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과 한국전력,
    이들의 조합은 가능한가
    [에정칼럼] 문재인 정부, 전력판매시장 개방에 관한 입장 궁금하다
        2018년 01월 12일 0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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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모임 자리에서의 단연 화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에 관한 것이었다. 적극적인 투자(투기?)를 권유하는 지인과 호기심에 귀를 기울이는 지인, 그리고 의심하는 나까지, 다른 모임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모임 당시에 내 입장과 지식수준은 비트코인은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기술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고, 공급이 한정돼 있어 수요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블록체인은 좋은 기술이니 여러 분야에서 적용 및 장려해야 한다는 정도였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중앙집중식이 아닌 개인과 개인 간(P2P) 방식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보관하고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는 네트워크 보안 기술을 말한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 데이터를 검증하고 저장하기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이 높고, 특정인이 임의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기 어려워 보안성이 높으며, 중개기관이 없어도 네트워크가 운영돼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은 이미 산업계의 핵심 기술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금융업계는 이미 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IT서비스, 물류, 에너지, 통신, 보험, 게임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기술의 실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가치를 지닌 대상이라면 모두 블록체인으로 거래할 수 있다고 하니 원론적으로는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얘기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세계 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거래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사업들이 있다는 것도 지인에게 듣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관련해서 당시에 떠오른 생각은, 전력시장이 개방돼 있는 국가들에서는 관련 사업이 가능하지만, 한국과 같은 전력산업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사업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전력 발전-송전-배전-판매로 이어지는 전력구조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송·배전과 판매 사업을 독점하고 있고, 발전부문이 열려 있긴 하지만, 한전 자회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이 이끄는 새로운 전력시장은 분산된 전력시스템이 토대가 될 것”이며 “여기에는 대규모 원전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까지 모두 포함되며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블록체인 상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동시에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 거래 모두 블록체인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 유형을 보면, 태양광발전 등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자(개별 가정 등)와 소비자를 블록체인 기술로 연결해주고, 당사자(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수익이 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전력거래소가 하는 역할에 가까워 보인다. 그 차이는 누구나 쉽게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간편하고 안전한 전력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기존 전력 거래 시스템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전력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실시간 공유하면 확인 및 증빙 절차를 축소할 수 있어 간편하고 신속한 전력 거래가 가능하다.

    한국 전력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경우 소수의 대규모 생산자로부터 다수의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중앙집중형 단방향 전력 계통 구조를 다수의 생산자와 소비자(프로슈머)가 분산형으로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는 양방향 전력 계통 구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인이 집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이 생산된 전력을 이웃 간에 사고 팔 수 없다. 한전이나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을 거래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생산/소비자 간 직접거래(P2P: peer to peer)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2016년 3월부터 ‘프로슈머-이웃 간 전력거래 실증사업’을 시행했다. 3단계로 구분된 이 사업은 1단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를 갖춘 프로슈머가 사용하고 남는 전력을 이웃에게 판매하도록 했고, 2단계에서는 빌딩과 학교 등의 대형 프로슈머와 소비자 간 전력거래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최종 단계인 3단계는 프로슈머 사업자가 발전과 판매를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형 프로슈머를 육성하는 것으로, 전력 발전과 판매를 겸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기사업법이 개정되지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소규모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모아 민간의 중개사업자가 전력도매시장에 판매하는 소규모 전력중개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전력거래소에서는 2016년 7월부터 소규모전력중개시장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참여기업들을 모집해 MOU까지 체결한 상태였지만, 관련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시범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2가지 시범사업은 동일한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연관돼 있다. 2016년 당시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전기자동차충전사업·소규모전기공급사업 및 소규모전력중개사업 등 3가지 사업을 전기신사업으로 규정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등록한 뒤 전기신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반면에 당시 야당에서는 전기판매사업자를 한전으로 한정함으로써 현재 한전의 전력판매시장 독점을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정부의 개정안과는 반대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으로 맞섰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력판매시장 민간 참여 확대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추진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당시 야당에서 이제는 여당이 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는 확인했지만, 2001년 이후 변함없이 유지되어 온 전력산업구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전은 ‘블록체인 기반 이웃간 전력거래 및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전력시장 구조에서 한전과의 협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분산형 기술로 알려진 블록체인과 한전의 조합은 왜인지 엇박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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