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다고요? 천만에, 당당한 권리입니다"
    2006년 04월 15일 06: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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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서민경제운동본부 양규서 상담실장

15일 민주노동당 중앙당을 방문한 전북도당의 ‘나홀로길라잡이’ 회원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엄마와 딸, 아저씨 그리고 이들과 함께 온 유치원생 꼬마, 초등학생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앞과 뒤를 연신 뛰어다니며 민주노동당 깃발을 든 모습이 꼭 여행사 가이드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그가 전북도당 서민경제운동본구 양규서 상담실장이란다. 전북도당의 신용회복 사업을 이끌면서 전국 최초로 ‘나홀로길라잡이’ 모임을 만들고 이 사업을 통해 이날 회원 60명이 당원이 되도록 한 주인공이다.

양규서 실장은 당초 전북 완도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하던 일을 접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지난해 임대아파트 문제로 전국투어를 하던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이선근 본부장을 만나게 됐다. “이 일이다 싶었다”는 양규서 실장은 바로 서울로 와서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 2개월간 자원봉사를 하며 신용불량자 문제와 파산선고 제도에 대해 공부했다.

다시 지역에 내려와 파산선고 신청 상담활동을 벌였지만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다. 몇 차례 더 교육을 받고 직접 파산선고 신청을 해나가면서 지역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8월 즈음 본격적으로 벌인 파산선고 신청운동이 12월 전국 최초로 ‘나홀로길라잡이’ 모임을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양규서 실장은 파산신청 사업을 통한 조직화 성과를 알리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다. 파산신청을 상담해주는 조건으로 당원 가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길까 해서다. 하지만 양 실장은 이 사업 또는 운동이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운동이라고 믿고 있다. 집권은커녕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곳곳에 있지만 그의 믿음은 확고하다.

   
▲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서민경제운동본부 양규서 상담실장

“민주노동당 집권할 수 있습니다. 나쁜 놈들도 집권하는데 우리가 왜 못합니까? 이건 정말 심각해요. 6~7명 중에 1명은 신용불량자라는 겁니다. 나는 아니어도 이모든 처제든 가족 중 누구 한 사람은 꼭 있더라구요.”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사무실은 물론 아파트 부녀회에 가서도 파산신청 상담을 해주고 길거리에서도 상담을 받는다. 임대아파트에 나가면 집집마다 파산선고를 신청할 사람들이 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전북에서만 700명이 ‘나홀로길라잡이’를 통해 파산선고 신청을 했고 서류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 등 점점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파산선고 신청을 하고 민주노동당에 고마워하는 분들이 민주노동당이 반대하는 전북 새만금 사업에는 찬성을 하더란 말입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파산 선고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도를 알려주고 신청을 함께 해주는 제도의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 실장은 “제도가 아니라 ‘권리 찾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산선고 신청 제도가 있으니 신청하라는 것이 아니라 파산신청은 1962년 만들어진 파산법에 따른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알려질까 봐 쪽팔리다”는 할아버지에게 되레 구박을 준다.

법에 정해진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데 뭐가 창피하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창피해하다가도 서류를 준비하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동안 서너 차례 만나고 교육을 받다보면 파산 신청을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양 실장의 설명이다.

파산신청이라는 하나의 권리를 찾고 나면 자연 다른 권리 찾기에도 적극적이게 된다. ‘나홀로길라잡이’ 회원들 가운데 대다수 학부모들은 최근 전교조에서 의식화 교육(?)을 받고 내년부터는 학교 운영위원이라는 새로운 권리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또 경남이나 강원 지역 등에서 ‘나홀로길라잡이’ 같은 모임을 만들려는 움직임에 전북 지역 회원들이 직접 찾아가 도울 예정이다.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나홀로길라잡이’식 모임과도 교류를 펼칠 계획이다. ‘나홀로길라잡이’ 모임의 1년 사업 계획을 회원들도 줄줄 외우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서울 사는 식당 아줌마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양 실장이 씩씩하게 외친다. “무슨 문제 있으면 민주노동당에 전화하세요. 다 해결해드린다니까요!” 민주노동당 깃발을 어깨에 걸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양 실장의 모습 앞으로 민주노동당 집권의 희망이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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