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자 임금문제, 참 난감합니다"
    By tathata
        2006년 03월 31일 09: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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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의 전임자는 노동운동의 저수지이자, 조합원의 심부름꾼이며, 때로는 노동조합을 지휘하는 사령탑이다.”

    2007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노동조합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은 전임자를 통해 기획되고, 소통되며, 실행되기 때문에, 전임자가 없어진다는 것은 사실상 노조활동의 중단과 같은 말이다. 인천지역의 한 노조위원장은 “전임자 없이는 노조활동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전임자는 노동운동의 중핵을 이룬다.

    전임자 없는 노조 활동 불가능

    공공연맹 소속 전국예술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에는 현재 사측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전임자가 한 명도 없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하더라도 4명의 전임자가 있었다.

    애초 세종문화회관지부에는 상급단체 예술노조의 이용진 위원장과, 이중덕 부위원장, 그리고 김은정 세종문화회관 지부장, 김현 사무국장이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단체협약으로 ‘전임자가 상급단체의 전임으로 피선되었거나 피임되었을 때 추가로 전임을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임자가 사라진 것은 지난해 3월 서울시가 세종문화회관의 교향악단을 독립법인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향 단원 전원을 사실상 정리해고 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1백여명에 이르는 단원들이 세종회관을 등지고, ‘서울시교향악단’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옮겨야 했다. 이름 한 자 더 붙여진 것이지만, 고용형태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게 됐다.

       
    ▲ 전국문화예술노조 세종문화예술회관지부 조합원들이 거리공연을 통해 서울시의 일방적인 독립법인화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세종문화예술회관지부
     

    세종회관지부는 한 달이 넘는 천막농성은 물론 15차례에 걸쳐 무료시민공연을 개최했지만, 서울시는 독립법인화 추진을 굽히지 않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측이 4명에 이르는 전임자를 모두 부정하고 나왔다. 특히 교향악단에 속해 있던 이용진 위원장 위원장과 이중덕 부위원장은 해고가 되면서 전임자의 지위도 위태롭게 됐다.

    사측, 2007년아 빨리 와라

    “노조가 파업, 천막농성, 길거리공연을 하며 독립법인화를 반대하니, 회사에서 ‘그러면 전임자를 인정 못 한다’고 했습니다. 단체협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지만 ‘상관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현재 김은정 지부장을 비롯 4명의 전임자는 모두 1년여 가까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무료거리공연으로 조합비도 바닥상태여서 ‘배고픈’ 싸움을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140여명의 조합비로는 전임자 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일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고, 노조 사업비로도 빠듯한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올해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심사다. 2007년 1월 1일이 되면, ‘홀가분하게’ 전임자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07년이 되면 임금을 지급할 법적 근거도 사라진다”며 사태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다.

    중소사업장이 대부분 전임자를 1명 내지 5명 미만으로 두고 있어 임금지급이 중단되면 사실상 노조활동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반면, 대규모 사업장은 전임자 규모의 축소 또는 노조활동의 위축 등으로 나타난다.

    “현안 때문에 아무 대책도 못 세워”

    철도노조는 전체 조합원 2만5천명에 65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내년에 대비해 아무런 대응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의 조연호 선전국장은 “현안 투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전임자 대책은 세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같은 중차대한 ‘현안’은 아직 ‘현안’ 취급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 2만4천명에 반상근을 포함해 약 1백명의 전임자가 활동 중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중단 사태에 대한 노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조 상근자들은 대부분 “그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합원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노조의 한 전임 위원장은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전임자 수를 줄이거나, 전임자 임금 수준을 낮추거나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산별노조 체제로 재정 자립 확보해야”

    한편에서는 산별노조시대를 맞아 전임자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금속연맹의 한 관계자는 “산별노조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산별노조의 전임자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수립해야 한다.”며 “산별노조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재정적 자립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 산업별 노조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 제도적 조건을 전제로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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