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수수료, 임대료,
    재벌 갑질이 문제 핵심“
    최저임금 논란, 을과 을 갈등 유발···정부의 보완대책 미비도 질타
        2018년 01월 16일 04: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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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부작용을 부각하는 보수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당사자인 중소상공인들은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재벌 갑질, 상가임대료, 카드수수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전국네트워크’(경제민주화넷)는 16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의 최저임금 인상 논란은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이유가 최저임금 때문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며 되려 노동자와 소상공인 사이의 갈등을 유발시키기고 있다”고 이같이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들은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넷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대리점협의회(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등 중소상공인 단체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대모임이다.

    경제민주화넷은 소상공인들을 괴롭히는 것은 중소영세사업장에 더 높게 책정되는 카드수수료, 가맹본부의 높은 로열티와 필수물품 강매, 재벌대기업의 상권 침탈과 하도급 갑질, 폭등하는 임대료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소영세사업장의 폐업, 인력감축의 주요한 원인이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가맹본부 등 재벌대기업이나 건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제도에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민주화넷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안진걸 경제민주화 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가 오늘 모인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과장하는 보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최저임금이 오른 그 자체를 문제 삼아 을과 을, 을과 병, 병과 병의 싸움을 부추길 게 아니라, 지불능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정작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가맹본부에만 유리한 가맹사업법 개정이나 임대료 폭등 저지 등의 정책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만 피력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편향적으로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일부 언론도 문제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정부 또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자리안정기금 지원, 사회보험 경감 등이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거의 유일한 대책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23.5%로 OECD 최고수준”이라며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맹점주협의회는 “최저임금의 직접적 부담자인 자영업자의 지급능력을 위해 프랜차이즈 필수물품 해결, 카드수수료에 대한 대폭적 개정, 임대료 인상억제 등 자영업자 지급능력 확보 정책이 병진됐어야 했다”며, 보완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 당위성만 강조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카드 수수료, 임대료, 로열티 중 하나라도 정부가 개선해줘야

    경제민주화넷은 카드수수료, 로열티, 임대료 문제 중 하나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선하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가맹본부의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 금지하고, 가맹점들의 가맹본부에 대한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인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공동의장은 “프랜차이즈업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위해 양보해야 할 부분 많다. 대표적으로 반드시 본부에서 받아써야 하는 필수물품 문제”라며 “필수물품의 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그런 문제들이 해소되면 가맹점주들도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국회가 개원하고 제일 많이 올라온 법이 필수물품 문제 해결, 가맹점주 협상권 부여 등이 담긴 가맹사업법 개정인데 하나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카드수수료는 가맹본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공동의장은 “카드 수수료 2.5%이고, 전체 매출에 2.1% 정도를 차지한다. 잘 모르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2.5%라고 하면 ‘은행 이자도 그 정돈 한다’고 말하지만 제가 1년에 내는 카드수수료만 1,800만원”이라며 “기존 카드수수료에서 절반만 낮춰도 알바노동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임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공동운영위원장은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편의점에선 매출 총이익이 1천만 원 중 가맹본부에 주는 로열티가 35%, 상가 임대료가 200만 원, 더 높은 곳은 500만 원까지 한다고 한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는 50만 원까지 하면 가맹점주에게 남는 돈은 겨우 300~400만 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아르바이트 노동자 2명에 대한 임금까지 지급하고 나면 점주는 150만 원도 가져가지 못한다”며 “로열티가 기존 35%에서 10%만 줄어도 1백만원을 가맹점주가 더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열티, 임대료, 신용카드 수수료 중 하나만 낮춘다고 해도 최저임금 인상액을 상쇄하는 것 이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구자혁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운영위원은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9%지만 이를 지키는 건물주는 거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공약했던 계약갱신보호기간 10년 연장안도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상인들과 얘기했을 때 현재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부담이 되지만 임대료가 동결되거나 인상률이 9%에서 더 낮아지기만 한다면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래 전 망원시장 회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지역경제가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우선 대기업으로 빨려 들어갔던 자금을 지역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대기업의 골목침탈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지금 당장 최저임금이 올라도 어떻게든 버티기야 하겠지만, 정부가 향후 어떤 정책을 추진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며 “최저임금 협의가 있을 때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별도의 위원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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