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노동자 내전·갈등②]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과정
    2018년 01월 05일 09: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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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회의 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과연 달성될 것인가, 현황과 쟁점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가 지난해 12월 26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직접고용이 약 30%, 직접고용 제외자는 별도회사 2개로 각각 약 35%씩 분할 운영되는 방안이다. 직접고용 대상은 주로 승객, 상주직원 검색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과 소방대가 되었다. 두 개의 별도회사는 시설관리 분야 1개, 운영지원+환경미화+경비 분야 1개에 합의했다.

우리 지부는 누가 직접고용 전환되든, 별도회사 전환되든 임금, 처우에서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는 조합원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은 불만이 있다. 직접고용이든, 별도회사든 아직 구체적인 체감을 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하다. 지부는 1월 중순까지 전 조합원 설명회를 통해서 막연한 불만, 불안을 최대한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또 설명회가 끝나면 지부 지도부 신임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합의안 자체는 우리 지부와 공사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번복이 어렵다. 이 합의안을 이끈 지도부를 계속 신뢰하고 앞으로 남은 임금, 처우 수준 등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방안을 계속 맡겨도 될지를 조합원에게 묻는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한 것은 12월 21일부터 합의안에 서명한 26일 오전까지 였다. 물리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합의안을 가지고 조합원 의견을 물을 수는 없었다. 최대한 조합원들의 의사 표현을 수렴하는 차선이라도 하겠다 뜻이다.

이제부터 이 글 원래 주제인 정규직 전환 과정의 정규직 노동자들 반발 이야기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11월 23일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전에도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들 중 일부가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노사전문가회의에 정식으로 참여하라는 우리 요구에도 불구하고 참관하겠다만 했다.

공사가 정규직 전환 방안 연구를 맡긴 연구기관 중 한 곳이 850여 명을 생명안전업무라고 임의로 규정하며 1만 명 대상자 중 그들만 직접고용되어야 한다고 주장 했다. 향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되었을 때 제1노조 지위와 교섭권 위협 때문에 정규직 노조보다 적은 숫자로 직접고용 인원을 설정한 것 같다. 나는 인원을 미리 설정하고 왜 그 사람들만 직접고용되어야 하는지 역으로 명분을 만들었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11월 23일 공청회 자리에서 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젊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은 예상밖의 일이었다. 그 자리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충격이 크다고 했다.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우선 인천공항 구조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인천공항공사 산하 노동자 중 약 15%만 인천공항공사 소속이고 나머지 인원 1만 명(2017년 연말 기준)은 60개 하청업체 소속으로 쪼개져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다.

15% 정규직 노동자 중 약 과반수는 하청업체를 관리한다. 즉 1만 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업체를 관리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관리하면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하청업체 관리자들을 통해서 간접 지시를 하는 셈이다. 이 구조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이래 변하지 않았다.

이들 1만 명 노동자들은 인천공항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업무를 대부분 맡고 있다. 환경미화, 시설유지관리는 물론, 경비, 검색, 소방, 안내, 탑승교 운영, 셔틀버스 등등 실제로 인천공항은 1만 명 노동자들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

다만, 과거 정권들 정책이 신자유주의 이후 노동의 분절화를 적극 추진했던 것은 인천공항도 그대로 적용됐다. 아니 선도했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 연봉이 공공기관 평균 연봉 상위에 뽑히는 것이 다반사였다. 연봉 8천만 원 수준이다. 대졸 신입도 4천만 원 선으로 공기업 초봉 1위를 수년째 하고 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평균 연봉은 3700만 원이다. 물론 이 돈은 노동자가 직접 받는 돈은 아니고 하청업체에 지급되는 돈이다. 하청업체의 중간착취는 계산되지 않는다. 또 이 3700만 원은 365일 1년 내내 운영되는 인천공항 현실과 전체 노동자들 중 60%가 3조 2교대를 하는 현실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4조 3교대제)

촛불을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1만 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발표되었다. 처음에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을 일이 없었다. 정규직 전환 내용이 구체화되면서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공청회 자리는 그동안 공사 정규직 노조를 통해서 표출되던 주장들이 사실은 명분에 불과했고 실제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드러나는 자리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11월 23일 푯말을 준비했다.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 ‘무임승차 웬 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

사진=공공운수노조

한마디로 ‘우리는 어려운 시험 쳐서 들어왔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대통령 잘 만나서 무임승차로 정규직 전환되는 것이라서 불공정하니 직접고용 되려고 하면 시험을 치라’는 주장이다. 젊은 공사 정규직 노동자가 열변을 토하면서 말한 내용도 이 내용이다.

