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의 씨앗 뿌리는 철원제일감리교회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평화와 통일에의 열망
        2018년 01월 22일 11: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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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이 상기되는 작년 6월, 미군기 폭격으로 잔해뿐인 교회 옛터와 새로 복원한 예배당을 그렸습니다. 최근 남북한은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하여 남북관계 개선이 한걸음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의 대치양상이 어떻게 비화될지 모르는 엄중한 국면인 까닭에, 분단의 상처를 딛고 기도하며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철원제일감리교회(담임목사 이상욱)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꿈꿀 수 있는 까닭에, 새해에 이 교회그림을 첫 번으로 올립니다.

    옛 철원제일교회의 잔해와 복원예배당 (이하 그림은 이근복)

    정면에서 바라본 복원예배당

    하늘이 눈부시게 푸른 날, 백마고지 유적지와 골조만 앙상한 철원노동당사를 지나서 철원제일감리교회의 옛 예배당 터에 올랐습니다. 1937년에 봉헌된 석조예배당은 이화학당을 건축한 보리스(W.M.Voris)가 설계한 격조 높고 웅장하였는데 지금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삭막한 옛터에는 전쟁의 상처를 달래듯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진달래의 꽃말이 ‘감사하는 마음’이라니 이 광경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 ‘철원목요통일기도회’에는 북한정권에 대한 원한이 많을 연로하신 분들도 힘겹게 오시어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 숙연해졌습니다. 기도회 후 매번 그러듯 교회식당에서 다함께 국수를 먹었는데 이번에도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그날 일산에서 자기 차로 동행해준 후배목사는 심장병이 악화하여 교회를 사임하였는데도 호흡을 돕는 기계장치까지 들고서 참석하였습니다. 철원지역은 물론 멀리서 평화를 갈망하며 찾아온 목회자들과 교우들이 절실한 심정의 기도가 분명 용서와 화해, 평화의 역사를 열어갈 것입니다.

    철원제일감리교회는 1905년에 장로교회로 개척되었지만 2년 후 선교지 분할정책으로 감리교회로 이관되었습니다. 그 때에는 교계에 질서가 있었던 것입니다. 1919년, 박연서 목사와 교회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3.1 만세운동을 주도하는 등 항일운동을 활발하게 펼쳤으며,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주도한 강종근 목사는 1942년 4월, 42세로 우리나라 첫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해방 후 공산치하에서는 교회종소리가 시끄럽다는 빌미로 인민군에게 종을 뺏기고 예배당도 점령당하는 아픔도 잠시 한국전쟁 때, 아름다운 예배당이 미군비행기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전파되고 말았습니다.

    옛 교회의 고귀한 정신을 회복하는 운동이 벌어져, 2013년 10월 29일에 복원기념예배당이 봉헌되었습니다. 다시 태어난 철원제일감리교회는 네 가지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자 다짐하였고 두 번째가 ‘평화와 화해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이 교회를 섬겼던 이복희 전도사의 장남으로 갖은 고초를 겪으며 교회를 지킨 김천욱 교우는 그날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건물의 복원은 철원제일교회가 현재화된 것이요, 이 교회가 목적하는 일들은 미래를 꿈꾸며 나가는 것이 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평화통일’이란 말조차도 탄압받았던 군사정권시절에 은밀하게 준비하여 1988년 2월에 채택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은 통일운동의 물꼬를 트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고, 세계교회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1991년 노태우 정권에서 발표한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 이후 남북의 공동선언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지금은 민족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많이 떨어졌지만, 철원제일감리교회가 꾸준히 기도하며 심는 평화의 씨앗은 마침내 풍성한 열매로 나타날 것입니다.

    앞 회의 글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①’

    필자소개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전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 역임.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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