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노동조합' 출범해
    양심적 진료권 보장 요구
    “허위임상시험으로 환자 사망, 내부고발 의사 해고...방치할 수 없어”
        2017년 12월 18일 04: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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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산하 첫 의사노동조합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분회가 18일 암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한 허위 임상시험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양광모 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을 비롯해 연구비를 지원했던 소관부처인 식약처와 과학기술부에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산하 동남권원자력의학원분회(노조), 윤소하 정의당 의원, 윤종오 민주당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명의 사망환자가 발생한 임상시험은 진행 중이고 내부고발로 인해 해고를 당했던 의사는 복직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사노조 출범 기자회견(사진=의료연대본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속 의사 12명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노조 가입 원서를 내고 지난 9월 15일 의사노조를 설립했다. 민주노총 산하 첫 의사노조다. 노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그간 의사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지만 병원 측의 압박과 ‘의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으로 인해 유야무야되며 모두 실패로 끝났다.

    김애란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의사노조는 제로다. 그로 인해 의사 사회의 인권과 노동권이 말라 버렸다”며 “동남권원자력의학원분회는 살인적인 의사 사회의 숨통이 열리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노조가 설립된 가장 큰 이유는 병원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검증되지 않은 임상시험을 강행하면서다.

    김재현 분회장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폐암 환자에게 시행하고 있는 치료는 입증되지 않은 재발 방지 효과와 사망까지 일으키는 폐렴 발생으로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에도 환자들에게 거짓정보를 제공해 사망까지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양광모 전 원장은 식약처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수십억의 연구비를 받고 폐암 환자 7명을 대상으로 자가면역세포치료제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강행했다. 그 결과 3명의 환자에게서 폐렴이 생겼고 그 중 2명은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은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년 간 재발이 전혀 없었다고 허위 주장을 펼쳤다.

    이에 김재현 분회장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의학원 소관부처인 식약처와 과학기술부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무시됐고, 오히려 병원 측은 내부고발자인 김 분회장에 대한 징계, 인사에 불이익을 줬다. 병원은 위암, 유방암 환자에게까지 해당 임상시험을 확대했다.

    노조 소속 12명의 의사들은 양 전 원장을 비롯한 의학원이 연구비를 위해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노조를 설립해 조직적으로 병원에 반발하고 나섰다. 김 분회장은 노조 결성 이후인 지난 11월 결국 해고됐다.

    노조는 “의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잘못된 병원을 고치기 위해서”라며 “허위 임상시험으로 환자들이 사망하고 내부고발 했던 동료 의사가 해고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노조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양 전 원장은 임상시험의 문제에 대해 시인하고 지난 1일 보직을 사임했다.

    김 분회장은 “양광모 전 원장은 거짓 언론보도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환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환자들이 당신의 실험동물인가”라고 반문하며 “암 환자에게 해를 주는 임상실험은 여전히 그대로 진행되고 있고, 연구비 또한 그대로 집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 등은 국가 연구비 수십억을 쓰며 환자 생명 안전 신경 쓰지 않는 임상실험을 중단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매년 과학기술정통부는 수억원의 연구비를 지급하면서도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철저하지 못했다. 임상시험의 승인 주체인 식약처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보건복지위원으로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임상시험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종오 의원은 “소관기관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노조요구를 수용해 임상시험 논란을 투명하게 상호검증하고 의사노조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히 규명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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