지금 상태(간접고용)가 의사소통 문제가 있다는 근거가 뭐냐!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생하는 것 안다. 그래서 어린이 집도 같이 쓰고,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등등…

교섭권 문제나 비용 문제로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이던 기존 내용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내용들이었다. 정책적, 이성적 갈등이 아니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감정 문제이며, 비이성적 문제였다. ‘시험’없이 격차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반감이며, 공포였다.

공청회 직후 우리 노조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연봉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교섭권도 서로 침해받지 않도록 기존 별도 교섭을 서로 인정하자’고 했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런 말에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다.

우리 노조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당시 우리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업체 변경과 상관없이 인천공항에서 일한 기간이 7.4년 이었다. 5년이 흘렀다. 대부분 1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다. 공사 정규직 신입직원들보다 훨씬 고참들이다. 그 사람들에게 시험 쳐서 들어오라는 이야기는 십 수 년 인천공항을 무탈하게 운영해온 그 노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소통이 안돼서 문제가 된 근거가 뭐냐고 했지만 그조차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소통해서 제대로 운영된 사례도 없고, 산재도 하청업체 차원에서 은폐하면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인천공항만을 보던 눈을 좀 더 높은 곳에서 살펴보니 이 문제가 인천공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님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보다 더 적나라하게 문제를 드러내는 공공기관이 많았다. 정규직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을 나누고 정규직 노동을 흡수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을 무력화하고 세력화를 막았던 것에 책임을 인천공항 젊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릴 수 없다.

물론,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입사를 준비하고 비슷한 스펙으로 갈 수 있는 대기업을 알아보고 그 문을 통과하는데 ‘피땀 어린 노력’만 있으면 되는 세상은 아니다. 인천공항이나 대기업 정규직을 시험 쳐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마저 봉쇄당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 공사 정규직 젊은 노동자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렇게 갈라진 이 틈을 어떻게 매워야 할지 걱정이다. 인천공항은 아주 복잡하다. 나이, 성별, 직책, 업종에 상관없이 모두가 인천공항이라는 단일한 공간에서 일한다. 화학적 결합, 유기적으로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뭔가 갈등을 매울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능력은 없다. 다만,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은 든다.

몇 달 전 원래 알고 지내던 정규직 노동자를 우연히 아침 출근길에 만났다. 그는 말했다. 지금 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조건이 계속 안 좋아지고 각종 수당에서도 많은 손해를 보지만 별다른 대응책 없이 당하고만 있다고 했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들도 분절화된 노동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았지만 정권과 사측으로부터 공격당해 왔다. 지금 정규직 전환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보수언론들이 과거 정권에서 보였던 행태를 생각해보라. 공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철밥통’으로 매도하지 않았던가. 비정규직 노동자 처지에는 눈감으면서도 정규직 노동자들 것은 모조리 빼앗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도 피해자다.

그나마 우리가 뭔가 해볼 도리가 있다면 그것은 ‘그들도 누군가에게 피해자였고 권리를 야금야금 빼앗긴 노동자’라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노동자가 되라고 하진 못하더라도. 일단은 ‘노동자’라는 것을 확인시키고 또, 박탈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동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지난해 11월 23일로 돌아가자. 이날 공청회 안에서는 누군가는 고함치고 항변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한 일이 있었다. 모든 공청회가 끝나고 양쪽 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로 아는 사이다. 평상시 직접적인 지휘관계는 아니어도 현장에 봤던 사람들이고 심지어 같이 어울리고 술도 먹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색하지만 또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난처한 상황이었을 게다. 현장에서 우리는 항상 이렇게 어울려야 하지 않는가! 이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번에도 답은 현장에 있기를 바란다. 기도한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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