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현 “김정은 신년사,
    남 통해 북·미 대화 모색”
    보수정당들 비판에 “전체 그림 못 보는, 근시안적인 태도” 반박
        2018년 01월 02일 11: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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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이 2일 평창 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 미북대화 통로가 열리길 바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금년부턴 통남통미로 넘어가려고 하는, 남한과 대화 내지 관계개선 통해 미북 간 대화, 관계개선까지 하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그 실마리를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해서 찾아보려고 하는 전략”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관계가 복원이 되면 우리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한미관계를 디딤돌로 해서 북미대화까지 건너려는 북한의 의도를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미북 간 대화 여지를 키우고 그걸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상황 주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인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해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대화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조성된 정세는 지금이야말로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남관계는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 내부 문제이며 북과 남이 주인이 돼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북남 사이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원칙에서 풀어나가려는 확고한 입장과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해선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신년사 말미에 가선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나라나 위협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을 향한 핵 위협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는 것만 들으면 겁이 나고 미국도 기분 나쁠 것”이라면서도 “(신년사 뒤에 가선) ‘미국이 북한에 핵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먼저 핵을 쓸 일은 없다’고 했다. 이는 핵 선제 불사용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여부에 대해선 “북한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미국도 거기에 재 뿌리는 짓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여기서 (한미군사훈련 연기에) 반대하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을 만들려고 하는 대한민국의 입장뿐만 아니라, IOC의 입장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한미군사훈련 연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신년사 방송 화면 캡처

    한편 보수정치권과 보수언론 등은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대화 제안과 미국에 대한 핵단추 위협에 대해 ‘한미공조 균열을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신년사는 남남 갈등을 초래하고 한미 갈등을 노리는 신년사”라며 “그런 신년사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반색하면서 대북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식으로 환영을 하는 것은 북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 대북대화 구걸정책은 북핵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또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무력화하고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한 시간끌기용 제스처”라며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한미 간을 이간질해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무너뜨리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북한에 대해 압박을 해야 할 시기이지 대화할 시기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국과 한국을 갈라치기하는 것은 북한의 속성”이라면서도 “그런 전략에 말려드느냐, 안 말려드느냐는 하는 것은 우리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만 끌려간다고 패배주의적으로 생각을 하나. 북한이 설사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가 전략을 잘 세워서 상황을 주도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한미동맹을 깨기 위해서 그런 거다. 거기에 이용당할 것이다’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고, 전체 그림을 못 보는, 그야말로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부에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에서 “문재인 정부는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려나가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제안한 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를 완료하고 이를 공식발표하여 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에 대한 ‘핵단추 위협’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며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라는 평화적 구호와도 맞지 않는 언사”라며 “지금은 상호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할 때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시작으로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고 북한 역시 주변국을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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