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배신이 아니면 무엇이 배신인가
        2006년 03월 24일 06: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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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재검토는 없다”고 잘라 말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문화단체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문화단체들은 24일 일제히 성명을 발포하고 장관직을 위해 소신을 버린 김 내정자를 성토하고 앞으로 장관이 됐을 때 문화예술 영역의 공공성이 후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문화연대는 김 내정자의 23일 청문회 발언을 놓고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이지 재정경제부니 기획예산처 수장으로 내정된 것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문화연대는 또 이날 인사청문회가 “행정전문가이자 문화예술 현장 출신인 한 예술가의 소신이 정치논리에 휘말리며 어떻게 변질되는지를 밝히는 장이었다”고 평했다.

    문화연대는 이어서 “문화예술계는 신자유주의 정책방향을 주도하는 경제부처에 눌려 이들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장관은 바라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김 내정자가 “애초 소신을 꺾고 현장의 바람을 뒤로 돌리며 문화관광부 장관을 담당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사수 영화인대책위도 성명을 내고 김 내정자가 평소 “부당한 세계화”를 비판했음에도 장관에 내정되자 이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예 소신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한때 김 내정자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인들이 소속된 영화인대책위는 김 내정자가 “예술가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을 내팽개치고 문화다양성의 상징인 스크린쿼터를 경쟁력이라는 명목으로 도살하는 노무현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는 길을 택했다”고 평했다.

    영화인대책위는 1998년 다자간투자협정(MAI)를 통해 문화다양성을 훼손하려하는 미국에 맞서 거리시위를 벌였던 프랑스 문화장관 자크 랑의 사례를 들며 “우리는 언제쯤 이렇게 정상적이고 경쟁력 있는 문화부 장관을 가질 수 있느냐”고 김 내정자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쳤다.

    김명곤 내정자가 소속되어 활동했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도 성명을 내고 소신 있는 문화정책을 펼쳐줄 것을 요구했다.

    민예총은 성명에서 “‘예술인 장관’을 기대”했지 “예술인 수식을 단 장관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민예총은 “(김 내정자가) 자신의 입장뿐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23일 청문회 발언으로 그가 옛 동지들을 “배신”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예총의 성명처럼 문화단체들은 현장 예술가 출신인 김명곤 문광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말을 바꾸고 더 나아가 정부의 논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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