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회담 3개항 합의
    정세현·이종석 전 장관 “잘 된 회담”
    북핵 의제에 대해서는 비관 낙관 갈려
        2018년 01월 10일 09: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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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은 9일 고위급 당국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진행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회담 진행 등의 내용을 포함한 3개항을 합의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회담을 시작해 10시간여의 회담 끝에 ▲평창동계올림픽에 대규모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 방문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 후속 회담 개최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보도문을 채택하고 회담을 마무리했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보면, 남북은 우선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북쪽은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쪽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 남북은 북쪽의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 문제 등 실무협의를 위한 후속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회담 일정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2016년 2월 남측의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반발해 중단시켰던 서해지구 군 통신선도 이날 복원됐다.

    관심을 모았던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한반도 비핵화 등은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지만 2년 가까이 단절됐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시작으론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은 10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잘 된 회담”이라고 평가하며 “적십자회담이 (공동보도문에) 거론되지 않은 건 조금 아쉬운 점이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나. 앞으로도 필요하면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했으니까 남북 간에 대화의 모멘텀은 확실하게 조성이 된 것으로 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통일부 전 장관 또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서 “무난히 잘 진행됐다고 본다”며 “당장 북미대화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평화 분위기 조성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북미 간 공식적인 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회담에서 남북 모두에서) 개성공단 재개나 남북 경제교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들은 앞으로 적지 않은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회담 이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담에서도 우리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자 북측은 ‘남북 간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종결회의에서 북쪽에서 강력하게 반발했다는 소식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평양 지도부에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라는 지시가 왔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되길 바라는데, 북한은 처음부터 ‘이건 미북 간에 하는 거지 남북 간에 할 일이 아니다’ 하는 식으로 실랑이를 하면 오히려 (회담이) 오염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앞으로도 애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종석 전 장관은 “그동안 남북관계 역사를 보면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북한 핵 문제를 남북이 의제로 놓고 다뤘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북한은 ‘너희는 빠져라’ 이렇게 주장을 한다”며 “지금은 남북관계가 깊은 갈등의 수렁에서 막 벗어나려는 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은 남북회담에서 핵 문제를 다루려고 하지 않겠지만 향후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당연히 북핵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받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2016년 4월에 중국에서 북한식당 집단 여성 종업원들 집단 탈북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 송환 문제 가지고 (북한이) 지금까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것이 이산가족 상봉과 맞물려 있다 보니 북한이 아마 쉽게 대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차례 회담을 하면 이 문제는 풀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의 장소가 금강산으로 한정돼 있어서 금강산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계기로 북쪽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2년 전에도 그 문제 때문에 차관급 회담이 결렬된 바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군통신선을 복원한 것 또한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에 반발해 군통신선을 끊었다.

    이 전 장관은 “군통신선을 복원해야 서해 통로를 통해서 남북이 오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또 한편으로는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다시 가동된다”며 “한반도 긴장완화나 남북관계 안정적 관리, 이런 것에서 특히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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