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노래는 ‘정치적’이다
        2006년 04월 02일 04: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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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e Seeger
    "Dangerous Songs!?"
    1966년 2월 발표
    .

    Side A
    1. Medley: Robin The Bobbin/Mary, Mary Quite Contrary/Little Jack Horner
    2. Die Gedanken Sind Frei (Thoughts Are Free)
    3. Jackaro
    4. Never Wed An Old Man
    5. John Brown’s Body
    6. Going Across The Mountains
    7. Harry Simms
    8. King Henry
    9. Medley: Ode To Joy/Goliath, Goliath
    Side B
    1. Queen Anne Front
    2. Joe Hill’s ‘Casey Jones’
    3. One Grain Of Sand
    4. The Pill
    5. The Draft Dodger Rag
    6. Mao Tse Tung
    7. Walking Down Death Row
    8. Two From Shakespeare: Full Fathom Five/Perchance To Win 
    9. Beams In My Ears

    처음 반역의 레코드라는 제목을 생각했을 때 수많은 불온불순한 음반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정작 첫 번째 레코드는 쉽게 고르지 못했다.

    정치적인 음반은 셀 수없이 많다. 주제도 여성, 환경, 사회주의 등 매우 다채롭다. 하지만 연재의 첫 번째 순서는 무언가 ‘화두’가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화두’. 이게 참 어려운 문제였다.

    고심 끝에 고른 것이 피트 시거가 1966년에 발표한 <불온한 노래들!?>이다. 원제는 “Dangerous Songs!?". 앨범 커버는 불에 타고 있는 피트 시거 자신의 사진을 보여준다. 마치 진나라 시대의 ‘분서갱유’나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을 연상시킨다. 얼마나 위험천만한 노래들이면 화형식을 거행해야 할 정도일까.

    * * *

    이 앨범은 미국의 포크싱어이며 50년대 매카시의 마녀사냥에서 살아남은 사회주의자 중 한명인 그가 작심하고 만든 것이다.

    80년대 한국 대학에서 노래패나 풍물패 같은 문화가 학생운동과 맞물렸던 것처럼 50년대말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어번 포크urban folk’의 유행은 당시 민권운동이나 반전운동과 맞물리면서 급진적으로 변하고 널리 확산됐다.

    어번 포크는 60년대 초반 밥 딜런이나 필 옥스 같은 젊고 똑똑한 포크 가수들의 등장과 함께 ‘프로테스트 송protest song’이라는 사회참여적인 노래운동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66년쯤 되면 기타 하나로 모든 것을 노래하던 ‘프로테스트 송’의 열기는 한풀 꺾여버렸다. 그리고 비틀즈 이후 포크의 공백을 락이 메우고 있었다. 심지어는 밥 딜런조차도 전기기타를 둘러메고 대중을 만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모던 포크의 큰 형님인 피트 시거는 ‘위험한 노래’들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앨범을 녹음했다.

    피트 시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음반을 들으면서 진지하게 유추할 필요가 없다. 친절하게도 앨범 커버에 자신의 생각을 꼼꼼히 적어 놨다. 커버 뒷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프로테스트 송’이라는 개념이 너무 좁게 사용되고 있다. 미켈란젤로부터 베토벤까지 모든 예술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예술은 그 관점에 동의를 얻기 위한 선전선동인 것이다. 자장가는 세살짜리 아기의 귀에는 잠잘 것을 강요하는 선전선동으로 들린다.”

    ‘모든 것은 정치적이다.’ 이것이 피트 시거가 하고 싶은 말이다. 따라서 모든 노래는 이 세상 무엇에 관해 노래하든지 ‘정치적’인 것이다. 피트 시거가 앨범 제목에 느낌표와 물음표를 동시에 붙여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노래란 없다.

    예를 들어 이 앨범에는 ‘마오쩌뚱Mao Tse Tung’처럼 한 눈에 봐도 불온하기 그지없는 노래도 있지만, ‘내 눈 안의 콩알Beans in My Ears’ 같은 전통적인 동요도 들어있다. 앞의 노래가 위험하다는 것은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지만 동요가 왜 위험한 걸까? 시거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들은 이 노래를 통해서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또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 반면 우리 30억 세계인들은(66년 당시) 서로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진리란 너무 단순해서 아이들조차도 이해할 수 있지만 정작 어른이 돼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 – 진리를 독점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시거는 지배자들이 진리를 독점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것을 폭로하는 독일노래를 이 앨범에 집어넣었다. ‘사상의 자유Die Gedanken Sind Frei’는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히틀러의 시대까지 줄곧 금지된 노래였지만 독일 지식인들과 민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마 칼 마르크스가 예나 대학에서 공부할 때 청년헤겔학파의 친구들과 어울려 불렀을지도 모를 노래다. 이후 피트 시거의 공연에서 빠지지 않는 노래가 됐다.

    그 외에도 이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들이 왜 위험한지 가수 자신이 붙여놓은 설명을 하나하나 챙겨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너무 길어질 테니 줄이겠다. 다만 어떤 종류의 노래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노래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피트 시거의 답을 소개하자면, 현재 인구의 증가속도를 볼 때 모든 노래들 중에서 위험하고도 위험한 노래는 바로 ‘사랑노래(?)’라고 한다.

    ※ 이 앨범은 1998년에서야 처음 CD로 제작됐다. CD에는 ‘Equinoxial’, ‘Joe Hill’s ‘Casey Jones(Alternate With Guitar)’, ‘What Next?’ 세 곡이 보너스로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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