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 동향 내부보고서,
    “위헌적, 불법적, 충격적”
    법원행정처의 재판 상황 청와대 보고...류영재 “정말 상상 초월의 일”
        2018년 01월 23일 1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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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관심 재판 진행 상황과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만든 내부 문건이 공개된 가운데, 전‧현직 판사들 모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꾸려진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전날인 22일 양 전 대법원장 때 행정처가 2015년 원세훈 전 원장 항소심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해 청와대에 알려줬고,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술자리 대화, 메신저 대화 등 동향을 파악하는 등의 사찰 내용이 담긴 문건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23일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제가 아는 모든 판사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서 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다, 충격적이다, 법원 행정처에 대한 동료 판사로서 최소한의 신뢰가 다 배신당한 느낌이라는 반응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의 판사들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에 대해선 “이 보고서 보면 3000명 판사 중에서 한 2, 30명 판사들을 핵심그룹, 주변그룹으로 분류를 하면서 ‘진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판사들이 소속된 우리법연구회나 인권법연구회는 평소 ‘판사의 독립을 보장하자’, ‘인권을 보장하자’, ‘민주적인 사법행정을 하자’ 이런 주장을 했다”며 “이런 주장들이 진보라면 보수는 판사 독립에 반대하고 사법행정을 반민주적으로 행하고 인권은 보장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어떤 의미에서 이분들이 진보라고 일컫는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판사들의 분류 기준조차도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 역시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양승태 씨가 대법원장을 하던 시절에 이야기했던 사법부 독립이 이렇게 뒤에서는 사법부를 청와대 일개 민정수석에게 갖다 바칠 정도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해왔던 것에 대해서, 저뿐만 아니라 일선에 있는 판사들도 다 분노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판사들의 사생활까지 다 조사하고 뒷조사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불안과 공포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법원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추가조사위의 결과 발표에 대해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동향을 파악한 문건은 있지만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판사들에게 실제 불이익을 줬다는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일보>는 이날 자 관련 보도에서 법원행정처가 사법 행정에 비판적인 일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문건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해당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조사위 역시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을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로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법관 인사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한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 사법행정권 남용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라면서도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류 판사는 “판사 뒷조사 파일을 언론이 블랙리스트라고 명명하기 시작했고, 블랙리스트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언론 스스로 정의를 내린 후에 블랙리스트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 논박하고 있다”며 “사실 이건 음주운전 수사하는 수사기관한테 교통사고가 났냐 안 났냐 이렇게 물어보는 거나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조사를 요구한 게 아니라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컴퓨터 조사를 요청했고 컴퓨터 조사 결과 판사 뒷조사 파일이 정말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판사들의 뒷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그 결과를 놓고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느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류 판사는 또한 “어느 판사가 지금 이런 사찰 결과와 그리고 또 행정처의 전방위적인 개입에 대해서 ‘통상적인 직무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특히 일반적인, 통상적인 동향 파악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 특정 판사를 리스트업해서 그 판사의 술자리 대화나 카톡 대화나 그 판사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사적인 정보를 사찰하는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항소심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저로선 정말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류 판사는 “어떤 언론들은 통상적으로 법무비서관에게 보고를 한다고 보도했는데, 어느 사법부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개별 사건에 대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해서 보고하는지 궁금하다”며 “그게 진짜 통상적으로 행해왔던 일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정렬 전 판사 역시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놓고 이견이 갈리는 것에 대해 “당연히 있는 것이다. 지금 없다고 이야기하는 데는 리스트라는 말에 집착을 해서 그런 것 같다”면서 “문건 제목이 블랙리스트 이렇게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제 양승태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따로 만들어놓은 것은 있다. 이것은 엄밀하게 보면 블랙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금 발견된 것들이 2015·2016년 문건들이다. 2015년이면 그 시기엔 이미 양승태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을 때”라며 “양승태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들은, 예컨대 서기호 전 판사처럼 재임용 탈락해서 다 불이익을 줘버린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은 벌써 지나간 것에 대해서 눈을 감아버린 그런 이야기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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