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들, 의혹 전면 부인
    “해명 없이 언론, 시민 질타···주객 전도”
    노회찬 “임종헌 PC 등 조사 않으면 외부 강제수사 불가피”
        2018년 01월 24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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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관들이 청와대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이러한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을 힐난한 가운데, 일부 법조계에선 이러한 대법관들의 입장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하고 상식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은 전날인 23일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이 외부기관의 요구대로 특정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는 취지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대법관들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했고, 전원합의체의 심리에 따라 관여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한 것”이라며 “관여 대법관들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일부 언론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관들은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발표에 따라 이미 문건으로 드러난 판사 뒷조사, 청와대의 주요 재판 개입 문제 등에 대국민 사과나 후속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이처럼 의혹을 제기한 언론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취지의 비난만 늘어놓은 대법관들의 입장문을 놓고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24일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굉장히 부적절하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원행정처 중심으로 작성된 문건이 나왔고, 그에 대해 언론이나 일반 시민들, 심지어 저 같은 학자들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대해서 질문할 권리가 당연히 있다. 법원은 사실을 바탕으로 해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며 “그런데 어제 내용은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있는 언론과 시민, 학자들에 대해서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질타하는, 주객이 전도된 그러한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사실을 조사해서 해명을 하고 국민들한테 용서를 구해야 될 처지”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사법농단’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의혹들에 대해 “양심을 지키지 않고 범법 행위를 하는 판사들로부터 국민이 과연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수가 있겠나. 사법부로선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하고 관련자들 처벌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이 사건의 관여 판사들은 모두 다 재판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비양심적으로 동료 법관을 사찰하고 사건을 조작했다. 더군다나 그 이후에 사건이 밝혀졌는데도 사건의 진상규명에 협조도 하지 않고 비양심적으로 행동했다. 이러한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과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에서 양심에 따라 심판할 수 있는 법관으로 볼 수 있겠나”라며 “관여 판사들을 재판에서 배제하고 그러고 난 후에 외부에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 조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에 대해선 “1974년에 있었던 인혁당 사건, 1982년도에 있었던 송씨 일가 사건 등 법원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사건이 조작된 사건이 생각난다. 법원행정처가 쉽게 말하면 중앙행정부라든가 과거에 중정이라든가 안기부, 국정원 역할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컴퓨터 제출을 끝까지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 교수는 “확실한 관료 시스템 하에서 작성된 문건에 대해 법원행정처 처장, 대법관, 또는 최상부인 대법원장에게 책임이 없다,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 등의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PC는 그 자체를 내놓지 않아서 열어보지 못한 파일이 700여 개”라며 “(임 전 차장은) 우병우 민정수석하고 1년에 수백 통 전화를 서로 오간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독립적인 운영돼야 할 법원이 청와대와 유착관계가 긴밀하게 있었다는 심각한 의혹이기 때문에 앞으로 반드시 조사가 돼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원 전 원장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원세훈 재판만이 아닐 것”이라며 “중요한 재판마다 청와대의 의견이 법원에 의해서 수용되는 그런 과정을 우리가 밝혀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임종헌 개인용 PC 등을 (대법원이) 조사하지 않으면 외부 강제수사는 불가피하다”며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과거에 안기부에서 쪽지 나오는 대로 판결하고 청와대에서 전화 오는 대로 판결했던 그런 치욕스러운 과거로 돌아가는 걸 용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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