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간·중노동 강요 ‘토요택배’
    집배노동자 96% “불만족” 93% “폐지”
    5년간 218명 사망...초장시간노동, 무료노동 내몰아
        2017년 12월 21일 04:2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전국 우체국 집배원 10명 중 9명 이상이 토요택배 폐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집배노조(집배노조)는 21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 희생 강요하는 우정사업본부는 토요택배를 폐지하고 주5일제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집배노조 토요택배 설문조사 기자회견(사진=집배노조)

    집배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전국 9개 지방우정청 소속 집배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토요택배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토요택배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96.5%, 토요택배를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93.1%에 달했다.

    특히 이번 조사엔 9개 지방우정청, 154개 총괄우체국으로 전체 총괄국의 과반이 넘는 우체국의 집배원 3,547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조사방법은 현장조사와 문자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오현암 집배국장은 “2015년 당시 조합원들의 토요택배 반대는 70%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93%나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간 쌓인 분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4년 8월 토요택배를 폐지했다가 1년 만인 2015년 9월에 돌연 토요택배를 부활시켰다. 집배원의 장시간 중노동을 강요하는 토요택배는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우정노조와 우정본부의 노사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토요택배 재개에 부정적인 집배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노사 합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토요택배 재개 당시 했던 노사합의가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당시 노사는 토요택배 부활과 함께 인력 증원, 인력 지원, 희망자 근무, 휴일수당 지급 등을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3,500여명의 집배원 중 97.2%가 ‘토요택배 재개 당시 노사가 합의했던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토요근무 시 휴일수당, 초과근무수당, 국내여비 등 수당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68.4%로 과반을 훌쩍 넘었다.

    집배노조는 “노사합의가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아 토요택배 재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택배 증가분을 집배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실정”이라며 “집배원의 헌신성을 악용해 집배원을 노동착취를 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노사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채로 강요된 토요택배는 집배원들을 3년 간 초장시간노동, 무료노동으로 내몰았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토요택배 재개로 인해 2016년 집배원 노동시간이 전년도 대비 43시간이 증가한 2,531시간이라고 밝힌바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도 또한 토요택배 폐지 시기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71시간이었다면, 토요택배 재개 이후 76.7시간까지 상승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초장시간노동은 집배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모두 21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4년, 2016년엔 38명이 사망했고, 올해는 9월까지 이미 32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 절반 이상의 사인은 과로로 인한 질병이나 자살이었다.

    서광주우체국 소속 15년차 집배원 고 이길연 씨는 근무 중 사고를 당해 치료 중인 상황에서까지 출근 압박을 받다가 지난 9월 자살했다. 이 씨는 유서에서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라는 말을 남겼다. 앞서 지난 7월엔 집배원 원 모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해 사망했다. 당시 원 씨가 장시간노동, 과도한 업무, 인력 쥐어짜기 등으로 인해 분신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집배노조는 “우리는 더 이상 우정사업본부의 일방적인 집배원 희생 정책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모르쇠 전략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집배원의 반복되는 죽음은 이처럼 우정사업본부의 일방적인 정책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무능함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또한 “아직도 공공기관이 민간기업과 경쟁하기 위하여 인건비를 줄이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해 공공운수노조가 그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집배노조는 토요택배 폐지와 집배원 인권실현을 위해 전국 1인 시위, 집회 등 강도 높은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