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열차에 대한 기억
    [철도이야기] 노사협의회의 회의록
    By 유균
        2017년 12월 26일 10: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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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열차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정선 5일장, 정동진 해돋이, 신기 눈꽃열차와 같은 테마 관광열차와 또 하나는 지역 단위에서 여행객을 모집한 관광열차입니다. 그리고 지금 말하려는 것은 후자입니다.

    관광열차가 좋아요? 님이라면 이런 열차에서 가족과 같이 여행할 수 있겠습니까?

    지역 단위 관광열차는 90년도 중반, 정종환 씨가 청장일 때 제일 극성을 부렸습니다. 수입증대 목적으로 역무원 각각에게 할당량을 주어 모객행위를 하게 했고, 근무자건 비번자건 상관없이 강제로 차출하여 남자접대부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역장의 입장에선 아쉬울 게 하나도 없지요. 근무 안 하고 관광 가서 잘 놀고 오지요. 역 수입 늘어서 좋지요. 또 여행사에서 뒷돈 챙겨주지요. 끝나면 회식자리 마련돼서 좋지요. 심한 놈은 오입까지 보장되니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매스컴에서 퇴폐 풍조 조장과 안전문제에 관해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입증대 운운하더니 정종환 씨가 그만두니까 말 바꿔 “관광열차는 실제로 남는 게 없다, 재주는 역무원이 부리고 돈은 여행사가 챙겼다”며 관광열차의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동안 노동조합과 얼마나 싸웠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이철 씨가 사장되더니 관광열차가 또 시작되네요. 게다가 또라이 관리역장은 한발 앞서 이제는 매달 운행 하겠다네요. 그래서 그 밑에 있는 소속장이나 부역장들은 입으로 1818하면서도 또 모객행위를 하네요. 정말로 속 뒤집힙니다.

    다음 글은 정기 중앙노사협의회 제6차 실무협의 회의록 (2007.6.7)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임시열차 운행 건>

    ☺노 : 현재도 많은 인력이 부족하고, 노사협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임시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충분한 인력충원하고 노사협의한 후 임시열차 운행해라.

    ☻사 : 임시열차는 노사협의 사항 아니다.

    ☺노 : 36차 노사협정서에 소속장이 노사협의를 통해서 임시열차 운행하기로 합의했었다.

    ☻사 : 그 당시 청 시절에 지역단위 관광열차를 직원들이 모객을 해서 운영할 때 합의 내용이다. 지금은 지역단위 관광열차를 가급적이면 하지 마라, 하고 있다.

    ☺노 : 임시열차를 운행하면 차량에 업무량이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열차승무 차장 타는데 문제 없느냐? 이런 공문을 보냈다. 예를 들면 4.3 공문 넣고 4.6까지 의견을 달라, 이런 식이다. 협의해서 임시열차 운행하자고 답신 공문 보내면 똑같은 공문 또 보내왔다. 여객사업본부 열차 영업팀에 모씨가 뭐라고 하는가 하면 기술본부에 공문을 내지 왜 우리한테 얘기하냐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관광열차 표 강매하고 있다.

    ☻사 : 자발적으로 해서 공사의 수입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노 : 근무 중에 관광열차 탄 사람은 어떻게 처리하나?

    ☻사 : 근무 중에 갔다면 조사하겠다.

    ☻사 : 출장이다. 근무 중에 뭘 하든 출장이다.

    ☺노 : 두 분이 자리를 바꿔 앉든가 하라.

    ☻사 : 나중에 확인하고 처리하겠다. 처벌이나 조치는 지사장의 권한이다.

    ☺노 : 지사장이 관광열차 타고 가서 같이 술 먹고 놀다 와라, 이렇게 했다는 거냐?

    ☻사 : 술먹고 놀다 와라 했겠나?

    ☺노 : 전세 열차에 앰프 달아주나?

    ☻사 : 고객이 원한다면 좋은 방향으로 해야 된다.

    ☺노 :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어도 고객들이 원하면 해도 된다는 건가?

    ☺노 : 관광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음주, 가무가 용인되나?

    ☻사 : 안된다.

    ☺노 : 그런데 철도는 고객이 원하면 된다고 하나?

    ☻사 : 공식적으로는 안 된다. 확인 안 해봤다.

    ☺노 : 이 사진을 보고 확인해보라.

    ☻사 : 의제와 관계있는 얘기를 하자.

    ☺노 : 임시열차 운행할 때 사전 노사협의를 제대로 하자는 거다.

    ☺노 : 임시열차 하나를 운행하려면 철도에 관계된 모든 분야의 노동자들과 관계가 있다.

    차량이나 수송이나 운전이나 협의해야 한다.

    ☻사 : 여객사업본부가 관련부서와 협의를 해서 한다.

    ☺노 : 상식적으로 얘기하자. 전기팀에서 관광열차(모객 행위를) 했다.

    ☻사 : 누가 하라고 했나? 해당 지사에 가서 얘기를 하라.

    ☺노 : 본사에서 관광열차 하지 마라고 지시해라.

    ☻사 : 지시했다.

    ☺노 : 차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 : 정원에는 임시열차가 다 반영되어 있다.

    ☺노 : 노동조합에서 휴일근로 거부할 때 대체근무 있었다.

    ☻사 : 그건 현원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고 정원에는 반영되어 있다.

    ☺노 : 현장에는 준법투쟁을 하면 결과가 어떤가. 화물차량 운휴가 많이 되었다. 지금 현장에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다.

    ☺노 : 인력충원 없이 임시열차 운행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 주시면 된다.

    ☻사 : 향후에 임시열차에 대해서 별도의 노사협의는 필요치 않다.

    ☺노 : 일방적 통보가 아닌 실질적인 노사협의 요구하고 있는데 노사협의회를 실질적으로 안 하겠다, 이런 거냐?

    ☻사 : 정원대비 현원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이하 생략)

    후기

    10년 전에 썼던 글 다시 올립니다. 다시 보니 여전히 창피하네요. 이철 사장 뒤로 허준영 씨때 또 반짝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본사에서 딸랑거리는 애들의 생각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수입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설령 올라간다고 하여도 공기업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어떻게 직원에게 권장하겠습니까?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장이 원한다고 딸랑이는 놈들이 있으니 화가 치밀 수밖에요. 지금은 다행히 모객행위를 하는 관광열차는 거의 없습니다.

    필자소개
    철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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