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기자실 없어지던 날
        2006년 03월 30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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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4월 15일,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에 성공하고 나서 생긴 가장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가 중앙당사의 기자실이었다. 100평 규모에 60명의 신문, 방송기자들이 동시에 기사를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할 만큼 기자실은 기자들로 붐볐다. 불과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언론에 실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 했던 당직자들로서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기자실은 원내정당이 된 민주노동당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2006년 3월 29일, 민주노동당 기자실이 없어졌다. 서울시당이 마포에서 중앙당으로 이전하면서 기자실에 입주했다. 당에 대한 보도비율이 높은 진보매체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몇 개의 부스를 남겨놓긴 했지만 기자실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한 정도다.

     
    ▲ 29일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는 서울시당 당직자들
     

    원내진출의 상징

    화려하게 출발한 민주노동당 기자실의 영광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자리 확보를 위해 경쟁할 만큼 붐볐던 기자들은 기대보다 뉴스가 적다는 이유로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5월말에는 눈에 띄게 기자수가 줄어 있었다.

    그래도 국회의원은 당직을 맡지 않는 민주노동당의 독특한 제도 때문에 원외일 수밖에 없는 당대표 등 지도부들은 국회 기자실보다 당 기자실을 더 많이 이용했다. 의원들도 당지도부와 공동회견을 할 때는 당기자실을 이용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는 거의 모든 기능이 국회기자실로 이전됐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미리 공지해도 기자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당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던 무렵이다.

    그동안 기자실은 중앙당 당직자들의 휴게실 역할을 했다. 1년 가까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공간낭비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예산절감을 위해 기자실을 없애고 임대료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서울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

    컴퓨터를 설치하고 있는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을 붙들고 중앙당으로 이사를 오게 된 배경을 물었다.

    "60일 남은 지방선거에서 중앙의 역할,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역할이 크다. 서울시 선대위와 중앙당의 밀접한 결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만들기 위해 여의도 이전을 결정했다."

    그가 짐을 풀고 있는 시당위원장실은 예전에 기자휴게실로 쓰이던 공간이다. 위원장이기 이전에 당원일 수밖에 없는 정 위원장에게 중앙당 기자실이 없어지는데 대한 소회를 물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로 여의도에 들어왔다. 지금은 기자실을 시당이 접수하지만 반드시 다시 이곳에 기자들이 모여들도록 만들겠다." 소회 대신 각오를 들려줬다.

    이삿짐을 옮기느라 분주한 서울시당 당직자들을 바라보는 중앙당 사람들의 얼굴엔 착잡함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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