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정봉주는 되고 한상균은 안된다?
“갈등 치유 및 국민통합 차원"...노동자 대표는 배제
    2017년 12월 29일 12:59 오후

Print Friendly

문재인 정부가 29일 출범 후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경제인, 공직자 부패범죄, 강력범죄는 배제됐고 정치인 중엔 유일하게 정봉주 전 의원이 포함됐지만, 노동·시민사회계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무부는 29일 새해를 맞아 용산참사 관련자 25명과 정봉주 전 의원 등을 포함해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6444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혔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65만2691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함께 시행한다. 경제범죄·강력범죄·부패범죄는 사면대상에서 배제됐다.

법무부는 “이번 사면은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제인, 공직자의 부패범죄, 각종 강력범죄를 사면대상에서 배제하면서도,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일반 형사범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용산참사 시위 참가로 구속된 철거민 26명 중 재판이 계속 중인 1명을 빼고 25명을 특별사면 및 복권했다.

법무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 및 국민통합 차원에서 수사 및 재판이 종결된 공안사건 중 대표적 사건인 용산 사건 철거민들의 각종 법률상 자격 제한을 해소시키는 사면·복권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하게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 협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022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었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번 특사 대상에서 빠졌다.

인권·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 위원장은 민중총궐기 시위 주도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에 더해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했던 강정마을 주민들도 특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 위원장의 특별사면을 요구해왔던 민주노총은 “정권의 정치공학과 이해관계를 앞세운 눈치 보기식 사면에 불과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구속노동자, 세월호, 강정마을, 사드 배치 관련자 등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권에 맞섰던 한상균 위원장과 민중총궐기를 사면복권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이중행보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폐청산이 나라를 나라답게 하는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노동계를 국정의 파트너로 하겠다면서 파트너의 대표를 구속시켜 놓는 것은 그 말이 한낱 허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해줄 뿐”이라며 “한상균 위원장 사면배제로 노정관계는 더욱 긴장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경고했다.

한상균 위원장 석방 캠페인 캐리커처. 박스 안은 정봉주 전 의원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도 한 위원장과 강정마을 주민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친여권 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을 사면하면서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한상균 위원장의 징역형이 지난 정권의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사면에 반드시 포함됐어야 했다”며 “정부는 이번 사면의 목적으로 사회적 갈등의 치유와 통합을 들었지만 핵심은 쏙빠진 쭉정이 사면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재연 민중당 대변인도 “지난 정권에서 탄압받고 희생된 이들을 외면한 채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정권의 정치 탄압으로 수년째 수감 중인 양심수들을 곧바로 석방시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민중당은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특사를 강하게 요구했었다.

김 대변인은 “제주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사드 배치 반대, 세월호 관련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사회적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걸었지만 그 실상은 이러하니 이번 특별사면은 생색내기”라고 규정했다.

일부 야당은 친여권 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이 사면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청와대가 스스로 밝힌 정치인과 경제인은 사면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유독 정봉주 전 의원을 사면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통합의 실현을 위한 사면이었다면 적폐 피해자인 국민 모두에 대한 사면복권이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들은 사면 대상자에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가 포함된 것을 비난하고 나섰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특별사면 대상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사면대상 중에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 철거현장 사건 가담자들의 포함으로 본래의 취지가 희석되는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이 사면되는 것에 대해선 “진정한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도전이자 배임”이라며 “사면이 법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용산참사 관련자 사면에 대해 “이 정부가 법치를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를 보여준다”며 “그들(용산참사 관련자)이 독립운동가라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발했다.

정 대변인은 “불법 폭력시위로 공권력을 유린하고 코드에 맞는 사람을 복권해서 정치를 할 수 있게 해준 문재인 대통령의 ‘법치 파괴 사면’, ‘코드 사면’은 국민 분열과 갈등만 불러올 뿐”이라며 “법치 파괴 사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