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39명 삭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하라"
    2006년 04월 17일 1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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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공동준비위원장 박경석, 이하 전장연)가 농성 29일차로 접어든 17일 오후 삭발식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한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노숙농성을 벌이며 서울시청을 대상으로 대화를 요구해왔지만 서울시 복지건강과 직원들과의 두차례에 걸친 짧은 면담만이 있었을 뿐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와 관련된 서울시의 진지한 대답이 없는데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장애당사자 39명의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 장애당사자 39명이 17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뇌병변장애1급, 척수장애 1급, 지체장애 1급 등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들로, 각자의 요구안을 적은 플래카드를 목에 걸고 삭발에 임했다.

이들은 “수십년을 집이나 시설에 갇혀 짐승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였지만 이명박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예산타령과 책임회피에만 급급한다”고 성토했다.

이날 삭발식에는 10여명의 인권단체 활동가와 노조활동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직접 삭발을 도왔다.

   
 
▲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촉구하며 장애 당사자 39명의 집단삭발식을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했다. 사진은 삭발한 머리카락을 담을 상자들.
 

삭발된 머리카락은 모두 상자에 담겨 서울시 보건건강국 장애인복지과로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청경들과 사전에 배치되어있던 전의경이 시청 안으로 진입하려는 전장연 관계자들을  저지하고 나서 한때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에 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주변에 있던 흙과 화분 등을 던지며 강하게 항의했고 충돌은 약 50분간 지속됐다.

결국 이날 삭발된 머리카락은 장애인복지과로 전달되지 못했고 전장연측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에 서울역에서 진행될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날’ 집회 이후 서울시청까지 행진한 후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삭발에 임한 박경석 전장연 공동준비위원장은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심지어 우리마저도 우리의 문제에 침묵했다”면서 “시설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이 인권을 유린당하고 성폭행을 당하는데 이 문제가 뉴스에서 나오면 단지 ‘불쌍한 장애인’쯤으로 취급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오늘 우리가 하는 삭발은 단순히 머리를 깎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생존과 삶을 찾겠다는 결의”라면서 “국가와 사회, 가족과 우리가 해왔던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자”고 강조했다.

활동보조인 1년 예산이 2억 7천, 장애인 하루 행사 예산 2억?

한편 서울시는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15일 총 2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해 ‘HI SEOUL’ 서울시민문화축제 ‘개성마당’을 치렀다.

   
 
▲ 삭발하는 한 중증장애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장연은 삭발식을 치르기 전 “장애 당사자의 요구는 묵살한 채 보여주기 식 하루 행사에만 치중하는 서울시는 각성하라”고 성토했다.

최용기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투쟁위원회 상임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시범사업으로 책정하고 있는 1년 예산이 2억7,000만원인데 얼마전 서울시가 장애인의 날이라면서 커다란 무대를 세우고 연예인 몇 명을 불러 하루 행사에 들인 돈이 2억원”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가 여기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도화하라며 29일동안 농성을 벌이는데 서울시는 우리의 요구는 무시한 채, 우리가 보는 앞에서 장애인을 위한답시고 일회성 행사를 하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애인의 행사에 과연 장애인이 몇 명이나 참여했는지 한번 봐야할 것”이라면서 “장애인의 날 행사에 우리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가고 싶어도 못간다”고 강조했다.

황제찾아 삼만리는 계속된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활동보조인제도화를 요구하며 서울 시청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간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을 상대로 수차례 면담을 요청해왔다.

   
 
▲ 전장연이 노숙농성을 벌이던 지난 3일, 서울시는 농성을 벌이던 장애인들의 농성물품을 압수하고 연행을 시도해 장애인단체의 반발을 샀다. (사진제공=장애인문화공간)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두차례에 걸친 농성물품 압수와 연행시도였다.

이들은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의 약속도, 면담요청도 거부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지난 3일, ‘시장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히며 일명 ‘황제찾아 삼만리’를 진행했다.

전장연은 이 시장이 즐겨찾았던 ‘남산테니스장’을 시작으로 지난 5일에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강노들섬예술센터 건립과 관련해 이 시장이 연설을 했던 세종문화회관, 지난 14일에는 서울시의회를 찾아가 이명박 시장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황제찾아 삼만리’를 진행했다.

전장연은 서울시 복지건강국과의 면담에서 이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아무런 진전이 없고, 이명박 시장과의 면담여부조차 불투명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서울시의 책임있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노숙농성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활동보조인은 나같은 사람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

   
 
▲ 삭발식에 참석한 한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어장애가 심하고 식사와 신변처리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활동보조가 필요합니다. 물론 활동보조인이 없이 계속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그에 맞게 나름대로 적응이 된 상태입니다. 차려놓으면 혼자서 어떻게 밥을 먹을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밥을 차릴 수 없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오지 않는 주말동안은 밥을 먹지 못합니다. 그래서 빵을 먹어야 하는 주말이 싫습니다.”(삭발자 김동수 39세 남 뇌병변 장애 1급)

“활동보조인이 없는 상태에서 외출을 하려면 몸을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추리닝 차림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왜 우리는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입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와야만 할까요?”(삭발자 이광섭 37세 남 뇌병변장애 1급)

“스무살 쯤인 94년에 시설에 한번 들어간 적이 있다. 내가 먼저 시설에 들어가고싶다고 했다.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더 이상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시설에 들어와보니 도저히 사람사는 모습같지가 않아 24일만에 다시 나오게됐다. 시설에 있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서 외출을 도와준 적이 있다. 그렇게나마 밖에 나갈 수 있어서 너무 기뻤던 기억이 있다. 장애정도가 심한 나는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같은 사람에게 활동보조인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활동보조인이 제도화된다면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기차를 타고 여행가고 싶다.”(삭발자 안신일 39세 남 뇌병변장애 1급)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심적인 방황이 심했습니다. 심한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고 자살기도까지 했고 그 흔한 자동차와 사람들이 그리워 하루종일 수동휠체어를 타고 큰 길 사거리에 나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때 만약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제가 그지경까지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삭발자 이승연 34세 여 뇌성마비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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