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니들이 찾는 엄마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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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3월 25일 1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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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소녀, 여자친구, 여자. 생물학적으로 XX염색체를 가진 ‘여성’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나이에 따라, 역할에 따라 나뉘어 불리는 이 단어들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기대치를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레디앙>은 ‘시사남녀’ 창간 특집 연재를 통해 이 호칭을 둘러싸고 있는 허구 또는 판타지를 해체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차례>
1. 어머니는 없다
2. 소녀는 없다.
3. 연애는 없다.
4. 여자는 없다.

아침에 아이 방문을 열 때면 문득 스치는 바람이 있어요. “아이가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어있었으면….” 그렇지만 이내 방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면 “아 잘 잤구나. 이쁜 내 새끼”하고 안아줍니다.

어느 날 아이 둘이 엉겨 붙어 미친 듯이 울어대는 거예요. 가서 안아주고 달래주고해도 소용없더군요. 순간 평상시 저를 지탱해주던 절제된 안전장치가 풀어졌어요. 그때 우리집이 아파트 9층이었는데 문득 아이들을 베란다 바깥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욕망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위의 이야기들은 어느 SF소설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법한 ‘미친년’들의 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사회에서 어머니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여성들의 말해지지 못하고 있는, 아니 절대 말해져서는 안 되는, 그래서 상호 엄격한 신뢰가 검증된 여성들안에서만 은밀하게 소통되고 있는 진술들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평화롭고 자애로운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는 어머니는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로 상징된다. 아기예수의 어머니는 남성과 섹스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괴한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어머니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담론, 이데올로기들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자본의 속성, 이들과 은밀하게 연대하고 있는 남성들의 숨은 욕망은 ‘어머니(the Mother)"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어머니가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서 군대간 아들을 찾는 프로그램이 있다. 남성들은 어머니들의 음성만을 듣고는 서로 자신의 어머니라며 수십 명이 앞으로 뛰어 나간다. 드디어 어머니의 모습이 드러나면 당사자인 아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어머니와 감격적인 재회를 한다. 이 모습을 현장에서 혹은 TV에서 보고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남성들은 없으리라. 남성들에게 ‘어머니’는 거친 세상에서 싸우고 돌아온 戰士들을 편안하게 맞아준, 자신들을 위하여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영원한 향수의 대상이다. ‘어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신 된장찌개’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남성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밥상메뉴이기도 하다.

아들은 어머니를 모른다. 아무리 군대에 가서 어머니와 떨어져 있었기로서니 다른 여성의 목소리와 자신을 20년 이상 키워주신 어머니의 목소리조차 구별할 수 없는 남성들이 어찌 어머니들의 숨은 분노와 욕망을 이해할 수 있으랴. 어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는, “얼른 가서 두부 사와라. 가서 파 뽑아 와라”는 어머니의 엄명에 된장찌개 끓이는 노동에 함께하였던 여성들에게는 애증이 교차하는 음식일 수 밖에 없다. 어머니가 늘 끓이는 찌개는 남성들이 좋아하는 메뉴이지 여성들의 기호가 반영된 것이 아니다.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는 아버지가 단 한번도 부엌에서 된장찌개 끓이는 노동에 동참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여성착취적인 개념이다. 

도시화·산업화되어 단단한 콘크리트 벽 속에 유폐된 어머니들은 하루종일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잘 양육하는 것이 1차적인 책임이라는 메시지와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자신의 욕구 속에서 미칠 것 같은 분노, 극단의 우울감을 경험하게 된다. 남성중심적인 국가는 이 시대 마지막 희생양인 어머니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료, 보육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기형아 출산의 원인은 어머니가 임신 중에 섭취한 음식 또는 태교의 게으름으로 환원된다. 착취를 본성으로 하는 노동시장은 모든 여성들을 (잠재적인) 어머니로 취급하고서 효과적으로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어머니는 없다.
그들이 찾는 어머니는 없다. 어머니를 찾지 마라. 어머니는 일하러 갔다. 어머니는 여행 갔다. 어머니는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갔다. 어머니는 연애하러 갔다. 자신들의 욕망을 거세당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풀어낼 언어를 찾지 못해 가위눌리며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어머니들을 살려내라. 어머니가 침대에서 격렬하게 성관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발기불능이 된 그는 하루빨리 어머니에 대한 환상(fantasy)에서 벗어날 지어다. 앞으로 된장찌개는 남성들이 직접 끓여 먹기를. 어머니는 없다. 더 이상 어머니를 찾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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