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정파 독식 위한 밀실 협상
    진보정당, 민주노총 파괴할 수도"
    [총선평가 : 비주류 시각] "선거부정, 진보후진성 보여준 것"
        2012년 04월 29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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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에서 거둔 결과에 대해 노동자 중심을 표방한, ‘3자 통합’ 정당으로서는 패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통합진보당의 비주류 주요 인사들이 총선 평가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사진=장여진 기자

    특히 울산, 창원 등 노동자 중심 지역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등 당의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 성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행위 의혹 등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당권 경쟁을 앞둔 시점에 ‘조직된’ 토론회여서 주위의 관심을 모았다.

    통합진보당 내 노동운동 출신의 비연합 계열 인사들이 중심이 된 ‘노동중심의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사람들’(약칭 ‘노진사’)과 소통과 혁신연구소, 자주평등연구회는 27일 “4.11 총선 평가 토론회 – 총선 패배의 교훈과 반격을 위한 성찰”이라는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열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당권파의 패권주의와 노동 중심성 실종, 부정선거 행위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패한 야권연대, 특정 정파 위한 밀실 협상”

    이날 토론회에 기조발제를 맡은 송재영 노진사 기획단장은 4.11 총선이 야권연대에 의한 선거였기 때문에 야권연대 성공 여부가 통합진보당의 전략적 목표이자 평가 기준이라고 전제하고, 야권의 과반수 미달과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실패로 나타나 이번 총선 결과는 “패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단장은 “야권단일후보 협상 과정에서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경선 지역과 무공천 지역을 정한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특정 정파가 주도하여 무공천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지역, 다른 정파 후보를 희생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 용퇴 지역’이 아닌 경선지역에서도 “당 지지율 차이가 10배 이상 차이나는 지역에서 당명을 넣어 후보단일화를 진행한 것은 명예 살인”이라며 이는 “특정 무공천 지역 확보 우선주의에 매몰되면서 단일화 경선 방식에 아무런 논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강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파 패권주의와 독식주의가 진보정치 1번지인 창원과 울산의 전패 원인”이라며 이는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에서 나타난 노동 중심성 실종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과제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노동 중심성 복원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김창희 남양주 위원장은, “총선 직후인 4월 16일 당선자대회 중 한 당선자가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20%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심판의 결과이며, 우리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그것은 경기동부의 승리이지, 통합진보당의 승리가 아니다.”가고 지적하고 “그 당선자는 (당의 승리보다)정파가 승리한 것을 더 기뻐했는데, 이것이 말이 되는 거냐.”며 당권파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탈당파인)통합연대와 통합되기 전에도 당권파가 야권연대에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부터 (민주당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어느 지역을 주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가지만 해도 당권파는 ‘일관된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라는 기준을 이야기했었지만, “통합 이후에는 소문만 무성한 채 일관된 기준 없이 지역별 야권연대 움직임을 전면 중단하고 중앙에 따르라고 했다”라며 “호남지역은 이미 후보 배분이 다 돼 있었고, 불쌍한 수도권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당을 믿고 출마했던 예비후보자들만 금전 손해를 보았다. 단일화를 주도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김형탁 전 과천의왕 예비후보는, “통합진보당 스스로 독자적 승리를 도모한 적이 있느냐”며, “야권연대를 통해서 승리의 주역은 민주당, 민주당의 승리는 곧 통합진보당의 승리라는 구도가 팽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총선 패배에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이라도 보여줬는데, 통합진보당은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있느냐”며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야권연대에 매몰돼 복지 문제 등 이슈가 사라졌다.”며 통합진보당이 반MB 프레임에 갇혀서, 민주당의 분위기에 휩쓸려 독자적 전략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부정선거, 진보정당 후진성 보여줕 것”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이정희 대표의 문자 파동과 사퇴 소동,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부정한 방식의 선거 운동 등 패권적 행태와 맞물린 비민주적인 당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구 국민참여당 사무총장 출신인 권태홍 전국운영위원은 당내 부정선거에 대해 이는 “진보정당의 후진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 같은 후진성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당내 정파갈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국민참여당에 대해 ‘신자유주의자 정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참여당이 참여정부 시절 책임 있는 사람들이 있는 당 아니냐고 하는데, 실제 당원 중 참여정부에 발 담근 사람은 몇 안 된다”며 이를 반박했다. 그는 “4만5천 명 국민참여당 당원 중 80%가 생애 첫 당으로 자신의 당을 선택한 것이며, 참여정부 시절 명망가들은 그 이후에야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도 노무현에 대한 열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그가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던 것은 제대로 된 정당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참여당이 3당 통합에 참여한 것은 이 같은 후진적 정당 구조를 벗어나는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내 정파 이름이 (경기동부, 광주, 울산, 인천연합 등)지역 이름으로 갈리는 것부터가 진보적이지 않다.”며 “사상, 문화, 비전 등의 차이로 정파가 나뉘어져야 하며 정책대결을 통해 정파 간 공존과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권연대 협상에 대해 초반에 민주통합당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의 “협상장에 참여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람들만의 이해관계가 관철된 밀실 협상”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부정선거와 특정 정파의 독식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조차도 작은 이해관계에만 집착하고 진보정당 운영의 ‘후진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문제 제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당권파는 물론 비주류까지 겨냥해 비판했다.

