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현 대표 "복직된 회사 그만 두겠다"
        2006년 04월 18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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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현 대표가 결국 복직된 직장에서 사직하기로 결정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17일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복직을 통해 “나의 정당성이 확인되었고, 나와 S&T노동조합의 명예는 회복되었다고 판단한다”며 사직을 결심하는 심경을 피력했다.

    이 성명에서 문 대표는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처음 회사에 출근하여 노동을 시작하던 처음의 그 마음, 초심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서민들과 함께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전진하겠다”고 사직 이후의 각오를 밝혔다.

    지난 1987년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에서 해고됐던 문 대표는 지난 1991년 대법원에서 복직판정을 받았지만 사측의 복직명령 불이행으로 해고상태가 지속돼 왔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사측은 전격적인 인사명령을 통해 문 대표를 생산부서에 원직복직 시켰다.

    그러나 문 대표는 정년이 2년 남은 상태에서 현장 근무 없이 휴직하다 당 대표 임기 만료와 함께 퇴직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동조합은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문 대표가 회사에서 정년을 맞는 명예로운 퇴직을 강하게 권유했다.

    결국 문 대표는 고심 끝에 퇴사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문대표는 성명에서 “공인으로서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상식적 감정에 맞는 판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성현 대표는 18일 오전 7시 S&T중공업에 출근, 현장순회를 진행한 후, 자신이 소속된 금속노조 통일중공업지회 대의원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오후 1시경에는 사측과의 면담자리에서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다음은 문성현 대표의 대국민성명 전문이다.

    S&T를 사직하며

    안녕하십니까?
    민주노동당 대표 문성현입니다

    저는 오랜 고민 끝에 저의 청춘을 바쳐온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S&T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노동자들과 평생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현장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그 후 수십년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고, 노동자들과 함께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전심전력 한길로 달려왔습니다. 이 수십년의 과정동안 수많은 고통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참으로 가슴 뿌듯한 감동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온 수십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저는 진실로 ‘노동자가 이 세상의 참된 주인’임을 현장에서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선반공에서 시작하여 정당의 대표가 된 지금까지도, 이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 수십년의 세월동안 S&T는 제 삶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해고되고 난 뒤, 당시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이 ‘문성현 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해고를 철회했습니다. 그 뒤 회사가 다시 해고했지만, 법원은 부당해고로 판결했습니다. 당시 저는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나를 내쫓지 않는 한, 현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일하고 정년퇴직 하겠다”

    저는 지금까지 이 약속을 지켜왔습니다. 이제 정년이 불과 2년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저는 8만 당원의 지지로, 민주노동당의 대표가 되어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지사 후보로, 경남 도민에게 무거운 책임을 맡겨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 제가 어떻게 결심하는가를 두고 참으로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S&T 조합원들 앞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S&T 조합원들, 저와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저에게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원칙에서 보면, 더욱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고, 지금도 복직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해고자들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공당의 대표입니다. 공인으로서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고, 국민의 상식적 감정에 맞는 판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S&T조합원들과 상의하고, 지역의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긴 하나, 다행히 며칠 전 회사에서 복직을 통보하였습니다. 만감이 교차하고, 수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펼쳐졌습니다만, 이를 통해 저의 정당성이 확인되었고, 저와 S&T 노동조합의 명예는 회복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저에게 힘이 되었던 S&T 조합원들, 수많은 지역의 동지들, 관심을 가져주신 당원 동지들, 그리고 지역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비록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저의 마음은 청춘을 다 바쳐 일해 온 S&T 현장에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처음 회사에 출근하여 노동을 시작하던 처음의 그 마음, 초심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서민들과 함께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전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4월 17일
    민주노동당 대표 문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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