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대 총학, "학습권 침해말라" 노조 농성장 폭력행사
    By tathata
        2006년 04월 17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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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학교의 총학생회가 파업을 하고 있는 노조에게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농성장에 들어가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학생 30여명은 지난 11일 전국대학노조 한국외대지부의 파업으로 도서관과 취업정보센터 등 학습활동에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며 파업 농성장에 들어가 대자보를 찢고, 조합원을 발로 차는 등 폭력행위를 저질렀다.

    외대지부는 대학당국과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 가입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해 지난 6일부터 대학 본관 로비에서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총학생회가 농성장에 진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부터 ‘실용주의’를 앞세운 쪽이 당선돼 활동하고 있다. 

    당시 광경을 목격한 조명훈 씨(27.영어과)는 “대학본관에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며 항의방문을 갔는데 갑자기 로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총학생회 학생들이 팻말지지대를 들고 휘두르며, 대자보를 찢고, 조합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며 상황을 전했다. 조 씨는 “대자보를 찢는 학생들과 이를 저지하는 조합원들 사이에 몸싸움과 욕설이 뒤엉켜 그야말로 난장판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노조의 파업농성장에 진입해 대자보를 뜯어내고 있다. (사진 -전국대학노조 외대지부)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항의방문 과정에서 나타난 우발적인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학생회와 함께 파업농성장에 진입한 동양어대 학생회장인 이재영 씨는 “시험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노조가 도서관 대출업무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취업관련 시설인 경력개발센터의 업무도 하지 않아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당해 파업을 풀고 하루빨리 업무를 정상화시켜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간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자보 가운데는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는 타 대학노조의 지지글도 있어 우리 대학도 아닌 노조가 파업 장기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감정이 격해져 욕설과 몸싸움이 오갔을 뿐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대지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시 농성장에 있던 조합원들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고령자로 아들 뻘 되는 학생들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력을 당하는 등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한 조합원은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사건이 있은 후, 파장이 커지자 총학생회는 지난 14일에는 대학본관 로비에서 침묵시위의 형태로 노조와 학교 당국을 향해 업무 정상화를 촉구했다.

       
     
    (사진-전국대학노조 외대지부)
     

    총학생회와 노조의 ‘불편한 관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외대지부가 총장선출을 교수, 학생, 교직원이 참여해 민주적 절차를 밟을 것을 주장하며 노조 간부 부분파업을 선언하자, 총학생회는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노조를 비판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업무 공백이 있는 현장에 학생들을 배치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총학생회를 향해 파업의 영향을 축소시키기 위해 ‘대체근로’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난했다. 현재도 외대 도서관은 총학생회가 자원봉사대를 구성해 도서출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과거 사회운동의 주축이었던 대학생들이 취업경쟁으로 내몰리면서 공동체적 관심을 상실해 가는 가운데 일어난 일로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며 “노동운동을 비롯한 운동진영이 어떻게 이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설득과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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