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 비정규법안 보고서 은폐 파문"
        2006년 03월 30일 03: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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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이 4월 임시국회 비정규직 법안 강행 처리를 공언한 가운데,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에 용역의뢰한 비정규법안 관련 연구보고서 내용이 정부쪽에 불리한 결과를 나오자 이를 은폐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노동부와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법안의 차별시정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빠른 입법을 주장해 온 만큼 연구결과를 당정이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오늘(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용역의뢰한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 연구보고서를 공개하고 "이미 작년 12월 노동부가 비정규직 법안의 보호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보고서를 갖고 있었는데 이를 은폐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비정규법안 시행으로 차별적인 처우를 금지할 때 기업이 부담할 추가 임금비용이 당초 재계가 추산하던 20조원이 아니라 2.0조~4.7조로 크게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차별시정을 위한 비용이 1/10로 줄어드는 것이다. 고용효과 측면에서도 529개 사업체 설문조사 결과 1.18% 고용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비정규직의 임금불평등도 개선 수준은 분석 기준에 따라 3.4%, 5.0%, 5.8% 등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모든 기업이 비정규직 임금을 4% 가량 인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가 현재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단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법안이 시행될 경우 처음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임금격차가 80~85%라고 홍보해왔는데 그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일체 제시한 바 없다"면서 "당정 협의를 수시로 하는데 열린우리당이 노동부의 이러한 연구보고서 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모른다?

    이와 관련 비정규법안의 입안 처리를 주도해 온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노동부 연구보고서와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후 노동부와 보고서 작성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 홈페이지에 올해 2월경 해당 보고서를 게재했다"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기자의 확인 결과, 해당 보고서는 노동부 홈페이지 정보공개마당에 지난 3월 2일에서야 게재됐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비정규법안이 강행 처리된 이후다.

    또한 "지난해 12월 당시 보고서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에 보고 됐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노동부 관계자는 "3월에 인사가 있었고 국장, 팀장 등이 모두 바뀌어 당시 장관께 보고 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고서의 첫 페이지에는 "노동부 장관 귀하, 본 보고서를 노동부 수탁연구과제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에 대한 최종보고서로 제출합니다"라는 문구가 기록돼있다.

    현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연구보고서 확인 여부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시간이 있었다면 읽어보셨을 것"이라고 답해 이 장관에게도 해당 내용이 보고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자는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를 하면 장차관은 물론 해당 팀 관계자도 함께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면서도 "내가 직접 가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보호 아닌 노동 유연화가 목적"

    한편 노동부가 용역의뢰한 연구보고서는 연구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황선웅 연구위원은 "노동부의 연구서가 양극화 해소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비정규직 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를 하고 4.7조원으로 임금 4%만 올려주면 111~118만원의 임금으로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법안의 시행으로 비정규직의 증가 여부가 논쟁의 핵심인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연구방법에서 기본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단병호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라 노동유연화 문제를 합리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면서 "노동자의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해 처우개선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는데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단 의원은 "우리 의원실에서 한국비정규직센터에 의뢰한 연구결과는 물론 정부산하의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서도 비정규법안의 차별개선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비정규법안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제가 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단병호 의원실로부터 비정규법안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은 한국비정규직센터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중, 노동부측에 요청해 전달받은 자료 중에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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