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과연 달성될 것인가, 현황과 쟁점
    [노동자 내전·갈등] 문재인 정책의 의의·한계·문제점
        2018년 01월 04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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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제로지대’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민간부문으로의 확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로드맵을 세우고 관련 정책 집행을 시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인천공항과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되고, 작년 연말에 두 기관 모두 노사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과정은 정부 방침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한계와 공백을 노정하기도 하였으며 나아가서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갈등이 또 다른 방식으로 확산되는 진통의 과정이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정규직 노동자 일부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 중 공채 등의 과정을 거쳐 입사한 청년노동자 사이에서 그런 반발이 더욱 격하기도 했다.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권력과 자본의 입김에 따른 노노 갈등이 아니라 노동자 내부에서의 자발적 감정적 반발이 나오는 상황은 이례적이기도 하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당위적 명제가 빛바랜 것도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노동자 내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내부 갈등과 경쟁이 심화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내부의 단결, 계급적 통일성이라는 말이 공문구가 아니라 현실 노동운동의 원칙과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내전 상태에 이를 정도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 극복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레디앙은 이런 비정규직-정규직의 갈등, 노동자 내전이라 불릴 정도의 현실에 대해 몇 차례의 연재 글과 대담, 인터뷰, 칼럼 등을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올바른 처방과 해결책은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시대의 현황, 쟁점 등에 대한 분석 글로 첫 글을 시작한다. <편집자>


    5월 인천공항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난해 12월 한 공공기관의 (파견·용역) 노·사전문가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 회의 자리. 기관의 경영팀과 정규직 노조, 기관의 컨설팅 자문위원, 그리고 용역노동자 대표들이 모였다. 기관의 경영팀장은 이번 회의의 목적이 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화하거나 자회사에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힌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화와 동일시되었다.

    상당수가 60세를 넘은 고령의 용역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그들에게 이 자리의 의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을 펼쳐 보이기는커녕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인해 혹시나 일자리를 잃어버리지 않을까를 더 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그동안 용역업체 관리자만 상대했을 뿐 원청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관 직원은 거의 대면할 일이 없었고, 본사에 와본 것도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이 당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가상의 것도 아니고, 특수한 사례도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이 있는 상당수의 기관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하“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853개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현황, 잠정 전환 규모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10월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확정·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연차별 전환계획에 따르면,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6천명(기간제 24만 6천명, 파견·용역 17만 명)에서 일시 간헐적 일자리 10만 명을 제외한 31만6천 명 중 2017년 말까지 기간제 근로자 5만 1천명과 파견·용역 근로자 2만 3천명 등 전국에서 총 7만 4천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2020년까지는 전환 예외를 제외하고 20만 5천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와 함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제도개선도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월 28일에 7월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12월 26일까지 2017년 정규직 전환 목표 인원의 83.3%인 6만 170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는 454개 기관에서 3만 7259명(전환 이행률 73.0%), 파견·용역 노동자는 140개 기관에서 2만 4449명(전환 이행률 106.1%)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파견·용역 노동자는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

    기관별로 보면 중앙행정기관이 1만 3752명을 전환 결정하여 2017년 전환 목표(1만 1835명)를 넘어섰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전환 목표 인원(1만 1026명)의 80.1%인 8833명, 공공기관에서는 전환 목표 인원(3만 7736명)의 92.1%인 3만 4748명이 전환 결정되었다. 지방공기업은 전환 목표 인원(2918명)의 66.4%인 1937명, 교육기관은 전환 목표 인원(1만 599명)의 23.0%인 2438명을 전환 결정했다. 학교 회계연도가 2018년 2월 말인 점을 고려할 경우 교육기관은 1월 중 차례대로 전환 결정이 이어진다고 하니 이쯤 되면 큰 무리 없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이 실현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그래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12월 29일 문재인 정부의 2017년 국정을 보고하는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 2017년 국정 10대 성과의 첫 번째로 11조원 규모의 일자리추경예산 편성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꼽았다.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의 바탕을 다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의 정규직 전환 목표도 세웠으며 이미 6만1000여명의 전환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며, 이를 통해 이후 정부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기존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한계로 ① 기간제만 대상으로 하였고 파견·용역을 제외한 점, ② 상시·지속업무의 기준이 협소하고 과도한 예외를 두어 기간제의 91%가 대상에서 제외된 점, 그리고 ③ 총 인건비 통제 등을 들었다. 이로 인해 2012년부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었으나, 여전히 기간제 고용관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파견·용역 등 외주화는 오히려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①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 전환, ② 충분한 노사 협의를 바탕으로 자율적 추진, ③ (단계적 추진) 고용안정 ⇒ 차별 개선 ⇒ 일자리 질 개선, ④ 국민 부담은 최소화, 정규직과 연대 추진, 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이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원칙을 견지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ZER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기도 하고, 과거 정부의 정책보다 진일보한 면이 있기는 하다. 상시지속업무 기준이 이전보다 더 진전되어 ‘향후 2년 이상 지속’만을 상시지속업무 기준으로 하고 있고, 연중지속업무 기준도 ‘연중 9개월 이상’ 기준으로 완화했으며, 연령 요건도 완화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대상도 직접고용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과 민간위탁까지 포함시켰으며, 단순한 고용보장이 아니라 임금, 노동조건 등의 개선을 위한 대책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으로는 애초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가 질적으로는 그 시행과정에서는 물론 내용 자체도 많은 한계와 논란을 야기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자찬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게 과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아니 ‘공공부문 정규직화 제로’를 의도한 것은 아닌지 하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내용 측면과 시행과정 측면으로 나누어 쟁점을 살펴본다.

