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 이어 삭발 투쟁
    “제주 2공항 원점 재검토”
    반대대책위 “4대강 적폐세력 국토부, 여전히 정신 못 차려”
        2017년 12월 19일 03:35 오후

    Print Friendly

    제주 제2공항에 반대하는 제주지역 주민들이 한 달이 넘는 단식투쟁에 이어 삭발투쟁까지 돌입하며 “제주 제2공항 강행 말고 도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문재인 대통령에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성산대책위)·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환경운동연합은 19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적폐관행 중 하나가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강제로 진행되는 낡은 국책사업 결정과정”이라며 “제주도민의 삶 외면하는 4대강 적폐세력 국토교통부를 개혁하라”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제2공항 건설 절차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지역주민들과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도 명백히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김경배 성산대책위 집행위 부위원장을 포함해 성산읍 주민 등 5명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삭발투쟁까지 돌입했다. 특히 김경배 부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42일간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성산대책위 등은 지난 10월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56일간 천막농성을 벌이다가, 광화문으로 농성장을 이동해 지난 6일부터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삭발과 기자회견 모습(사진=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15년 11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고 제주 제2공항 후보지를 선정하고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토부가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한 성산읍 일대는 동부 오름군락 한가운데로, 성산일출봉을 마주하고 있고 거문오름 용암동굴들이 부지 주위에 산재해 있다. 성산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건설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산대책위 등은 “콘크리트를 퍼붓고 수천 만 명의 관광객을 더 수용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사업이 바로 제2공항 사업”이라며 “그런데 국토부는 제주도민들의 의견은 필요 없다며, 제주도가 망가지고 도민들의 삶이 피폐해져도 희생을 감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역 주민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 백지화를 원하고는 있지만, 이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진 않다. 단지 지난 과정에서 생략된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 문제가 지적된 2015년 사전타당성 보고서 철회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한 재조사 ▲제주도민 의견 수렴 및 토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산대책위 등은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주도의 관광정책이 지금과 같은 양적인 확대로 계속 가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를 도민 모두가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고 토론해서 결론을 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도민의 삶과 미래는 제주도민이 주체가 되어 결정하도록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재조사’를 진정으로 공정하게 조사해달라”며 “제2공항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국토부의 일방적인 기본계획 절차를 잠시 중단하고 제2공항 건설의 근거가 되는 사전타당성 재조사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60만 명의 제주도엔 지난해 기준 1,6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상가임대료와 주택가격 상승률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제주도민의 가계소득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농가부채, 비정규직, 범죄발생 비율은 전국 1위다. 이에 더해 쓰레기와 오폐수는 처리 용량을 넘겨 방치되고 있고 지하수도 고갈되는 등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장하나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제2공항 개항으로 관광객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증가하면 제주도는 쓰레기섬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환경수용능력 평가를 통해 제주도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관광객의 수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공항 확충 계획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수용능력에 맞는 공항수요관리를 도입하자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공항 건설에 따른 제주도민의 삶, 환경 파괴 등의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전날인 18일 구본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광화문 농성장을 찾았다. 성산대책위 등에 따르면, 구 정책실장은 지역 주민과 면담 자리에서 “제주도의 환경사회적 수용능력은 국토부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늘어나는 항공수요에 부합하는 항공시설 확충이 국토부의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과잉 관광으로 인한 쓰레기·오폐수 문제, 지하수 고갈, 오름 절취·용암동굴 매몰 등 자연훼손, 부동산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한 도민의 삶의 질 하락이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셈이다.

    강원보 성산대책위 집행위 위원장은 “촛불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4대강 적폐세력 국토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1급 항공정책실장이란 사람이 환경피해나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토부 적폐행정부터 개혁하고, 대선 공약대로 도민의 목소리를 좀 들어 달라”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성산대책위 등도 “국토부는 더 많은 관광객의 수용을 위해 제주도민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제주도민들은 버틸 능력도 용기도 없다”며 “제주의 자원은 무한정 솟아나는 샘물이 아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제주도는 재선충에 걸려 벌겋게 말라 죽어가는 소나무처럼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