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반전 여론이 언론 탓?
        2006년 03월 27일 1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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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래 최악으로 추락한 가운데 부시 행정부가 미국 언론의 전쟁 보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베트남전 시절 닉슨 대통령이 취했던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지지세력을 이용하는 교묘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적 매체인 <Z>의 칼럼니스트 노먼 솔로몬은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이라크에 관한 언론보도가 부정적인 사건들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긍정적인 진전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종종 표시하곤 했다. 하지만 전쟁기간 동안 백악관은 미국의 언론과 직접적인 충돌을 빚지는 않았다”며 “올해는 백악관이 언론을 탓하는 것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에서 전국에 생방송된 타운 홀 미팅 행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라크전 개전 3년이 지나면서 반전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부시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곳에서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타운 홀 미팅이었지만 실제로는 전쟁지지 집회에 가까웠던 이날 행사에서 남편이 이라크전에 참전했다는 한 여성이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라크에서 복구작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자동차 폭탄테러, 유혈사태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인들이 (이라크 복구작업을) 볼 수 있다면 이 분쟁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의 일장연설에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청중은 몇차례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부시 대통령은 그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게 아니라 자제를 당부했다.

    “블로그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식은 많다. 여러분들이 걱정된다면 우리 군대를 지지하는 몇몇 그룹을 접해볼 것을 제안한다”며 “그것이 자유언론을 억압하지 않고 문제를 다루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점잖게 말한 것이다.

    솔로몬은 이를 예로 들면서 부시 대통령 대신 언론의 뒤를 쫓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전쟁을 지지하는 진영은 언론에 대해 “반전, 반부시 편향적”이라고 비난하고 이런 비난이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 <뉴욕포스트>, <워싱턴타임스>, <위클리스탠더드> 등 보수적인 언론에 의해 키워지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를 내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런 대응방식은 닉슨 정부의 노골적인 방식에 비하면 매우 세련된 축에 속한다.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이 끝나갈 무렵 부통령 스피로 애그뉴를 비판적 언론보도를 공격하는 선봉장으로 삼았다.
    애그뉴는 “텔레비전 뉴스는 폐쇄적인 소수 특권층의 친목 동아리에서 나온다”거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에 대해 “공공의 정보 전달수단을 독점”하고 “소수의 손아귀에 여론이 집중”된다는 비난을 해댔다.

    하지만 애그뉴는 허스트, 뉴하우스 같이 닉슨을 지지하는 거대 신문계열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전쟁을 지지한 잡지 <퍼레이드>,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대해서도 아무런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애그뉴는 또 언론인과 반전 시위대를 뭉뚱그려 “소극적이고 투덜대는 명망가들”, “건방진 속물들로 이뤄진 무기력한 군단”, “히스테릭한 건강염려증 환자들”이란 비난을 퍼부었다.

    솔로몬은 “전쟁이 어느 때보다 인기가 없는 탓에 전쟁을 지지하는 세력이 언론을 탓하는 것이 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부시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최근의 공세는 권력의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언론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과 지지세력들이 마치 언론으로부터 포위를 당한 것처럼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솔로몬은 ”정부는 직접적으로 언론을 공격하는 것을 피해갈 것“이지만 ”중간선거가 불리해지면서 백악관의 눈짓과 고갯짓을 받은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공화당의 난관을 언론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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