    정규직 전환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규모 문제가 있다. 일시·간헐적 일자리로 판단해 전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인원이 10만명으로 상당하며, 특수고용 및 민간위탁이나 자회사 소속의 노동자 등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한 정규직 전환 정책이 공공부문 고용구조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1단계 정책의 대상이 31만 6천명이고, 이후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과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자회사, 민간위탁기관으로 확대한다는 단계적 접근을 취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활용구조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결여한 채 임의적으로 정한 틀 내에서 연차별로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읽혀 이전 정부에서와 유사한 실적 위주 대책의 반복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정규직 전환은 보수와 노동조건이 열악한 하위 직군을 만드는 식이어서 사실상 무기계약직화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기계약직은 일반적인 의미의 비정규직과도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규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수탁으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수행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은 고용만 안정되었을 뿐 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의 실질적 개선은 없는, 또 다른 저임금 노동력 활용에 불과하여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의 처지와 다르지 않았다. 정규직의 60%에 불과한 저임금과 승진, 노동조건 등에서 정규직과의 각종 차별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권한과 책임이 없는 신분 격차도 여전했다.

    현재 정규직 전환방식과 관련하여 ‘기간제의 경우 모기관의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모기관 또는 자회사의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다만 무기계약직의 경우 명칭 변경 및 인사, 처우 개선으로 강화하여 보완’하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분리직군 방식의 무기계약화를 통해 차별을 유지하는 기존의 ‘중규직화’ 전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선도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던 서울시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 방식의 문제점이 확인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최근 서울교통공사에서 노사교섭을 통해 무기계약직 1,45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 타결하였다. 서울시가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계획을 제출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2단계 정규직화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구체적인 2단계 정규직화 로드맵이 제출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규직화’ 정책에 불과할 것이다.

    셋째, 2011년 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사용되는 사유로 ‘일시적 수요 등 업무특성’은 30%에 불과하고, ‘예산상의 제약(31.5%)’과 ‘정원증원의 어려움(34.1%)’ 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예산과 정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실제 각 기관별로 정규직 전환에 소요되는 예산 증액 및 정원 증원에 대한 명확한 지침 내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공식적인 결정이 유보되는 경우도 있었다. 전환자의 처우개선에 필요한 예산 보장이 불확실한 관계로 현장에서는 정규직 전환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주무부처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기준인건비제도와 총정원제, 경영평가, 국고보조금 사업 등 유관 제도의 개선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안전부가 2017년 12월 27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2018년부터 자치단체가 인건비성 경비 총액(기준인건비)을 초과하여 인건비를 집행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제약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 자치단체별 여건과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소한 자치단체에서는 기준인건비의 제약을 핑계로 기준인건비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을 사용하면서 정규직 전환에 주춤거릴 명분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2018년도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에서는 행정안전부가 각 지방공기업에 대해 ‘비핵심 사업분야에 대한 아웃소싱 대상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건물관리, 전산운영 등 아웃소싱이 가능한 분야는 민간에 위탁하는 등 경비 절감을 추진’하도록 주문하고 있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예산과 정원에 대한 명확한 조정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조응하는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의 문제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시행과정상 핵심적인 쟁점은 상시·지속적 업무의 기준과 관련한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다. 우선,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31만 6000명 중 교·강사 3만 4,000명, 60세 이상 고령자 5만 4,000명,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선수 등 14만 1,000명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다. 특히 “다른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등 교사, 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가 가장 문제가 되었는데, 지난 9월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에 따르면 교육분야 비정규직 6만 9,000여명 중 절반 가량인 기간제 교사(3만 2,734명)를 비롯하여 학교 강사 직군 7개 중 비중이 큰 영어회화 전문강사(3,255명), 초등 스포츠강사(1,983명) 등 3만 9,600여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7.20. 가이드라인에 이어 정부부처 중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진행한 교육부가 심의대상 중 단지 2%만을 전환 결정하면서 정규직 전환 정책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경우 4년 초과 근무를 하면 기간제법에 따라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는 판결(대전고등법원 2017. 6. 22. 선고 2016누13470 판결)도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4년 초과하여 근무 중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권고한 바 있다(2017.6.29.). 당연히 정규직을 사용해야 할 자리에 비정규직을 사용한 정부의 책임은 외면한 채 기간제법이나 고령자 고용 촉진법 등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 제외 대상자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첫 단추를 잘못 꿰다 보니 이어지는 시도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 역시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은 파견·용역에서 별도 공단 또는 자회사를 통하여 고용된 경우 정규직 전환의 예외사유로 명시하였으나, 이는 단순히 예산·정원 통제로 인해 모회사가 수행해야할 업무를 불법파견, 용역 형식으로 수행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사내하청에 불과하므로, 전환 대상으로 포함하여 검토될 필요가 있다.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와 노동조합이 정규직 전환 심의 기구에서 배제되고 있는 점 또한 논란이다.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구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의 경우 당사자 참여가 배제됨에 따라 위원들이 대부분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졸속 심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전환제외를 심의하는 기구로 변질되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또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용역) 노사전문가 협의체는 ① 기관, ② 파견, 용역근로자(노동조합), ③ 기관 소속 근로자(노동조합), ④ 무노조 대표, ⑤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고, 여기에는 반드시 이해당사자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관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상시·지속적 업무는 명확한 예외 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 한수원의 경우와 같이 전환심의위원회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일시·간헐적 업무로 왜곡하여 전환 제외로 결정하는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의 경우 전환 대상자에게 직고용 희망 여부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하여 전환 대상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었다.