    그는 이어 “본질적인 것까지 성찰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너무 오랫동안 당 내부 대립과 당권문제에만 집착해 당 밖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재영 단장은 “부정선거 발생 및 의혹 사태가 진보정당의 불신과 의구심을 확산시킨 것으로 투명하고 엄중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하면서 “과거처럼 대충 처리하면 당의 분열 과속 될 것”이라 경고했다.

    당과 민주노총 분리해야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을 지낸 바 있는 하부영(제2민주노조운동 실천단)씨는 노동정치 거점 도시인 울산에서 패배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노동운동의 분열”을 꼽았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에서 통합진보당을 집중투표 정당으로 결정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을 분열시켰고, 이것이 울산의 패배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결정이 정파 사이의 갈등과 무관치 않다며 “공조직인 민주노총의 결정사항이나 방침이 사조직인 정파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며 “진보정당이 실질적으로 노동자들 편에 서기보다 오히려 노동조직을 장악하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총에서 월급 받으면서 정파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며, 노동 중심성보다 정파 의존성이 강한 민주노총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이를 패권주의라 비판하면서 ‘1천명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패권주의에 대한 역패권주의”라며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정파에 의한 내부 분열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로 나타났으며, 나아가 복수노조로의 분열과 어용노조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이) 더는 민주노총을 동원해서는 안 되며, 계속 동원을 하려 했다가는 민주노총이 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미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당과 민주노총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진보신당의 법적 해산으로 진보정당 다당제 시대가 명확해진 가운데 정치성향이 다른 조직 내부 세력을 통합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이라며 조직의 분열을 방지하고 조직력을 복원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원래의 역할대로 파업하고 투쟁하는 모습으로 활동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두 번째 과제로 “‘제2노동자정치세력화 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기존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실패 원인을 냉정하게 규명하고 평가해 대안을 만들어야”된다며 “새로운 정치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기간은 정책협약을 통해 노동 의제를 이슈화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태홍 전국운영위원도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 모두에게 유리했으며, 민주노총 할당 대의원들이 노동자들을 대변했는가?”라며 회의적 입장을 표시하고, 당과 노조는 정책협의 우선권, 일상적 연대 대폭 강화 등을 통해 정책적 이해관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행위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통합진보당 내 비주류들이 모여서 당권파에 대한 성토와 일정 부분 자기 성찰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또한 향후 당내 권력 투쟁 과정에서 이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의 일단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날 토론은 정성희(소통과 혁신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송재영(노진사 기획단장), 하부영(제2민주노조운동 실천단), 양호경(청년유니온 정책팀장), 토론자 권태홍(전 국민참여당 사무총장, 현 통진당 전국운영위원), 김형탁(전 진보신당 사무총장, 현 통진당 과천의왕 예비후보), 김창희(현 통진당 남양주 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70여 명의 참석자가 토론장을 가득 메웠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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