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병원 신생아 4명 사망
    국과수, 프룬디균 감염 패혈병 원인
    의료연대본부 “감염관리 시스템 책임 있는 병원경영진 면죄부”
        2018년 01월 12일 07:3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연쇄 사망한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감염의 원인으로 알려진 주사제 취급 과정과 관련한 간호사와 주치의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사망 신생아들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과수에 따르면 사망한 신생아 4명의 혈액에서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면역 저하자에게는 드물게 병원 감염을 일으킨다. 신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패혈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국과수는 감염 경로와 관련해 “주사제가 오염됐거나,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세균 오염이 일어나 감염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유리병에 들어있는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지질영양제를 주입한 주사기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감영‧위생관리 부실로 인한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부검 결과에 따라, 신생아들 사망 전날(12월 15일) 지질영양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감염관리 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 간호사 2명과 이 간호사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위반한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등 3명 등 모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생아가 4명이나 사망한 이번 사고에 대해 병원 측이 아닌, 의료진 개인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는 “병원 경영진의 책임도 묻지 않으면서 개인 의료인 몇 명 처벌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감염경로와 관련한 구조적 문제를 다루지 않고 개인을 처벌하는 선에서 사고가 마무리돼선 안 된다는 취지다.

    감염경로 해명 안 돼···관리의무 위반 이유와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의 발표 내용에는 아직 핵심적인 사항인 감염경로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의료인들이 왜 감염관리 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통상적으로 병원감염과 환자사망률은 간호인력 등 병원 인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다면 감염경로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와 인력을 포함한 시스템문제까지 세밀하게 밝혀져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주사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다면, 왜 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감염관리 지침이 있어도 간호사가 왜 그대로 지킬 수 없었는지, 이런 상황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게 하는 구조는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의 인력수준에서는 손 씻기 등 감염관리를 위한 지침을 그대로 지키면 정해진 시간 안에 환자에게 해야 할 간호를 완료할 수 없다”며 “부족한 간호인력 수준은, 환자 간호가 지연되지 않으려면 감염관리가 부실해지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 간호사들이 놓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거듭 “명확한 감염경로와 근본적인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개인들만 처벌하고 끝난다면, 정작 감염관리 시스템에 책임이 있는 병원경영진에게 경각심을 주지도 못하고 간호인력 기준 강화도 요원해진다”며 “정부와 경찰이 병원의 꼬리자르기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면 문제의 핵심인 간호인력 수준을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복적인 의료사고에도 병원 측은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의료 사고에 대한 병원 측의 개선의 의지가 있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9월 이대목동병원에선 벌레 수액 사고, 지난 2016년엔 신생아중환자실 로타바이러스 환자 발생 등 반복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최 대변인은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고의 책임자들과 함께 의료사고 발생의 책임이 있는 병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