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전환 과정,
    불필요한 갈등 없어야
    [노동자 내전·갈등④] 길은 멀다
        2018년 01월 10일 12:19 오후

    Print Friendly

    작년 말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노동자 간의 갈등에 대한 서울지하철 업무직협의체 대표의 기고 글인데, 노사 합의와 대담 등의 일정으로 조금 늦게 게재되었다. 시기와 별개로 여전히 지금도 유효한 내용들이다. <편집자>
    ———————–  

    앞 회의 글 [노동자 내전·갈등③]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관련 대담

    지난 7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산하 투자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침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31일 밤, 이중 절반 이상인 1455명의 무기계약직이 속해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에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업무직 당사자들이 지적하던 차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이 과정에서 예상치 않은 또다른 과제가 남았는데, 바로 정규직 전환의 당사자와 이를 반대하는 기존 직원간의 갈등입니다.

    기존 직원들이 반대하는 이유와 갈등 양상

    기존 직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였습니다. 첫 번째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금 총액 및 정원 잠식 등 기존 직원들의 희생이 뒤따를지 모른다는 우려이고, 다른 한 가지는 업무직의 정규직 전환 자체에 대한 반대입니다.

    이로 인한 반대의 모습 역시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자가 기존 직원들의 희생에 대한 우려 혹은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논리적 접근이라면, 후자는 막말과 인격모독 등을 동반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반대입니다.

    하지만, 기존직원과 업무직 간 갈등의 책임을 두 당사자에게 묻는 것은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두 당사자 간의 갈등은 정부가 만든 구조적 문제에 의해 조장되었고, 방치되었다고 보는게 맞기 때문입니다.

    기존직원과 업무직 간 갈등의 책임은?

    사실, 많은 이들이 처음부터 기존직원과 업무직 간의 갈등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전환 대상인 타 기관에서도 비슷한 내부 갈등이 존재함을 보았을 때 이미 예견된 갈등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싶습니다.

    바로 정규직 전환의 책임 주체인 서울시(혹은 문재인 정부)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서울시가 구체적인 제도적 뒷받침을 하지 않아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한 책임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서울시의 노동존중 특별시 2단계’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 전환한다’라는 선언적 원칙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나 전환 내용 등 그 모든 것을 노사 협상에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심지어 진행 초기 예산 및 정원마저 명확하게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가 없는 채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임금 및 정원등에서 희생을 우려한 기존 정규직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대로, 업무직은 업무직대로 명확한 근거가 없이 말뿐인 정규직 전환에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사자들이 ‘서울시가 전환의 내용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전액 지원함을 명확히 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갈등’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협상이 난항에 빠졌던 이유는 한정된 예산이 원인이며, 기존직원의 불안 역시 불확실한 예산에 있음을 볼 때 서울시가 이를 해결하고 왔더라면 당사자들이 불안해 할 이유도, 이로 인해 갈등을 빚을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둘째로, 사회적 합의 위한 노력 없이 선언으로만 그쳐 당사자들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확대시킨 책임이 있습니다.

    같은 노동을 함에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구분지어 차별받아야 했던 지금의 비정규직 제도는 잘못된 제도입니다. 따라서 ‘비정규직 폐지’는 이해관계의 충돌도 선택의 문제도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이며 사회 진보의 문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타올랐던 촛불혁명도 100대 과제로 비정규직 폐지를 꼽았고, 이를 계승하겠다며 당선된 문재인 정부 역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20여년이 넘게 지속되어온 제도를 바꾸는 일은 (아무리 그 제도가 잘못된 제도라 하여도)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에 대한 모든 합의와 갈등을 당사자들에게만 맡겨 놓은채 진행되었습니다.

    ‘비정규직 제도의 폐지’가 왜 중요한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어떤 의미인지’, 나아가 ‘이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등을 설명하고, ‘기존 직원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음’을 설득하기 위해 서울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결코 취업준비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아님과 같이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와 같이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고, 그 모든 책임과 갈등이 온전히 업무직과 기존직원 두 당사자에게 쏟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무수한 가정과 우려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각자의 입장과 입장들이 날것 그대로 부딪히게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한 것이라고는 이기는 편이 우리편’이라도 되는 양 당사자들간의 다툼을 지켜볼 뿐이었고, 이런 다툼 속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옳고 그름’이 아닌 두 당사자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선택의 문제로 변질되 버렸습니다.

    이처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노동자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갈등이 빚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을 마련하고, 나아가 그 갈등을 확대하고 방치한 서울시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또다른 책임, 갈등을 조장하고 방치한 서울교통공사

    서울시가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것과 별개로 서울교통공사에게도 갈등을 조장하고 방치한 책임이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자간 갈등이 직접적으로 부딪혔던 곳은 ‘소통게시판’이란 이름의 내부 익명게시판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시로 올라왔으며, 그 중에는 의견 개진으로 보이는 글들도 많았지만, 인격모독과 근거 없는 비난에 해당하는 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심한 경우 업무직을 폐급으로, 무임승차를 바라는 쓰레기로 표현하는가 하면, 아무나 다 정규직 전환 시키냐며 ‘서울 짬통공사’라 부르는 등 비아냥 섞인 글들 또한 많았습니다. 또 다른 경우, 업무직 중 한명이 과거 진보정당 이력이 있다며 ‘빨갱이’이니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종북’, ‘평양교통공사’과 같은 색깔론 까지 들먹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업무직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였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 스트레스성 탈모가 진행된 사람등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이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어 업무직 중 한분이 자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 바 있습니다.

    이에 업무직들은 수차례 소통게시판을 폐쇄하거나 실명 전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공사는 이를 방치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은 이곳에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직원간 갈등을 야기하고, 무분별한 인격모독과 근거없는 비난이 자행되는 소통게시판을 유지하고 방치한 공사역시 노동자간 갈등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노동자 갈등 없는 정규직 전환 위해 정부가 제역할 다해야

    위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에서 진행되는 정규직 전환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노동자간의 갈등은 결코 노동자 스스로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를 구조적으로 조장한, 그리고 방치한 서울시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향후 진행되는 타 기관 정규직 전환에서는 번지르르 한 말만 앞세우지 말고 구체적인 방침과 이를 뒷받침할 예산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며,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규직 전환’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에서 책임주체인 서울시를 향해 쓴 글이지만,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필자소개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