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 폐지”
    전교조, 연가투쟁-전국교사대회 개최
    "교육적폐 청산 미루면서 학생과 교사만 죽어나가"
        2017년 12월 15일 06: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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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연가투쟁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 첫 대정부 강경투쟁이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법외노조 철회와 성과급·교원평가 폐지를 위한 ‘연가투쟁-전국교사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대회 이후 청와대 방면 행진까지 주최 측 추산 3천명이 참여했다.

    이날 결의대회의 사회를 본 김용섭 전교조 사무처장은 “1년의 4분의 1이 넘는 기간 거리에서 투쟁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오체투지로 온몸을 아스팔트에 던지며 투쟁했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이제 전교조가 교육적폐 청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와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연가투쟁 돌입 전날까지도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전교조는 정부가 낸 합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국 협의 결렬을 선언, 조합원 총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연가투쟁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전교조 연가투쟁 집회 모습(사진=유하라)

    전교조는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진전된 내용이 아니었다”며 “조율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어휘만 바꾸는 등 교육적폐 청산의 진정성보다는 연가투쟁을 와해시키려는 얄팍한 계산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늦어도 내년 3월까진 법외노조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전교조의 요구이지만, 정부는 법외노조 철회의 당위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전교조 법외노조는 국정원 등 박근혜 적폐 정부의 작품이었다. 이 사실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촛불 정부임을 자임할 수 있나. 아직도 좌고우면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과급과 교원평가 문제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전교조는 성과급 폐지와 균등수당화를 요구했고, 정부는 성과급을 유지하되 차등비율 완화 후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교원평가 역시 정부는 ‘폐지’가 아닌 ‘개선’에 방점을 찍으며 교원평가를 학교평가로 일원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조 위원장은 “차등비율 완화를 운운하는 것은 정부가 어떻게든 성과급의 껍데기라고 남겨두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성과급 제도는 교원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성과급 제도 그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제도 철폐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선’, ‘완화’와 같은 표현에 기대 근본적인 개혁을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교육부는 전교조에 대해 ‘연가투쟁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가 하면, 각 학교에 ‘복무관리 철저 지침’까지 내렸다. 연가를 쓰거나 조퇴를 하는 교사들을 학교에서 제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박소영 전교조 대구지부 조합원은 “연가투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절실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학교장에게 연가를 불허하며 교육부 공문을 들이밀었다. 도대체 박근혜 정권과 달라진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교원평가, 성과급제도로 인해) 학교 현장은 너무나 황폐화됐다. 정권이 교육적폐 청산을 미루고 있는 동안 학생과 교사만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침몰하는 세월호 탄 채로 가만히 있으라는 정부의 방송을 듣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교원평가 폐지는 전교조의 숙원과제다. 박근혜 정부 하 조직적인 탄압으로 법외노조가 된 후 4년간 투쟁을 하고 있다. 돈과 경쟁만이 교육의 중심에 서게 하는 교원평가 폐지는 8년, 성과급 폐지는 무려 17년을 싸워왔다.

    이날 교사들의 연가투쟁엔 청소년들도 힘을 보탰다. 원주 지역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다슬 양은 연가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학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서울로 상경했다.

    전교조 연가투쟁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원주의 여학생

    이다슬 양은 무대에 올라 “전교조 선생님들은 노동3권이라는 노동조합의 가장 큰 힘인 단체행동권을 제한받고 있다. 단체 행동권 제한 받는 것은 노동자로서 인정하지 않고 국가에 복종해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라며 “교사도 노동자다. 그들에게 노동권 보장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성숙하다는 논리로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청소년과 정치적 중립을 강요받는 교사, 우리는 다르지 않다”며 “광장의 시민으로 함께 한 우리는 제한된, 빼앗긴 권리의 반환을 요구한다. 어리다는 이유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권리를 제한받는 소수자로서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양이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선생님에겐 민주주의를”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이날 대회에 참석한 이들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전교조는 본대회 직후 세종로, 광화문, 경복궁역 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본대회에서 2천명 정도였던 대오는 행진 이후 청와대에 도착했을 때 3천명까지 불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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