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민주노동당 예산안
    2006년 03월 27일 1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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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적인 예산심의가 연례적으로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당 재정여건 타개를 협조해달라는 지도부의 호소에 과연 얼마나 많은 당원들이 귀 기울일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예산결산위원회 이종석 위원이 지난 25일 충남 조치원에서 열린 제3차 중앙위원회에서 다루어진 예산안심의를 놓고 당원게시판에 쓴소리를 올렸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이종석 예결위원은 이 글에서 예산안을 다루는 당의 안이한 태도와 이번 중앙위에 제출된 예산안의 흠결사유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우선 이 위원은 제출된 예산안의 검토가 지난 1차 중앙위에서 이미 이루어진 것이라는 문성현 당대표의 중앙위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의 올해 예산안은 2월 18일 1차 중앙위원회에서 확정돼 같은 달 26일 당대회에 상정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대회가 무산되면서 다시 중앙위원회로 위임됐다. 이런 이유로 문 대표는 중앙위가 같은 안건을 다시 심의하게 됐다고 발언했으나 이 위원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것.

지출 세부내역 누락된 예산안

 
▲ 지난 2월 18일 경희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1차 중앙위 모습 © 판갈이
 

이 위원은 올해 예산안이 1차 중앙위를 이틀 앞두고서야 예결산위원회에 제출됐고, 중앙위원들은 회의 당일에 가서야 겨우 자료집을 통해 예산을 받아보았다며 올해 예산안과 관련해 당내에서 한번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산안 중 ‘지출 세부내역’이 1차 중앙위에는 제출됐으나 이후 당대회와 이번 중앙위에 제출될 때는 빠진 점을 들어 같은 예산안이라는 당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이 위원은 “예산안 심의라는 것이 세부 내역을 검토하면서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도록 요구하고, 꼭 필요함에도 반영되지 아니한 예산은 추가로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데 세부내역을 확인할 길이 없으니 예산심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위원은 “올해 예산의 경우 7억 9천만원 정도의 적자예산으로 제출된 상황에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내역에 대한 더욱 꼼꼼한 검토가 필요”한데 지도부는 예산안 심의를 단지 통과의례로만 보고 “사실상 예산에 대한 백지위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예산안 차기 당대회로 이월

이날 중앙위는 결국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중앙위는 제출된 예산안과 관련해 “예산안은 2월 중앙위원회를 거쳐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안건이었으나 다시 중앙위원회로 위임된 안건으로 이미 시의성을 잃고 세액공제 모금 등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므로 2006년 예산안은 차기 당대회에 다시 상정”키로 했다.

그동안의 예산 집행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관련예산으로 지출하고 선거이외의 사업은 작년 기준으로 최소화해 가예산의 성격으로 예결위의 의견을 얻어 최고위원회에서 의결·집행토록 위임한다”고 결정했다.

지방선거 이후 임시 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민주노동당은 근거 없는 예산 집행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방선거 후 언제 임시당대회가 소집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기간은 최소 반년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은 이와 관련해 편의적인 예산심의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상황논리를 앞세워 임기웅변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지도부의 모습을 보고 당원들의 냉소와 불신이 쌓여간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혹독한 반성 주문

“올해 지방선거에서부터 내년 대선, 그리고 2008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돈 들어 갈 일이 태산”인데 이런 당의 모습을 보며 과연 당원들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고 싶겠냐고 이 위원은 반문했다. “잘못에 대한 혹독한 반성 없이 미래는 없습니다.” 이 위원은 지도부가 재정문제에 대해 스스로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만 당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종석 예결위원은 원칙이 사라진 당의 재정과 다가오는 임시 당대회에 대한 걱정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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