    셋째, 노노 갈등 문제다. 역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일부 직접고용 비정규직만을 무기계약직화하는 것이어서 노동자 간의 격차가 더욱 커졌고, 노노 갈등 또한 없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노노 갈등이 더욱 증폭되어 첨예하게 드러났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책임지고 적극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전만 하면서, 노노 갈등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그러했고,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 또한 그러했다.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지고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하거나 사용자로서 직접 노조와 교섭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각 기관의 노사합의에 맡긴다는 입장만 고수하면서 노노 갈등 양상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표준임금체계와 자회사 운영기준 등이 새로운 차별 기준이 안 되어야

    한편, 정규직 전환 이후의 처우와 인력 운영과 관련해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표준임금체계 모델(안), 자회사 운영 기준, 표준인사관리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는 청소·경비·시설관리·사무보조·조리 등 가장 규모가 큰 5대 다수 전환 직종에 대하여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 직종의 임금체계가 호봉제가 다수이고, 임금수준도 큰 격차를 보여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임금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표준임금체계 모델은 하향평준화의 명분이 될 수 있고, 직무급을 통하여 ‘중요하지 않은 직무’, ‘가치가 낮은 직무’에 대한 저임금, 임금차별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는 노동계의 반발로 인해 2017년 연내 도입이 유보되었지만, 전환대상자의 임금체계 결정을 위해 정부의 표준모델(안) 시달을 기다리는 기관들의 요구 때문에 조만간 발표될 수밖에 없다.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에 일종의 ‘산별임금기준’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려면 노동조합과의 산별교섭 내지 노정협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자회사 운영 기준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자회사 형태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설명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용노동부는 7월 25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에서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 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계약사무규정을 12월 말 개정하겠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자회사가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자회사 설명자료는 용역회사 수준에 불과한 자회사를 지양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하지만, 모회사의 신분 및 처우와는 분명히 다른 자회사로의 전환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책임 회피가 용이한 자회사 운영 지원을 통해 비정규직을 자회사로 떠넘기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용역회사와 같은 자회사 전환을 방지하는 대책을 세우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기껏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한편, 고용노동부는 전환 노동자의 처우와 인력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인 ‘공무직 등 근로자 인사관리규정 표준안’을 12월 29일 각 기관에 배포했다. 이는 기존 무기계약직 인사관리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표준안에는 전환된 노동자에게도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신분증을 주는 등 차별을 금지하고, 노동자의 사기진작과 동기유발을 위한 ‘승급제도’와 교육훈련제도를 두는 방안이 담겼다. 또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 되고, 일시·간헐적 업무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정규직 사용을 인정하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도입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최근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공정채용·블라인드 채용 원칙을 확립하고, 능력중심 채용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것이 기존의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처럼 무기계약직에 대한 통제와 관리 강화기제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도록 하는 방안 또한 필요하다.

    필자소개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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