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선물은
    사랑을 함께 나누는 것
    [그림책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이순원 글/ 김지민 그림/ 북극곰)
        2017년 12월 14일 0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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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선물』

    은지 아빠는 크리스마스이브 밤에도 일을 합니다. 아빠는 큰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이기 때문입니다. 은지는 아빠와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낼 수 없어서 섭섭합니다. 사실 아빠는 더 속이 상하지요. 회사에 와서도 아빠는 은지 생각에 마음이 편하질 않습니다.

    그런데 마침 은지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밤에도 일하는 아빠를 응원하러 엄마와 함께 회사 앞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아빠는 전기실 아저씨한테 하소연을 합니다. 아내와 딸이 아빠를 응원하러 온다는데 근무 중이니 나갈 수도 없고 참 막막하다고 말이지요. 그러자 전기실 아저씨는 아빠한테 은지 보고 회사로 곧장 오지 말고 회사 건너편에 와서 전화를 하라고 합니다.

    저녁이 되자 모두들 집으로 퇴근하고 아빠는 층층마다 돌아봅니다. 얼마 뒤 은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아빠는 전기실 아저씨에게 은지가 왔다고 알려줍니다. 곧 이어 은지한테서 다시 전화가 옵니다. 아빠가 쓴 문자가 보인다고 합니다. 전기실 아저씨가 건물 벽에 ‘아빠♡은지’, ‘축 성탄’이라는 글자를 아로새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빠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눈 뜬 장님입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그림책 『크리스마스 선물』의 이야기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림책 『크리스마스 선물』을 본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저 그림책에 나오는 글만 읽었을 뿐입니다. 원작인 이순원 작가의 수필 『크리스마스 선물』을 읽은 셈이지요.

    놀랍게도 많은 어른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의 내용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5년 크리스마스이브에 JTBC 뉴스룸에서 이 책을 읽어준 손석희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이 책의 내용을 그렇게 읽은 것은 대본을 써준 작가들 역시 그림책에서 그림을 보지 않고 글만 읽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은 어른들은 이상하게도 그림책에서 그림을 보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그야말로 눈 뜬 장님이 된 것입니다.

    그림책 『크리스마스 선물』

    하지만 어린이들이 본 그림책 『크리스마스 선물』의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 어린이들은 그림책을 볼 때 당연히 그림을 보기 때문입니다.

    “아빠, 오늘 일찍 집에 들어와요?”
    아빠는 머뭇거리며 엄마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은지야, 아빠 오늘 밤 일하셔.”
    -본문 중에서

    첫 장면에 나오는 글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들여다보면 왼편에는 은지네 집안 풍경이 보이고 집밖 하늘에서는 누군가 풍선을 타고 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은지에게 손을 흔들며 출근하는 아빠는 산타크로스와 루돌프가 보고 있습니다. 바로 풍선을 타고온 장본인들이지요. 이들은 나무에 낡은 전단지 한 장을 붙여놓고 아빠를 가리키며 뭔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단지에는 ‘1975년 선물 받을 어린이’라고 쓰여 있고 남자 어린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장면에는 아빠가 다니는 회사로 몰래 잠입하는 산타크로스와 루돌프가 보입니다.

    그림책 『크리스마스 선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면 이 책에서 산타크로스와 루돌프를 보지 못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어른들은 이 책에서 산타크로스와 루돌프를 보지 못할까요? 그리고 대체 산타크로스와 루돌프는 아빠의 회사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궁금하시면 직접 그림책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순원 작가가 감동적인 수필 『크리스마스 선물』을 썼다면 김지민 작가는 아름다운 그림책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책은 그림 작가의 예술인 것입니다.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

    뻔히 눈앞에 보이는 그림을 보지 못 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어린이들이 정말 바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했고 아파서 가기 싫은 날도 학교에 가야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싫다고 말하면 버릇없다고 야단을 맞았습니다. 더군다나 강제로 공부를 시키고 강제로 학교에 보내는 것을 옳은 일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폭력이었고 폭력의 정당화였습니다. 상대방이 아니라고, 싫다고 말하는데도 강제로 시키는 것을 폭행이거나 학대라고 합니다. 우리가 받은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폭행이었고 학대였으며 우리 모두를 노예로 만드는 교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어린이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시험을 잘 보는 것도, 비싼 학원에 다니는 것도, 유학을 보내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모두 어른들의 비뚤어진 욕망일 뿐입니다.

    어린이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입니다. 함께 웃고 함께 먹고 함께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돈은 그저 돈일뿐입니다. 돈은 결코 여러분을 대신할 수도 여러분의 사랑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습니다. 진정한 선물은 사랑을 함께 나누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려고 삽니다. 부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서로에게 값비싼 선물 대신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기 바랍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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