한 외국사례 분석과 대응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본관                                                                   사진제공=시민의 신문 이정민

    그러나 삼성 식 노조 봉쇄의 법적 안전장치가 풀리는 것을 의미하는 복수노조 시대를 눈앞에 둔 그룹 차원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 부분에 관한 한 삼성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딱 다물고 있다.

    삼성 문제를 연구주제로 삼고 있는 한 교수는 “삼성이 다른 얘기는 비교적 잘 해주는데, 복수노조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는다”고 말했다. TF 구성과 관련해서도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그런 게 만들어진 건 맞지만 복수노조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초일류 인사제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 역시 “복수노조에 대한 교육은 계열사별로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2월에는 정기적으로 신임 임원 교육을 하고 있지만 복수노조와 관련된 전체 임원 교육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삼성의 철저 보안은 철저한 준비를 말하는 것

    삼성의 침묵은 철저한 준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짜고 있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노조가 생기지 않아)평온하게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최종 목표가 여전히 무노조 경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 노무관리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삼성 전략기획실 노무 라인은 ‘이건희 회장에게 복수노조 체제 도입을 최대한 막겠다. 도입되더라고 노조 결성은 막을 수 있다.’는 수준의 보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삼성이 8000억원 사회 헌납 같은 이건희-이학수 플랜이 적어도 노조 문제에 관한 한 적용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과거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삼성의 명백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의 대응방침이 높은 수준의 기밀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그룹차원의 주요 ‘전략’이라는 점과 함께, 공개하기 꺼릴 수밖에 없는 ‘전술’도 동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술에는 대정부 ‘로비’도 물론 포함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삼성의 대응 방안은 몇 가지로 나뉜다.

    “노사협의회 강화 하겠다”

    우선 삼성 노무 담당 관계자들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으로 ‘노사협의회’ 강화다. 이들은 임금과 복지 수준 등에서 잘 해주면 노조는 불필요하고, 만들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노조를 단순한 이익 집단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삼성관계자는 “노조가 생기든 안 생기든 이미 있는 법적제도인 노사협의회를 활용해야 한다. 노조가 생기면 대립적 구도로 갈 수밖에 없는데, 협력적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노사협의회가 윤활유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중공업과 삼성화재 같은 곳에서는 협의회가 교섭 기능을 가지고 노조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노사협의회도 덜 좋은 노조보다 못한 법이다. 협의회는 노동3권이라는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와 무관한 조직이다. 또 노조가 없을 경우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회사의 노무관리 조직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협의회 활성화 방안은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의외로 노조의 단결력에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노사협의회가 노조와 대등하게 서고 사측은 협의회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삼성일반노조 조합원이 삼성본관에서 김성환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시민의 신문 이정민

    복수노조 허용 안 되면 노조 인정(?)

    노사협의회가 삼성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면 ‘삼성’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것들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은 다른 방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삼성 통제권 밖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있고, 권력이 있다. 일정부분 삼성식 관리에 따른 통제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복수노조와 관련돼서 두 노총이 삼성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와 관련 다음의 얘기는 경청할 만하다. 삼성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허용만 되지 않는다면 노조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내부 핵심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 노조의 관리상 어려움을 피력한 것으로 보이는 이 발언은 유령노조로 노조설립을 막아왔던 삼성의 봉쇄 전략에 일정부분 방법론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삼성전자 과장급 대상 교육에서 강사는 “복수노조가 합법화된다. 그러면 삼성에도 복수노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복수노조가 생기면 회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는 제도 도입은 불가피하다 해도 실제로 삼성 안에서 복수노조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삼성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그는 “선진국은 이미 복수노조가 허용됐지만 초일류 기업은 모두 단수노조다. 파업도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았다. 전 직원이 한 개 노조를 통해서 회사와 협의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델, 월마트 등등 선진 기업을 다녀 봐도 노조는 한 개이거나 혹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정략적으로 흔들면 큰 일”

    사실 관계 여부와 선진이란 뜻에 대한 자본과 노동의 현격한 이해 차이 문제를 남겨둔다면 이 말은 삼성의 향후 행보를 시사해주는 주요한 진술로 판단된다.

    이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는 또 흥미로운 대목이 있는데, 그가 삼성 통제권 밖의 세력을 ‘노조’ 이외에 ‘민주노동당’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는 삼성이 복수노조 문제에 대응을 하지만 “노동계가 ‘자중’하지 않고, 민주노동당이 ‘정략적’으로 흔들면 어쩔 수 없다. 대통령과 여당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자중하지 않고, 어느 정당이 정략적인가에 대한 논쟁을 접어두면, 이들이 현 정권에게 기대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복수노조 조항과 관련돼서 간단치 않은 로비를 할 것으로 예측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을 양보하고 복수노조 금지는 지켜야 한다는 삼성의 입장이 권력 깊숙한 곳에 전달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가 총자본 차원에서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아직 설득력이 높지는 않다.

    전임자 임금 지급 노조관리 위한 ‘껌값’일 수도

    하지만, “삼성이나,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자본 쪽 입장에서 보면 복수노조 금지 조항이 풀리는 것은 엄청난 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전임자 임금 지급이라는 ‘껌 값’ 지급 정도는 노무 관리비용으로 충분히 지출할 여력과 용의가 있다”는 분석도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모든 불법, 탈법적 수단으로 노조 결성을 막고, 악명 높은 노조 봉쇄 지침을 만든 전력이 있는 삼성의 뇌수-전략기획실과 삼성경제연구소-가 ‘위기의 2007년’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선택하는가는 단지 삼성 문제를 떠나서 87년 체제 이후 노사 문제를 규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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