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위안부 졸속합의,
    미국 영향력·외압도 작용
    윤미향 “아직 해방 안 됐다는 생각"
        2017년 12월 28일 03: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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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한 위안부 합의에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에 대해 “여성인권과 관련한 인류 보편의 가치가 비공개 부분으로 들어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오태규 위원장은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비공개된 4개 합의사항에 대해 언급하며 “밝혀지면 전부 다 한국 쪽에 부담이 되는 내용 아니겠나. 일본 쪽은 그런 요소들이 다 합의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한 것 같고, 한국 쪽에선 부담이 되는 부분을 비공개로 놔두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이같이 말했다.

    TF는 전날,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당시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노력 ▲제3국에 위안부 기림비 등 설치 지원 금지 ▲성노예 표현 금지 등의 이면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는 그해 2월부터 시작된 고위급 밀실협상을 통해 이뤄졌으며, 한국 쪽에선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이 아닌,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합의를 주도했다고 TF는 전했다.

    ‘청와대가 위안부 문제를 2015년 연내 마무리해야 한다며 서두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할 수 없다. 다른 어떤 한일 관계도 잘 나갈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상당히 강하게 나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한일 관계가 상당히 안 좋아졌다. 국내에서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기니까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오 위원장은 미국의 외압이 졸솔적 위안부 합의를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쪽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가 한국하고 일본인데 이 두 나라가 잘 지내지 않으면 자기네 동아시아 전략에 부담이 되지 않겠나”라며 “미국이 두 나라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니, 박근혜 정부로서는 안팎으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TF의 발표에 대해 논평을 내고 “비공개 내용은 부수적 내용이라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합의는 없다”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둠으로써 합의를 전체로서 균형 있게 평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면 합의가 없었다’는 윤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공개되지 않은 합의가 있었는지가 발표 나왔다. (이면합의가 없었다면) 일본이 그런 이면합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 건데 일본은 그렇게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자체가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걸 시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한일관계 악화, 국제사회 신뢰하락 등을 근거로 TF의 결과 발표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이면합의를 공개한 것 자체가 모든 걸 푸는 건 아니지만, 이후의 한일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하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거쳐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TF발표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 기존 위한부 합의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면합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된 것에 대해 “우리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고, 아직도 해방이 안 됐구나라는 생각에 참담했다”고 말했다.

    이면합의 중 가장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딱 하나라고 집긴 어렵다”며 “외교도 인권도 역사도 잘 모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 하에 모든 것이 이뤄졌기 때문에 뻔한 결과였지만 우리가 지난 8년 9년을 어마어마하게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그러면서 “캐비닛 문건에서도 드러났지만 (12.28) 합의가 있고 나서 청와대에서 기획해서 정대협을 종북주의로, 반정부 세력으로 언론홍보뿐만 아니라 여론을 작용하라고 지시했다”며 “정대협 운동을 고립시키고 정대협의 목소리가 피해자들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진 음모처럼 몰아왔던 것이 박근혜 정권의 어떤 행태였다. 그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TF 결과 발표 이후 한국 정부가 재협상 요구를 해도 받아줄 수 없다고 반발한 것에 대해 “예견된 반응이었다. 한국 정부는 역사문제나 위안부 문제 얘기를 안 할 수 없고, 그것만 꺼내면 바로 일본 정부는 항의할 것이기 때문에 이 정부가 슬기로운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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