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지난 의제에 충실한 보수 양당
        2006년 04월 17일 0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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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보수 정치인들의 질의는 과거를 향했다. 독재정권의 DNA를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철지난 색깔론을 들이대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과거를 향한 것은 여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미와 고문에 대한 일반론적인 비판이 메뉴로 올려졌다. 식상하긴 마찬가지.

    첫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한 후보자가 연루된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 남편인 박성준 교수가 연루된 통일혁명당 사건 등의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이 한나라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기타 납세실적이나 친인척 전과기록 등을 포함해 미제출한 자료를 후보자 스스로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붉은 색 페인트 제조의 원료를 대달라는 뜻.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총리 후보자의 역사와 시대상황에 대한 시각과 국가관을 보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사상검증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통혁당 사건과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북한의 조선노동당 강령과 규약이 대남적화 의지를 명시하고 있는데 한 후보자가 굳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이유”를 따져물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군인인 한 후보의 아들이 당초 지뢰병을 주특기로 교육받았으나 편제표에도 없는 여단장 당번병으로 보직 변경됐다는 점을 들어 외압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명숙 후보자는 이에 대해 “결코 보직변경에 영향을 준 일이 없다”고 응답했다.

    북한 인권 관련 영상물을 상영한 김재원 한나라당 의원은 한 후보의 북한 인권에 소극적인 입장을 비난했으며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박근혜 대표를 향한 한 후보자의 ‘독재자의 딸’ 발언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 중립을 위한 한 후보자의 당적 이탈 문제를 제기했다.

    선거 중립과 관련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김한길 열린우리당 대표의 경악할 만한 비리 발언을 겨냥해 “근거 없는 폭로 정치와 흑색선전에 대한 선거 주무 총리로서 입장”을 묻기도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한 후보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의혹 제기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 후보자의 과거 이력과 개인사를 확대해 드러내기도 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에서 한 후보의 당시 연루 상황과 고문 관련 진술내용을 상세히 공개했으며 유승희 의원은 한 후보에게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목희 의원은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의 고문과 관련한 법정 진술을 공개하면서 “당시 고문관과 수사관, 재판관들이 아직 현역에 있다”면서 한 후보자에 “이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후보는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은 유신말기에 정치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으로 교육자들을 간첩단으로 만들기 위한 고문이 있었고 저는 무인을 찍기까지 사경을 헤맸다”면서도 “지난날 어두움보다 밝은 미래에 대한 청문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명숙 후보자의 아들 병역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 의원도 거론하지 않은 한 후보자 아들의 이름을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거론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 생중계되는 상황이었다.

    이목희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한명숙 후보자가 당적이탈, 사상검증, 색깔론 등으로 많이 괴로웠을 것”이라며 “30년 전의 가해자들과 그 후배들이 다시 상처를 후벼 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이 비단 한나라당 의원들에만 해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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