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콘서트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된 공연이 ‘인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공연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28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 미국의 여성 소프라노 가수 ‘바바라 헨드릭스’는 공연 시작에 앞서 "이 공연이 북한 인권을 위한 공연이라는 사실을 서울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놀라서 유엔인권기구에 문의했으나 그들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사실을 알고 공연을 취소할까 생각했지만 한국 관객들과의 우정을 생각해 무대에 섰다. 만약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환불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3천여명이 모인 객석은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러분도 나도 속았다
애초에 이 공연은 수익금 일부를 유엔산하인권기구에 기부해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사업에 쓰여질 것이라고 알려졌다. 공연을 주최한 인권단체 ‘크라이프리덤’은 이런 내용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공연의 제목도 "Human Being is There"로 인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날 공연을 사전 보도한 조선일보, 한겨레,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사들도 "북한인권콘서트"를 제목에 넣었다.
그러나 정작 가수 본인이 무대에서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내한공연을 앞둔 지난 20일자 경향신문의 기사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경향신문이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헨드릭스는 북한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미국 정치인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인권은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북한인권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헨드릭스는 예술가로서 뿐만 아니라 87년부터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명예대사로 활동하는 등 인권운동가로도 이름이 높다. 그는 이미 3차례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다.
공연진행도 낙제점
이날 공연은 주최 측이 남발한 초대권으로 시작 전부터 혼란을 빚었다. 초대권을 들고 온 600명의 관객 중 300여명만이 시작 직전 간신히 입장 할 수 있었고 나머지 300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입장하지 못한 손님들과 공연이 알려진 주제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관객들의 환불요청에 시달린 세종문화회관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계적인 가수의 공연이 이렇게 황당하게 치러진 원인은 꼭 밝혀져야 한다. 헨드릭스의 이번 공연은 상호 의사교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해프닝이 아니라면 북한인권을 내세운 상술일 수밖에 없다.
공연을 주최한 크라이 프리덤은 뉴라이트 계열로 알려진 이두아 변호사와 장원재 숭실대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인권단체다. 29일 현재 크라이 프리덤 사무실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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