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무력화 흐름 속
안철수도 ‘최임 산입범위 확대’ 주장
    2018년 01월 08일 05:26 오후

Print Friendly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보수정당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것이라 노동계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안철수, 편법 비판하면서도 최임 산입범위 확대 주장
정의당 “최임 인상 효과 무력화” 민주노총 “최저임금법 존재이유 없애자는 것”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불러온 부작용에 노동자들의 비명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압구정 아파트 경비노동자 전원 해고, 대한항공의 여객기 청소노동자에 대한 수당을 기본급 포함하려는 편법 움직임 등을 거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가 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신기루”라고 규정한 후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불려줄 것처럼 하더니 실제로는 노동자·서민만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혹한의 거리로 내몰리고 있고, 사업주들은 고육지책으로 근무시간 단축, 수당산입 등 편법을 쓰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껏 말해 온 ‘사람 사는 세상’이냐”고 반문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발생한 사용자의 편법, 불법 행위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시급히 상여금, 숙식비 등의 최저임금 산입법위 확대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당의 기본급 포함 등 현행법상 불법, 편법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꼽은 것이다. 사실상 불법의 합법화를 요구한 셈이다.

특히 대한항공 여객기 청소 노동자들의 수당 산입 문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전인 지난 4년 동안 지속돼온 고질적 문제였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도 지난달 30일 총파업 출정선언문에서 “지난 4년 동안 회사는 최저임금을 맞춘다며 일방적으로 기존 수당을 삭감하여 기본급에 포함했다. 실질임금 인상 없이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는 꼼수만을 반복해 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TF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관련, 정기 상여금을 포함하는 등 확대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최종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일부 정당과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훈 정의당 ‘노동이 당당한나라 본부’ 본부장은 이날 상무위에서 “정의당은 이번 전문가 TF 권고안 중에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견에 반대한다”며 “산입 범위의 확대는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킴은 물론이고, 월 소득이 채 200만 원이 안 되는 940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정의당 비상구 등을 통해 이미 접수되는 상담에 따르면 올 초부터 기업주들을 상여금을 월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복리후생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삭감해 기본급에 산입하는 등 각종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꼼수, 편법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지난 26일 성명을 내어 전문가TF 권고안을 비롯한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말 해고가 가시화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제도개악까지 추진하는 것은 최저임금법의 존재이유와 근거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산입범위 확대 이전에 왜곡된 임금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지금까지 초과노동비용을 낮게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상여금 및 각종 수당 도입으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유지해왔다. 전문가 권고안은 현행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수당이라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사후적으로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개악 권고안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와 함께 최저임금법과 제도의 개악저지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 제외한 보수 야3당, 영세자영업장 일자리지원금 중단해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자영업장에 지원하는 일자리지원금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인데, 국민의당은 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해법을, 바른정당은 간접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유일한 대책이자 미봉책”이라며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평가절하하고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전면 재조정하고 ‘혈세보전’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 연말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94명이 일괄 해고 통보를 받은데 이어 편의점, 주유소, 미용실 등은 알바생 고용을 줄이고 있고 새로운 일자리는 막히고 있다”면서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계기를 초래했던 전철을 그대로 문재인 정권이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임금 상승을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상승시켜 오히려 해고를 양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또한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통해서 이 후폭풍 억누르려고 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계속 통제할 수만은 없다”며, 영세자영업장에 대한 지원금 지급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 심의 당시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직접지원은 저희 바른정당을 포함해 모든 야당들이 반대했다. 4대보험 지원, 근로장려금 제도 활용 등 간접지원이 맞다고 얘기했다”며 “당장 2019년 예산부터 직접지원은 없애고 간접지원을 정교하게 짜서 2019년 예산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