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구단일화 노조에게 재앙될 수 있다
    By tathata
        2006년 03월 31일 09: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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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노조 시대에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창구단일화를 먼저 경험한 전교조의 사례를 살펴보면, 자율교섭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진다.

    199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교원노조법은 제6조 3항에서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둘 이상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창구단일화를 강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섭시기와 관련, 시행령 3조 1항은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둘 이상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때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연명으로 상대방에게 단체교섭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제5항에서 복수노조간의 교섭위원 선임 시 우선 합의에 의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하되, 합의하지 못한 때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요약하면,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때 교섭안 · 교섭시기 · 교섭위원을 노조간에 합의를 통해 결정하되, 교섭위원은 노조의 조합원 수에 비례해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원노조법에 따라 전교조는 한교조(한국교원노동조합)와 단체교섭 전에 공동교섭단을 구성하기 위해 교섭위원 수와 단체교섭안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노조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어느 한 노조가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못하는 사정이 발생하게 되면 교섭요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실제 전교조와 한교조는 ‘단일화’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그것은 전혀 다른 성격과 이념, 조직체계를 가진 두 노조에게 ‘단일화’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두 노조는 상대방의 조직 규모를 신뢰하지 못했다. 전교조는 조합원이 9만5천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체크오프(check-off, 조합비 일괄공제제도)로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은 9만3천여명이다. 반면 한교조는 체크오프로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은 약 1천여명에 그치나, 비공식적으로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을 모두 포함하면 약 2만 5천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한교조의 조합원 수는 과장돼 있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체크오프 조합원 1천여명과 그렇지 않은 조합원 2만 5천명의 간극이 너무 커 한교조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가 있다고 주장한다.

    교섭시기와 교섭단 구성 문제도 어렵다. 전교조 관계자는 “인천지역에 4천3백명의 조합원을 가진 전교조와 18명의 조합원을 가진 한교조가 교섭시기와 교섭안을 단일화해야 한다.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며 창구 단일화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섭안 단일화 문제도 두 노조가 평행선을 달렸다.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하는 중앙교섭에서 전교조는 ‘교장선출보직제’를 강조하는 반면 한교조는 이에 대한 입장이 불명확하다. 전교조의 한만중 정책위원장은 “교섭 사안에 대해 경중을 따지는 인식차가 워낙 커 교섭과정에서도 혼란이 온다”며 “성격이 다른 노조가 교섭을 같이 할 경우 교섭 자체가 무력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범을 계획하고 있는 자유교원노조가 더해지면 교섭은 복잡해질뿐더러 더욱 어려워진다. 한 정책위원장은 “현장 동력이 없는 한교조에 이어 전적으로 ‘안티 전교조’를 표방하고 나온 자유교원노조까지 합하면 앞으로 교섭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비관했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는 이미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최악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며 자율교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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