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
    3000명 공사 직고용, 그외 자회사 고용
    노조, 정부 허술한 가이드라인 지적..."절반의 성과"
        2017년 12월 26일 04: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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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가 26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극적으로 연내 합의를 이뤄냈다. 인천공항 노사의 합의를 계기로 정규직 전환을 미루고 있는 853개 공공기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노사는 이날 오후 공사 대회의실에서 정일영 공사 사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방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과 정일영 공사 사장(왼쪽 두번째와 세번째. 사진=곽노충)

    합의문엔 노사, 노노 간 이견이 첨예했던 정규직 전환 대상, 방식 등의 계획이 담겼다.

    특히 노사는 이번 합의문에 ‘인천국제공항 노사공동운영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협의회엔 공사와 자회사 노사 모두가 참여해 향후 정규직 전환자의 근로조건 등을 논의한다. 자회사 채용 노동자도 공사와 교섭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과 교섭창구가 없다면 과거 자회사 채용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합의문에 따르면 생명·안전과 밀접한 분야인 소방대, 야생동물통제, 보안검색, 보안경비 중 상주직원검색 2,940명의 비정규직은 공사 직접고용 대상이 된다. 다만 직접고용 전환자는 공사 일반직과 구별되는 별도 직군으로 분류된다. 직고용 규모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했던 1만명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왔던 만큼 비정규직 노조가 대폭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측은 당초 1만명 중 850명만 경쟁채용 방식을 통해 직접고용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그 밖의 공항 운영 및 시설·시스템 관리는 2개의 별도법인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기로 했다.

    다만 민간의 고도의 전문성 활용이 불가피한 수하물검색장비 등 일부 용역은 전환에서 제외됐다. 공사는 이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고용승계 및 처우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채용방식에 있어 노사는 관리직 미만은 면접 및 적격심사 후 채용하되, 보완검색 경비 및 야생동물 4급 이상, 소방대 3급 이상의 관리직은 경쟁 채용하기로 했다. 특히 노사는 정규직 전환이 오히려 해고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채용 심사에서 탈락한 노동자는 자회사를 통해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공사 직고용이 아닌, 자회사 고용 대상자는 전환채용된다. 자회사는 공사가 전액 출연해 설립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등 관계 법령을 개·제정하고 설립 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것을 관계부처에 노·사·전문가가 공동으로 건의하기로 했다.

    임금 및 복리후생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통해 절감되는 용역업체 이윤, 관리비용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자회사 채용 노동자도 근로조건, 임금, 고용안정 등 공사 직고용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정규직 전환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내 합의를 이룬 것은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규모에 있어선 아쉽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노조)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합의를 “절반의 성과, 절반의 한계”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합의는 정규직 전환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번 노노 갈등을 제외하고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서 벌어진 혼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허술한 가이드라인이 꼽히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청년선호 일자리는 ‘경쟁채용’하되, 생명안전업무는 ‘반드시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했다. 노사는 청년선호일자리, 생명안전업무 등에 대한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놨고 여기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노조는 “공사는 10년차에 연봉 3000만원대도 청년선호 일자리라고 주장하며 직접고용되려면 반드시 누군가는 해고되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생명안전업무는 자의적으로 최소화하며 직접고용 규모를 줄이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왜곡, 혼란, 갈등의 해소는 원인을 제공한 정부의 몫”이라며 “기준 없이 사용자의 꼼수만 만들어내는 청년선호일자리·생명안전업무 개념은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정규직 전환을 진행할 853개 기관에선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기존에 허술한 가이드라인을 대폭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는 논평을 내고 “이번 협의 과정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자체의 한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공공기관 운영제도의 모순을 절감하게 됐다”면서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중간평가하고 대대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정규직 전환 ‘실적’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평가와 보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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