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미국을 움직인다"
        2006년 03월 24일 04: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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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 한 편이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문제의 논문은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국제관계학)가 쓴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대외정책>. 이달초 발표되자 학계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미국의 유태인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논문을 쓴 두 교수는 “미국이 왜 다른 나라(이스라엘)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과 수많은 우방국의 안보를 기꺼이 제쳐두는지”를 묻고 그 이유가 “친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두 저자는 이스라엘 학자들과 언론인의 발언, 국제적 인권단체의 자료, 로비스트와 정치인의 증언을 토대로 친이스라엘 로비가 미국의 정책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논증하고, 친이스라엘 단체가 언론, 싱크탱크, 학계를 협박하는 실상을 폭로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이스라엘 로비단체로는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 유태인단체대표자회의(CPMJO), 유태인국가안보연구소(JINSA), 워싱턴근동연구소(WINEP)와 기독교 시온주의 조직들이 거론됐다.

    특히 6만5천 회원이 가입돼 있는 AIPAC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백악관과 미 상하원에 전방위 로비를 펼쳐왔다.

    이들의 로비로 인해 미국의 대외정책의 초점은 중동의 평화보다는 이스라엘의 안전보장에 맞춰져왔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82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32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같은 기간 동안 안보리에서 행사한 거부권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논문은 또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문제를 의제화하려는 아랍권 국가들의 노력을 방해해왔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이스라엘의 적은 미국의 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주장에 대해 “인과관계가 거꾸로 됐다”며 “미국의 테러 문제는 상당부분 미국이 이스라엘과 매우 긴밀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데 기인한다”고 반박했다.

    기독교 복음주의진영의 제리 폴웰, 팻 로버트슨 목사 등과 하원의 딕 아니, 톰 들레이 의원, 네오콘(신보수주의) 쪽의 존 볼튼 유엔대사, 윌리엄 베넷 전 교육부 장관, 진 커크패트릭 전 유엔대사 등이 이스라엘 로비세력을 측면 지원하는 저명인사로 분류된다.

    논문이 발표되자 친이스라엘 진영이 들고 일어섰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중동보도정확성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런 논문을 제출한 학생은 낙제를 받을 것”이라고 폄하했다.

    저명한 백인우월주의자와 이집트의 근본주의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이 논문에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친유태계 신문 <뉴욕 선>지는 이를 “저자들이 극단적인 취향에 영합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전미시온주의기구(ZOA)도 23일(현지 시간) “하버드 사이비 학자들의 이스라엘 로비에 대한 ‘논문’은 지적으로 불성실하고 반유태주의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저자는 논문의 내용이 매우 강해 주류 출판계가 발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논문이 발표된 후 <런던서평>지만이 논문의 내용을 소개했을 뿐 미국의 주요언론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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