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별건설 vs 제1노총 탈환
    By tathata
        2006년 03월 31일 09: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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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 위기 또는 기회로 다가오는 복수노조 시대의 도전에 노조 진영의 응전태세는 어떤가. 민주노총이 산별노조 전환 및 완성과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쟁취를 중심으로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다면, 한국노총은 조직 확대 전략을 통해 조직규모를 다시 ‘1등’으로 올린다는 전략을 중심에 두고 있다.

    하지만 두 노총의 공통점은 전반적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가올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상당히 안이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산업별 노조나 기업 단위 노조로 내려가면 말할 것도 없다.

    민주노총, 종합대응 전략 지침 ‘2007년 종합 보고서’ 준비 중

    민주노총은 지난 3월 제 38차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을 통해 “복수노조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별노조 건설사업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 조직 혁신운동을 강력히 전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6월 19~30일을 <민주노총 산별노조 총투표기간>으로 설정해 산별연맹별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 민주노총은 지난 2월 26일 비정규법안 전면 재논의, 노사관계로드맵 분쇄, 한미FTA저지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또 복수노조 대응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07년 종합보고서’를 가맹산하조직과 연구팀을 가동해 올 12월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또한 복수노조가 노동조합 교섭 및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연구와 국제 비교적 관점에서 연구 중이며, 오는 9월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 ‘산별노조 건설 및 발전특위’를 설치해 산별노조체계에서의 민주노총 조직발전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도 제출돼 있다.

    이에 따라 금속연맹은 6월부터, 화학섬유연맹은 10월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고, 공공연맹은 내년 말까지 공공, 운수, 사회서비스를 포괄하는 단일 산별노조를 건설한다는 기본방침을 확정했다.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미진한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산별노조 건설의 토대와 조건 마련을 위해 △복수노조 하 자율교섭 보장 △산별교섭 보장 및 산별협약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양 노총 경쟁 구도 속 삼성 등 조직화 사업 중점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한국노총은 2006년을 ‘제1노총’의 위상을 탈환하고, 조직화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에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한국노총은 2007년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양 노총의 경쟁구도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조직화 사업에 중점을 두기로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조직 확대를 위한 6대 전략사업’을 선정하고, 사무직노조연맹, 공무원연맹, 교원연맹 설립 및 조직화와 더불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상급단체 없는 중간노조의 가입 조직화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조합원 14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하고, 최근 기아차 사무관리직 노동자를 비롯하여 일부 사무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가입한데 따른 내부적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노총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의 가입을 유도하고, 중앙부처 및 교육청 소속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노조 결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 한국교총과의 연대사업을 통해 한국노총 내 교원연맹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공노총과 한교조가 현재 제3노총인 ‘새로운 노동조합총연맹’의 가입을 밝힌 조직이라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노총은 삼성 등 무노조 사업장의 조직화와 더불어 상급단체 없는 ‘중간노조’들의 조직화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삼성계열사의 2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미조직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전략 사업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용득 위원장 2년 전 삼성에 ‘선전포고’

    이용득 위원장 또한 지난 2004년 12월 삼성경제연구소 초청 강연회에서 “지금까지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아 회사가 페이퍼노조를 만들어 시간을 끌며 와해시킬 수 있지만 복수노조가 되면 한국노총도 적극적으로 노조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삼성에 ‘선전포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재 한국노총은 수원, 광주, 구미 등 삼성이 들어서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정수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삼성은 노조를 만든다 해도 쉽게 깨지기 때문에 치밀하고도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노총 움직임과는 달리 현장 간부와 조합원들의 이해 수준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 시대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간부 중심의 한정된 논의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토론에 바탕을 둔 전망과 대안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구애 중?
    골리앗 전설 ‘현중노조’ 함께 합시다


    한국노총의 ‘조직확대를 위한 6대 전략사업’ 가운데 하나인 상급단체 없는 이른바 중간노조의 조직화 대상에 민주노총 금속연맹에서 제명된 현대중공업노조가 포함돼 있다. 한국노총은 현대중공업노조를 한국노총에 가입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4년 9월 금속연맹에서 제명된 이후로 상급단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 1만8천여명의 대규모 사업장임을 감안하면 한국노총에게 ‘매력적인’ 전략사업장이다. 최근에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울산 현대중공업노조를 방문해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현중노조가 투쟁일변도를 지향하는 방식에 식상해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고용안정을 보장받고자 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는데, 바로 그런 점이 한국노총이 파고들 수 있는 조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한국노총의 이 같은 ‘러브콜’에 정작 현중노조는 다소 밋밋한 반응이다. 현중노조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부쩍 한국노총이 상급단체 가입을 재촉하고 있지만 아직은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도 최근에는 ‘강성 이미지’로 가는 것 같다”며 “협력적 노사관계 모델을 추구하는 새로운 노총이 있다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애매한 말을 던졌다.

    ‘새로운 노총’(이 때의 새로운 노총은 공공부문 중심의 ‘새노총’과는 다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아직 논의의 초기단계라 밝히기 곤란하지만 현대중공업과 같은 협력적 노사관계 모델에 동의하는 노조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는 7~8월 중에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노총을 구상하는 현대중공업노조, 그리고 가입을 재촉하는 한국노총. 이 둘의 관계가 복수노조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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