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촉천민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냐고?
[인도 100문-29] 여전히 착취·배제의 대상
    2018년 01월 12일 05: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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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0일 불가촉천민 출신 한 사람이 인도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기사가 타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본다. 불가촉천민은 이제 핍박받는 것이 아닌지? 그것이 여전하다면 어떻게 불가촉천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카스트는 과거 전통 시대에 주로 한 마을에서 식량과 노역을 서로 주고받는 네트워크 체계에 유효한 것이다. 오염된 것으로 여겨지는 노역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런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식량을 받는 체계다. 물론 그 식량이라는 것이 지주가 알아서 주는 것이지 노역의 대가가 값으로 매겨지는 것은 아니라서 상당히 불평등한 교환 체계다.

그 지주라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오염된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심한 것으로는 가축 도축, 시체를 치우는 일, 이발, 산파 일, 피나 똥 등이 묻은 옷 세탁, 집안 청소 등이 있다. 그런 일은 으레 불가촉천민이라는 최하층 카스트들이 도맡아 한다.

시대가 바뀌어 영국 동인도회사가 인도에 들어와 대대적으로 근대화를 도입한다. 그리고 그 근대화는 시장경제를 가지고 왔고, 새로운 직업이 대거 도입되었다. 낮은 카스트들은 도시로 나가 시골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노역을 제공하여 상당한 돈을 벌기도 하였다. 이발소를 차린다거나 세탁소를 차린다거나 도축업을 차리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 가운데 일부는 동물의 시체를 벗겨 가죽 공장을 하는 등을 하면서 상당한 부를 확보한 사람들도 있었다. 영국이 도입한 근대 산업에서 가죽 산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오염된’ 일에 불가촉천민을 제외하고는 누구 하나 선뜻 뛰어들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일을 하고자 나선 불가촉천민의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돈을 벌어 영국으로 유학을 가 완벽한 새로운 근대인이 되어 카스트도 바꾸기도 하고, 근대 인도를 이끌어가는 리더로 성장한 경우도 상당히 있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초대 인도 정부의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B.R.암베드까르(Ambedkar)다.

암베드카르의 동상

영국이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인도의 선각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받아들인 근대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었다. 더군다나 민족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1920년대 이후에는 보통선거제가 도입되면서, 비록 제한적이었지만 서서히 한 사람이 하나의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면서 과거의 카스트 신분보다는 개인 한 사람의 정치적 힘이 더 크게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불가촉천민은 여전히 가난하고, 천대받고, 무시당하고, 핍박받고,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인도 정부는 1947년 국민국가를 건설할 때 사회적 평등과 민족 통합을 국가의 큰 기조로 삼았다. 정치적으로 대부분의 권력은 수상에게 가 있지만, 연방 정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은 대통령이다.

인도의 정치권은 이 대통령직을 항상 사회의 소수에게 주는 전통을 세웠다. 종교적으로는 무슬림이나 시크, 성적으로는 여성, 카스트로는 불가촉천민 등을 선출한 것이다. 평등과 통합을 지향하는 의지로 보면 된다.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의원내각제로 나라를 운용하는 인도 정부에서는 집권 여당이 후보를 내세우면 야당은 후보를 내세우지 않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당에서도 후보를 냈다. 둘 다 불가촉천민이다. 결과는 여당 후보인 람 나트 꼬윈드(Ram Nath Kovind)가 대통령이 되었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는 있다. 대학총장도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소수는 영국 시대를 거치면서 집안 대대로 부를 축적하거나 독립 후 근대화 된 자본주의 상황에서 자수성가하여 매우 잘 살게 된 출신일 가능성이 백의 구십구다. 인도는 우리와 같은 직업의 자유가 보장된 지본주의 국가여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고, 누구나 그것을 기틀로 하여 사회적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있다. 그들 가운데 대통령이나 대학총장이 나왔다 해서 불가촉천민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산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착취와 배제의 대상이고, 강간과 살해의 희생자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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