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다짐한다
[종교와 사회] '종교개혁과 사회개혁'
    2018년 01월 05일 03: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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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이 있었던 2017년도 떠나가고 새해가 밝았다. 늘 그렇지만 새해라고 특별히 변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송구영신의 새해맞이는 모두를 들뜨게 한다. 한 해를 보내면서 잘한 일이 있었나? 잘 못한 일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좀 더 잘하고 좋은 삶을 살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누구나 다 착하고 칭찬받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같을 것이다. 종교생활의 궁극적 목적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살아가기 팍팍한 세상살이, 갈등과 번민꺼리 투성이의 주위 환경,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주변의 변화들. 한편, 무엇보다도 더 알 수 없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주위 환경이 어떻게 바뀌든, 중요한 것은 나 자신만 흔들리지 않고 정의롭고 착하게, 욕심 없이 넓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만 있으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주위 환경보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큰 일이라 생각되는데, 그 문제의 나 자신을 내가 잘 알 수도 없고, 잘 통제와 조절도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생각된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라는 선현(先賢)들의 말씀이 진리라는 생각이 한 해를 보내면서 다시 하게 된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대통령과 민주정부를 세우는 놀랍고도 감격스러운 일이 나라에 있었고, 오래 쌓여왔던 여러 가지 적폐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조금씩 해결되어 나가는 희망적 모습들이 나라 전체 백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새해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밝은 마음으로 열심히 자기 일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덩달아 나도 새해를 희망적으로 맞이하고 싶다.

한편,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미국의 트럼프 정권의 수준 이하의 말다툼과 탐욕스러움, 사과와 반성할 줄 모르고 더 큰 힘과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가려고 애쓰는 일본의 아베 정권과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무력으로 미국을 제치고 새로운 제국이 되려고 꿈꾸는 중국의 무지막지해 보이는 용트림, 이런 주변의 몸짱 어깨들의 활개 치는 모습들을 보면 새해의 희망은 산타크로스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의 희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보다 나은 미래의 꿈을 향한 땀 흘림의 도전이 없는 희망이 있겠냐고 생각하면 쟁취 못할 꿈이 어디 있겠고, 희망을 갖지 못할 만큼의 힘든 삶의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수많은 고난의 상황을 피와 눈물과 땀으로 희망의 역사로 만들어오지 않았는가. 새해를 맞으며 값비싼 희망만이 우리를 참 사람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도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며, 목회를 제대로 못하지만 교회의 목사로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촛불혁명과 정권교체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종교인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는 기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솔직히 우선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물론 많은 기독교인들이 국정농단의 사태 속에서 정의를 외치며 몸으로 항거했고, 세월호 참사 등 이웃의 아픔에 같이 눈물도 흘렸고, 북한의 핵실험, 사드 배치와 미제 핵폭격기와 잠수함, 항공모함들이 우리 땅 한반도를 헤집고 다녀도 아무 소리 못하는 현실에서 “전쟁 가고, 평화 오라”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저 쪽 한편에서는 더 많은 기독교인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함께 흔들며 국정농단 세력을 옹호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평화운동에 종북 좌빨이라는 주홍글씨 딱지를 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교회의 불법적인 세습사태가 일반 매스컴을 통해 사회에 알려지면서는 정말 한국 기독교회가 나라의 큰 적폐중의 하나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개신교, 천주교, 불교의 평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종교개혁 선언문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이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7년은 원효 성사 탄신 1,400주년이자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믿음은 각기 다르지만 세상의 빛과 소금, 목탁이어야 할 종교가 길을 잃고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데 무한책임을 느끼며, “이게 종교냐”는 질타를 넘어 붓다와 예수의 진리를 올곧게 세우기 위한 실천적 행동이었다.

종교개혁 선언 참가들은 “대다수 절과 예배당은 성스러움과 무한, 빛과 소금을 상실한 채 영화 한 편보다 더 가르침을 주지 못하고, 일개 상담소보다 더 마음을 치유하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했다”며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탐욕과 시장질서가 점점 내면화하더니 이제 구조화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서 “자신과 가족의 부를 늘리고 이기적 소망을 실현하는 데만 급급한 채 약자들의 신음과 절규를 외면하고 있으며, 다른 믿음을 가진 자들을 배제하고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예수님과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로 남녀와 신분, 직분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존엄하거늘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폭력이 당연한 듯이 행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는 “종교개혁 없이 사회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함께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불안과 공포, 사랑과 희망의 알 수 없는 생의 신비스러움에 떨리는 마음으로 나는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내가 믿는 고독했던 사나이 예수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필자소개
거창씨ᄋᆞᆯ평화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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